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박광배
공익법무관 이흥수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함정수사
이 사건 범행은 수사기관이 정보원인 공소외 5 등을 통하여 공소외 1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필로폰을 구하여 줄 것을 수차례 부탁함으로써 유발된 이른바 함정수사에 의한 범죄이므로 이를 처벌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제기가 적법함을 전제로 피고에게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나. 사실오인
피고인은 공소외 4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소외 4와 공소외 5를 만나게 하여 필로폰 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을 사실을 오인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위법을 범하였다.
다. 양형부당
이 사건 범행 경위, 피고인이 자수한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마약류 취급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05. 2. 22. 19:00경(검사는 범행일시를 2004. 2. 22. 19:00로 특정하여 공소제기하였으나, 이는 오기임이 명백하다) 공소외 일명 공소외 1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이라 한다)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공소외 3에게 필로폰을 구하여 줄 것을 부탁한 다음, 공소외 1이 소개한 필로폰 구매자인 공소외 5와 공소외 3을 만나게 하여 공소외 3을 통하여 같은 달 24. 18:00경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있는 성모의원 앞에 주차된 경기 64거6726호 뉴그랜저 승용차 안에서 공소외 4와 공소외 5가 만나 필로폰 약 18g을 640만 원에 판매하도록 하여 필로폰 매매를 알선하였다.
나. 함정수사 주장에 대한 판단
(1)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와 피고인, 당심증인 공소외 2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 피고인은 1999. 6. 10.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로 징역 3년,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아 2002. 5. 10. 청송교소도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 2004. 4. 23.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가출소한 후 양곡소포장 업체인 공소외 6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여 온 사실, ㈏ 한편, 공소외 1은 2004. 6. 29.경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출소한 후 공소외 7을 통하여 공소외 2를 알게 되어 가깝게 지내오면서 2005. 2. 초순경부터는 공소외 2의 집에서 공소외 2와 함께 거주하여 왔는데, 공소외 2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정보원으로 활동하여 오면서 5차례 가량 마약수사에 협조하여 마약사범을 검거한 포상금을 수령하기도 한 사실, ㈐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피고인을 알게 된 공소외 1은 2005. 2월 초순경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아는 여자가 필로폰을 구입하려고 하니 필로폰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자, 피고인은 공소외 1의 부탁을 거절하여 오다가 2005. 2. 22.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공소외 3에게 필로폰을 매수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문의하게 된 사실, ㈑ 피고인은 2005. 2. 22. 19:00경 공소외 3으로부터 “필로폰 20그램을 6~7백만 원에 판매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자 공소외 1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주었고, 피고인의 연락을 받은 공소외 1은 공소외 2에게, 공소외 2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마약수사관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였는데, 당시 마약수사관으로부터 필로폰을 위장매수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공소외 2는 필로폰을 매수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공소외 1로 하여금 필로폰 거래를 연기하게 한 사실, ㈒ 필로폰을 위장매수할 자금이 마련되자, 공소외 1은 2005. 2. 23. 피고인과 마약을 거래하기 위하여 다음날인 2. 24. 10:00경 성남 모란시장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다음 같은 달 24. 06:00경 공소외 2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었고, 공소외 2는 같은 날 09:00경 마약수사관에게 이를 제보하여 마약수사관이 위장매수자금을 소지하고 동행자로 위장한 가운데 피고인은 같은 날 10:00경 공소외 1, 공소외 1이 필로폰 구매자라고 소개한 공소외 2 외 1명과 함께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역 부근 노상에서 공소외 3을 만나게 된 사실, ㈓ 그런데 필로폰 매도인인 공소외 4가 매수인인 공소외 2 등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를 꺼려하는 등 쉽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피고인은 같은 날 13:00경 먼저 서울로 돌아가 버렸고, 피고인이 돌아간 다음에도 공소외 3은 계속하여 거래를 알선하여 같은 날 18:00경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4로 하여금 공소외 2에게 필로폰을 판매하도록 하던 중 현장에 잠복 중인 마약수사관에게 검거된 사실, ㈔ 공소외 2는 마약수사관에게 공소외 1이 자신을 도와 필로폰 매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진술하여 공소외 1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도록 하였고, 위 필로폰 매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마약사범을 검거한 포상금으로 1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3)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직접적으로는 공소외 1의 사주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먼저, 공소외 1이 수사기관의 정보원으로서 또는 적어도 수사기관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면서 피고인에게 범행을 사주하였는지, 아니면 수사기관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피고인에게 범행을 사주하였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공소외 2는 당심에서 자신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정보원으로 활동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에게 범행을 사주한 공소외 1은 정보원이 아니고, 공소외 1이 2005. 2. 초순경부터 수차 자신에게 마약을 구입하여 줄 것을 부탁하여 오던 중 2005. 2. 22.경 공소외 1로부터 “마약을 구입할 돈을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비로소 공소외 1이 마약을 구입하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러한 사실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마약수사관에게 제보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①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필로폰을 구입하여 줄 것을 부탁한 2005. 2. 초순경 공소외 1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2의 집에서 함께 기거하는 등 공소외 2와는 상당한 친분관계에 있었고, 공소외 2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시 공소외 1은 공소외 2가 수사기관의 정보원인 정을 알고 있었던 점, ② 공소외 1이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을 듣자 그 즉시 공소외 2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었고, 공소외 2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마약수사관에게 이러한 사실을 제보하여 위장매수자금을 마련하게 한 점, ③ 피고인의 알선으로 마약을 구입할 당시 마약수사관이 공소외 2와 동행하고 있었는데, 공소외 1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점, ④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아는 여자가 필로폰을 구입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필로폰 매매를 알선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필로폰을 실제 매수하려고 한 자가 공소외 2인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이러한 말을 들은 것은 사실로 보여진다), 애당초 공소외 1은 공소외 2의 부탁을 받고 피고인에게 필로폰을 구입하여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⑤ 공소외 2는 공소외 1이 알선료를 받을 의도로 필로폰 매매를 알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공소외 1이 알선료 명목으로 금원을 취득할 의도로 필로폰 매매에 개입하였다면, 형사처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굳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소외 2에게 필로폰 구입을 부탁할 이유가 없고, 실제 공소외 1이 위 필로폰 매매를 알선하여 어떠한 이득을 취하지도 아니한 점, ⑥ 공소외 3이 체포될 당시 공소외 2는 마약수사관에게 공소외 1이 필로폰 매매에 관한 정보를 주었다고 진술하는 등 공소외 1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노력하였고, 실제 피고인에게 필로폰 매매를 사주한 공소외 1에 대하여는 수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은 수사기관의 정보원으로서 또는 적어도 수사기관의 정보원인 공소외 2와의 의사연락 하에 포상금을 지급받는 등의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피고인에게 접근하여 필로폰 매매의 알선을 부탁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고, 앞서 본 공소외 2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외에 달리 공소외 1이 수사기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피고인에게 필로폰 매매를 알선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직접 피고인에게 범행을 사주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정보원인 공소외 2 또는 공소외 2와 공모한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범행을 사주한 이상 이 사건 범행은 함정수사에 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4) 다음, 이 사건 범행 당시 과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의하여 비로소 피고인에게 범의가 유발된 것인가 하는 점에 관하여, ① 피고인이 비록 절도죄 등으로 수차 처벌받은 전력이 있기는 하나, 종전에 마약범행을 범한 사실은 전혀 없고, 2004.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가출소한 이후 양곡소포장 업체를 운영하면서 비교적 건실하게 살아 온 점, ②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원인 공소외 2 등은 피고인을 마약사범으로 검거하여 포상금을 탈 의도로, 피고인이 계속하여 거절함에도 불구하고 계획적으로 피고인에게 접근하여 10여 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매수할 것을 부탁하였고, 피고인은 평소 친분관계가 있는 공소외 1의 계속된 부탁에 못이겨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필로폰 매매를 알선하게 된 것으로 보여지는 점, ③ 현장에서 필로폰 거래를 주도한 것은 공소외 3으로, 피고인은 필로폰 매매 현장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매수인인 공소외 1 등과 공소외 3을 소개하여 준 정도에 불과하고, 필로폰 거래가 난항을 겪자 먼저 돌아가 버리는 등 피고인이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범행으로 인한 이득도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이미 마약 범행에 대한 범의를 가지고 있던 중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의하여 범행한 것이라기보다는, 수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정보원의 사주에 의하여 비로소 마약 범행에 대한 범의가 유발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5)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는 수사기관이 마약 범행에 대한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피고인에게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행하도록 한 다음 그 범행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소정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이에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과 같은 바, 제2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