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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2012.11.7. 선고 2012고단8108 판결

사기

사건

2012고단8108 사기

피고인

A

검사

박지용(기소), 신비나(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2. 11. 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6. 3. 4. C이 건물주 D로부터 임차한 인천 남구 E 상가건물 1층(141평, 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C과 '임차기간 2007. 3. 11.까지, 차임 200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F'이라는 상호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였다.

한편, D와 C의 임대차 계약은 1997. 3. 10. 체결되어 1999. 3. 9. 이후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유효한 상태였고, C은 2006. 4.경 임대인 D로부터 동의를 얻어 피고인에게 전대한 것이므로 위 부동산의 적법한 임차인은 C이었고, 피고인은 전차인에 불과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위 부동산을 임의로 전대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성인오락실 영업이 여의치 않아 전대인 C에게 차임을 낮추어 달라고 사정하고 제주도로 가게를 옮기려고 생각하던 중, 마침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피해자 G으로부터 위 부동산을 임대해 줄 것을 제의받자 2006. 7. 31. 위 성인오락실 사무실에서 피해자와 ‘위 부동산을 게임 운영 목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2006. 8. 15.까지 피해자에게 인도한다'는 취지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문제를 모두 해결해서 피해자가 영업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문제가 생기면 다 책임지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피고인은 즉석에서 위와 같은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계약금명목으로 1,5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검찰의 주장

피고인이 2006. 7. 31. 피해자 G과 체결한 계약은 성인오락실 시설물의 양도 뿐만이 아니라 이 사건 건물을 사용·수익할 권한을 이전 또는 확보해 줄 것을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전차인에 불과하여 임차인인 C이 이에 동의할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당시 2007. 3.경까지 유효하게 지속되고 있던 C의 임대차계약을 종료시킬 만한 아무런 권한이 없었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감춘 채 단지 건물주인 D와 부동산임대차가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을 내세우면서 피해자 G에게 계약체결일로부터 불과 15일만에 이 사건 건물의 사용·수익 권한을 확보해 줄 것을 확언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1,5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

피고인의 무죄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2006. 7. 31. G과 체결한 계약은 성인오락실 시설물(인테리어, 전기공사, 냉난방시설, 냉장고, 정수기, 비데, CCTV 등)의 양도계약일 뿐이다.

피고인은 G과의 계약에 앞서 2006. 7. 27. 건물주인 D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임차보증금 7,000만 원, 월 임료 600만 원으로 하는 부동산임대차가계약을 체결하고, 별지 기타사항 4항으로 '피고인이 임차권을 타인(G을 염두에 둔 것이다)에게 양도하고 사업자명의를 변경할 수 있으며 영업장을 타인에게 승계할 수 있다'라고 특약하여 G과 계약할 준비를 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G을 위하여 제반 준비를 갖추었으나, G이 중도금지급기일인 2006. 8. 8.까지 구두로 약속한 중도금 8,0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잔금지급기일인 2006. 8. 15. (중도금을 포함한) 잔금 1억 3,5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계약금을 몰취하였을 뿐이다[설령 피고인이 G과의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어서 계약금을 몰취한 것이 잘못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는 G이 피고인을 상대로 계약금반환을 구할 민사사안에 불과하고 피고인에게 처음부터 계약금을 편취할 의도가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판 단

1. 인정사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C과 D의 임대차계약

C은 1997. 3. 10. 건물주인 D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을 임차보증금 8,000만 원, 차임 월 70만 원, 임대기간 1997. 3. 10.부터 24개월로 정하여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 임차보증금 8,000만 원을 지급한 후 이 사건 건물에서 'H주점'이라는 상호로 유흥주점을 운영하여 왔고, 위 임대차계약은 그 후 매 2년마다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왔다.

나. 피고인과 C의 전대차계약

(1) 피고인은 2006. 3. 4. 임차인인 C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을 전차보증금 2,000만 원, 차임 월 2,000만 원, 임대기간 2006. 3. 12.부터 1년으로 정하여 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건물주 겸 임대인인 D는 위 전대차계약에 동의하였다(증거기록 48쪽, 13쪽).

(2) 피고인은 위 전대차계약 이후 이 사건 건물 내부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성인 오락실 운영을 위한 시설공사를 마친 후 'F'이라는 상호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였는데, 성인오락실 운영이 생각보다 부진하였다.

다. 피고인과 G의 이 사건 계약 체결

(1) 피고인의 처인 I은 2006. 7. 15. 성인오락실을 하기 위하여 가게를 알아보던 G을 만나서 성인오락실 자리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하면서 가계약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수령하였다.

(2) 피고인은 2006. 7. 24. 위 C과 사이에 위 전대차계약의 차임을 2006년 7월분부터 2006년 11월분까지는 월 1,000만 원으로 감액하고, 2006. 12.월분부터는 다시 월 2,000만 원으로 하기로 약정하였다(C은 2006. 6.까지 피고인으로부터 보증금 및 차임 명목으로 4,000만 원 가량을 수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3) 피고인은 2006. 7. 27. 위 D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임차보증금 7,000만 원, 차임 월 600만 원으로 하는 부동산임대차가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00만 원은 계약시에, 중도금 1,500만 원은 2006. 8. 1.에, 잔금 5,000만 원은 C과의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지급하기로 하며, 별지 기타사항 4항으로 피고인은 임차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사업자명의를 변경할 수 있으며 영업장을 타인에게 승계할 수 있다'라고 특약하였다(증거기록 242-244쪽).

(4) 피고인은 2006. 7. 31. G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시설권리금 1억 5,000만 원(1억 7,000만 원으로 정하였다가 1억 5,000만 원으로 구두 합의하였다) 중 계약금 1,700만 원은 계약시에, 중도금은 금액을 특정함이 없이 5,000만 원 내지 8,000만 원이 준비되면 2006. 8. 8.에 (증거기록 220쪽),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중도금을 포함한) 잔금 1억 3,300만 원은 2006. 8. 15.에 지급하기로 정하고, 피고인은 건물주와 2006. 8. 15.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며, G에게 계약체결 이행에 관한 모든 절차를 책임지기로 약정하였고 (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피고인은 G으로부터 나머지 계약금 1,000만 원을 수령하였다(증거기록 10쪽). 당시 G은 이 사건 건물에 별도의 임차인이 있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G에게 "건물주(D)이든 임차인(C)이든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여 오락실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해 주겠다"라고 약속하였다. 위 계약 체결 당시 위 I, 피고인의 처남인 J도 동석하였다.

(5) D는 2006. 8. 8. C과 피고인을 상대로, "건물주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전대차 계약은 무효이므로, 피고인이 직접 D와 사이에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06. 3. 4.부터의 월 임료를 계산하여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취지를 통지하였다(증거기록 54쪽).

라. C의 반발과 계약불이행

(1) C은 그 무렵 피고인 등이 자신을 배제하려는 사정을 알게 되자, G을 만나 신중하게 계약할 것을 당부하였고, 이에 G은 피고인에게 잔금지급일인 2006. 8. 15.에 이 사건 건물에서 모두(D, C, 피고인, G) 같이 만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였다.

(2) G은 2006. 8. 15. 이 사건 건물에 찾아갔으나 피고인을 만날 수 없었고, 당시 이 사건 건물에 있던 위 J(2007. 4.경 사망)으로부터 1,500만 원의 반환을 약속하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작성받았다(중거기록 12쪽).

(3) 피고인은 2006. 8. 21.경 이 사건 건물에서 퇴거하였다.

마. 소송결과

(1) C은 2006. 10. 4. 피고인을 상대로 임료지급 등을 구하는 소송을, 피고인은 2007. 9. 5. C을 상대로 시설물 등 동산인도 등을 구하는 소송을 각각 제기한 결과, 2007. 9. 5. "피고인이 C에게 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C은 피고인에게 2007. 9. 28.까지 일부 시설물을 인도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인 천지방법원 2006가단115012(본소), 2007가단52972(반소)].

(2) D는 2006. 10. 13. C과 피고인을 상대로 건물명도 등을 구하는 소송을, 피고인은 2007. 7. 26. D를 상대로 시설비반환 등을 구하는 소송을 각각 제기한 결과,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제1심법원에서 2007. 11. 21. "피고인은 D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라. D는 피고인에게 (부동산임대차가계약으로 받은)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된 후 D의 항소취하로 확정되었고[인천지방법원 2007가합12407(본소), 12414(반소)], C에 대한 부분은 제2심법원에서 2009. 4. 17. "C은 D로부터 나머지 임차보증금 32,665,286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건물 일부를 인도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2009. 5. 22.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08나5037(본소), 5044(반소)].

2. 판 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7.경 당시 성인오락실의 운영이 잘 되지 않고 월 차임 2,000만 원씩을 임차인인 C에게 지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자, 성인오락실 자리를 G에게 넘기는 대신 시설권리금 명목으로 1억 5,000만 원을 받아 피고인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건물주인 D의 협조 아래 D와 C 사이의 임대차계약을 민법 제629조(임차권의 양도, 전대의 제한) 위반, 차임연체 등의 사유를 들어 해지시키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C에 대한 차임지급의무에서 벗어나며), 피고인이 D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G에게 임차권을 양도 또는 전대하거나, G이 직접 D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할 수 있도록 중개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보건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C과의 전대차계약에 반하는 것이지만, 피고인이 G과의 본계약에 앞서 건물주인 D와 사이에 부동산임대차가계약을 체결하였고 특약사항으로 G을 염두에 둔 임차권양도, 사업자명의 변경 등을 약정하였던 점, 민사계약에 있어 계약자 일방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상대방에게 불리한 모든 사정을 상대방에게 사전에 설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G에게 이 사건 건물을 사용·수익할 권리를 확보해 주려고 하였던 것으로 판단되고, 이와 달리 피고인이 처음부터 G으로부터 시설권리금 1억 5,000만 원(이 사건 계약금 1,500만 원 포함)을 편취할 생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다만 G이 피고인을 상대로 계약금 1,500만 원을 반환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계약불이행에 대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위 무죄 판단과는 관련이 없다).

판사

판사 정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