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국가공무원법위반][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김명희
변호사 조재연 외 1인 (법무법인 세아 담당변호사 서상홍)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부분에 대하여
공소외 3으로부터 2009. 3.경부터 2009. 8. 말경까지 3회에 걸쳐 3,800만원을 받은 행위는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이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대하여
임용권자이자 승진후보자 순위명부의 작성권자인 피고인이 인사업무를 보좌하는 장학관이나 장학사에게 근무평정기준의 세부적인 사항에 관한 지침을 내린 것은 형식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법령에 위배되는 권한행사가 아니고, 인사업무를 보조하는 자에 불과한 장학관이나 장학사는 위법한 사항이 아닌 한 그 보조업무를 지시받은 바에 따라 충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였거나 그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다. 또한, 공소외 6과 공소외 7의 승진문제에 대하여는 일체 언급한 적이 없고 공소외 3에게 이들을 승진시키라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
(3) 국가공무원법위반 부분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44조 는 임용기관 내지 임용권자의 공무원임용행위를 방해하거나 그들에게 부당한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설령 임용권자인 피고인이 임용행위와 관련하여 부당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는 없고, 설령 범죄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6, 7의 승진문제에 대하여 공소외 3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고, 공소외 8, 9의 승진문제와 관련해서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죄가 되지 아니한다.
나. 양형부당 주장
50년 이상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교육계에 헌신해 온 점, 후배 교원들이 소송비용에 보태라고 하여 준 돈을 받은 것이므로 그 경위에 있어 참작할 여지가 있는 점, 만 76세의 고령으로 현재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점 등 피고인에 대한 여러 가지 양형조건을 고려할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포괄일죄 여부에 대한 판단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고, 수뢰죄에 있어서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것이라면 돈을 받은 일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있고, 돈을 받은 일자 사이에 상당한 기간이 끼어 있다 하더라도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볼 것이다(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시기와 횟수가 2009. 3.경 2회, 2009. 8. 말경 1회로 약 6개월에 걸쳐 3회 수수한 것이고, 두 번째 뇌물수수와 세 번째 뇌물수수 사이의 간격이 약 6개월에 이르기는 하지만,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공소외 3은 검찰조사에서 2009. 3.경 피고인의 집무실에서 변호사비용에 보태 쓰라고 말하며 1,000만원이 든 봉투를 교부하였고 그로부터 2-3일 후에 다시 피고인의 집무실에서 변호사비용에 보태 쓰라고 말하며 1,000만원이 든 봉투를 교부하였으며, 2009. 8. 말경 피고인의 집무실에서 일선 학교로 떠나기 전에 피고인에게 고맙다는 인사 차 변호사 비용에 보태 쓰라고 말하며 1,800만원이 든 홍삼박스를 교부하였다고 진술한 점, ② 공소외 3은 □□□교육청 중등인사담당 장학관으로 오랜 기간 근무하여 2009. 9. 1.자 인사로 일선 학교 교장으로 나가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공소외 3의 진술에 의하면 2009.경에는 정년이 약 3년밖에 남지 않아 일반적으로 교장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기를 원했다고 하므로, 2009. 3. 1.자 인사가 끝난 직후인 2009. 3.경 임용권자인 피고인에게 교부한 2,000만원이 앞서 본 피고인의 인사관련 상황이나 그 액수로 볼 때 단순히 피고인의 변호사비용에 보태기 위한 돈으로만 보기는 어렵고 그 다음 인사인 2009. 9. 1.자 인사를 위해서 건넨 돈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며, 피고인이 선호하던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등학교 교장으로 발령이 난 직후인 2009. 8. 말경 교부한 1,800만원도 2009. 9. 1.자 인사에 대한 감사의 주1) 의미 로 건넨 돈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당시 2년 넘게 교육청에서 함께 근무한 피고인과 공소외 3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도 각 뇌물수수 당시 공소외 3의 인사와 관련된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공소외 3으로부터의 이 부분 각 수뢰행위는, 두 번째 뇌물수수와 세 번째 뇌물수수 사이에 약 6개월간의 간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3의 인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로서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부분 각 수뢰행위를 전부 포괄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대한 판단
(가) 먼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그에 의해서 인정되는 원심 판시와 같은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공소외 6과 공소외 7의 승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1) 관련법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여기에서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의 목적,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상당성 여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의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 2007. 2. 22. 선고 2006도3339 판결 참조).
2) 인정되는 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대통령 및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부터 교장, 장학관 등에 관한 승진임용권한을 위임 및 재위임 받은 피고인이 교장, 장학관 등에 관한 승진임용절차가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임용령, 교육공무원승진규정 등의 법령에 따른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청탁을 받거나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정한 특정교원을 승진시키기로 마음먹은 후, 임용권자인 피고인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인사담당 장학관 공소외 1, 3에게 이들을 승진시킬 것을 지시하여, 기존의 평정규정을 적용한 승진후보자 순위명부에 따르면 승진이 어려운 공소외 2, 6, 7, 8, 9를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승진이 되도록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3) 직권남용 여부
위와 같은 법리와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임용권자로서 기존의 평정항목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인사실무자에게 항목의 변경을 지시하고 그에 따라 변경된 항목이 승진대상자 전부에 대하여 공평하게 적용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절차상 부당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목적과 필요성 등에 비추어 이를 직권남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여지가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승진청탁을 받거나 자신의 판단에 따라 승진대상자를 특정한 후 그들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면 그 행위가 형식적으로는 승진임용규정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직무행위의 목적,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순한 임용권한의 행사를 넘어 직무의 행사에 가탁한 부당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4)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는지 여부
나아가 장학관이나 장학사가 교육감의 인사업무를 보조하는 자에 불과하여 위법한 사항이 아닌 한 그 보조업무를 지시받은 바에 따라 충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닌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란 법률상 의무를 가리키고,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 또는 도덕적 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참조), 교육공무원 중등인사를 담당하는 장학관이나 장학사의 경우에도 법령에 따라 그 업무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어서 상사의 지시가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이루어진 것일 경우에 그에 따를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업무의 성격이 보조적인 경우라고 하여도 그에 따라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인사권자인 피고인이 인사담당 장학관이나 장학사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부당한 행위를 지시한 것은 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소결
따라서 원심판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국가공무원법위반죄 성립 여부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1조 (목적)는 “이 법은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할 인사행정의 근본 기준을 확립하여 그 공정을 기함과 아울러 국가공무원에게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행정의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운영을 기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제26조 (임용의 원칙)는 “공무원의 임용은 시험성적·근무성적, 그 밖의 능력의 실증에 따라 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공무원법 제44조 (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행위 금지)는 “누구든지 시험 또는 임용에 관하여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공무원법의 제정 목적 및 공무원 임용에 관한 원칙에 비추어 판단되는 국가공무원법 제44조 의 규정취지는, 임용권자 이외의 자가 임용권자의 공무원임용행위를 방해하거나 임용권자에게 부당한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보호하고자 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공무원 인사행정의 기초가 되는 공무원시험, 임용제도의 공정성을 임용권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고, 국가공무원법 제44조 는 “누구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령에 대한 문리해석의 원칙상 임용권자를 제외하여 해석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공소외 6, 7을 승진시킬 것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교육감으로서의 지위와 피고인의 경력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소외 8과 공소외 9에 대한 승진을 지시할 당시 승진임용에 관한 원칙과 절차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공소외 3에게 공소외 8과 공소외 9에 대한 승진을 지시할 당시 자신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국가공무원법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교육공무원으로서 장기간 성실하게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뇌물수수 부분에 관하여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자세를 보이는 점, 만 76세의 고령인 점 등의 정상이 있기는 하나, ① 도덕성과 청렴성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교육공무원이자 서울시 교육공무원 전체의 인사를 총괄하는 교육감으로서 그 직무에 관하여 장기간에 걸쳐 1억 4,6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받은 것은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아니한 점, ② 피고인의 선거법위반사건 소송비용에 보태라고 돈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뇌물수수시기, 공여자들의 당시 인사와 관련된 상황, 뇌물액수 등에 비추어 볼 때 돈을 받은 동기가 단순히 소송비용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만은 없는 점, ③ 이 사건 범행은 전체 수뢰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의 범위에 속하고 특별감경양형인자 또는 특별가중양형인자를 달리 발견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뇌물범죄 중 제5유형 기본영역에 해당하고 다수범죄 처리기준을 적용하면 권고형의 범위는 하한 징역 3년 6월, 상한 징역 14년 2개월인 점, 그밖에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조건을 검토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만,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6, 8에 기재된 각 ‘500,000원’은 모두 ‘5,000,000원’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정정한다)
주1) 공소외 3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09. 8. 말경 일선 학교로 떠나기 전에 피고인에게 고맙다는 인사 차 변호사비용에 보태 쓰라고 하면서 돈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