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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9644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의 의미 및 법률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와 보험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홈쇼핑 대리점의 보험상담원으로 근무하며 피해자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였는데, 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보험계약자들이 실제로 보험을 가입할 의사가 없어 1회 보험료 결제 후 보험계약이 유지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2에게 전화하여 월 납입보험료 29,500원 상당의 무배당 △△△△△△ 다이렉트 100세 건강보험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보험계약 체결에 따른 수수료 명목으로 36,875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합계 32,963,902원의 수수료를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제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해자는 2005. 2.경 ○○홈쇼핑과 사이에 ○○홈쇼핑으로 하여금 전화통화에 의하여 보험가입자를 모집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손해보험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인은 2011. 7. 1. ○○홈쇼핑과 사이에 보험 유치업무를 수행하고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2011. 12. 30.까지 ○○홈쇼핑 보험대리점의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보험계약 체결 의사가 없는 제1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계약자란 기재 지인들에게 1회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기로 하고 피해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유하였고, 그에 따라 피해자와 위 지인들 사이에 보험계약이 체결된 사실, 피해자의 직원 공소외 3이 위 기간 동안 위 사무실에서 피고인 등 보험상담원들에게 보험내용, 가입방법, 영업방법 등에 관하여 교육하고 위 사무실의 운영과 실적을 관리한 사실, 피해자가 ○○홈쇼핑에게 위 손해보험대리점 계약에서 정한 수수료율에 의하여 수수료를 지급하였고, 그중 일부 수수료가 피고인에게 지급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를 전제로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소극적 내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될 뿐인데, 피해자나 ○○홈쇼핑이 피고인 등 보험모집원에 의하여 진정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대납되는 방식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진정으로 보험계약을 성립시킬 의사 없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험가입신청서를 접수한다는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피해자는 피고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고 수수료 지급 역시 ○○홈쇼핑을 통하여 이루어져 그들 사이에 어떠한 거래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점을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3으로부터 피해자의 보험모집업무에 관한 지시, 감독을 받고 있었고, 이 사건과 같이 보험계약이 체결되는 사정을 모두 알고 있던 공소외 3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소극적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므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참조).

앞서 본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피해자로서는 보험가입자들이 진정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의사와 능력이 없이 피고인에 의하여 1회 보험료를 대납하는 방식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어서 1회 보험료 결제 후 보험계약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 보험계약 체결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보험가입자와 전화 상담 후 피해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그 보험계약 체결 실적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홈쇼핑을 거쳐 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보험계약을 성립시킬 의사 없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험가입신청서를 접수한다는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보험가입자로 하여금 피해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은 행위는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볼 것이다.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 등이 성립되어 있지 아니하여 수수료가 ○○홈쇼핑을 통하여 지급된다거나 피해자의 직원 공소외 3이 이 사건과 같이 보험계약이 체결되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신의칙상의 고지의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 있어서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