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금반환][공1987.11.15.(812),1635]
가. 경리담당 이사대우의 융통어음발행으로 인하여 회사가 입게 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유무
나.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서 그 손해금으로 변제한 행위의 비채변제 해당여부
가. 갑이 을회사의 경리담당 이사대우로 근무하면서 을회사의 하도급업체인 병회사의 자금조달편의를 위하여 병회사로부터 당좌수표를 교부받고 을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주었다가 위 당좌수표가 부도되어 병회사에게 발행교부하여 지급한 위 약속어음액면금상당을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을회사가 손해를 입게 된 경우, 갑이 위 융통 어음을 발행함에 있어서 병 회사의 자산상태나 사업전망 등을 고려하여 을회사의 자금지원방침과 달리 그 자금지원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다거나 또는 병회사에 부도가 발생하면 을회사가 그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사정을 예견하면서도 을회사에게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아니한 채 자금지원을 계속하였다는 등 갑의 책임에 돌아가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을회사의 방침에 따라 어음발행의 실무만을 담당하고 있음에 불과한 갑에게 바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을회사가 위 융통어음 발행에 있어 갑에게 책임을 추궁하자 갑이 자기에게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서 그 손해금의 일부변제로 금원 등을 지급하였다면 이는 비채변제에 해당하게 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은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으며 갑의 위 변제행위를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도 속단할 수 없다.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보성
부산정기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융복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79.경부터 피고회사의 경리담당 이사대우로 근무하면서 피고회사의 하도급업체인 소외 신일공업 주식회사의 자금조달 편의를 위하여 소외회사로부터 당좌수표를 교부받고 피고 회사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해 주어 소외회사로 하여금 그 어음을 다른 곳에 융통하게 하여 오던 중 1981.6.29.경 피고회사가 위 소외회사로부터 교부받아 보관 중이던 당좌수표가 부도되어 소외회사에게 발행교부하여 지급한 약속어음 액면 합계금 7억 3천만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원고가 피고회사에게 그 손해배상금으로 1981.7.초순경 금 22,400,000원 상당의 공구를 양도하고 1985.5.9. 금 31,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로 확정하고 나서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회사가 손해를 본데 대하여 아무런 배상책임이 없는데도 피고회사로부터 책임추궁을 받게 되자 그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위와 같이 위 합계금 53,400,000원을 지급하게 된 것이므로 이는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판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회사가 소외회사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로 한 회사내부의 방침과 피고회사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부사장의 사전결제를 받고 소외회사에게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한 것이기는 하나 피고회사의 부사장은 일본인이어서 국내실정이나 소외회사의 자금사정 및 경영상태에 어두웠고 피고회사 대표이사는 서울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위 어음발행에 관하여 1주일에 1회 정도 사후결제를 할 뿐이어서 실무담당자인 원고가 소외회사의 자금사정, 전망 등을 고려하여 어음의 발행액수, 시기등을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위 어음을 발행교부하였는데 소외회사로부터 받은 당좌수표의 부도로 피고회사에게 위와 같은 손해를 입히게 되자 원고가 자기의 판단잘못으로 위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하고 피고회사에 대하여 그 손해의 일부라도 배상할 것을 약정하여 그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위 금원 등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약정 및 금원 등 지급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회사의 경리담당자로서 소외회사의 자금사정이나 전망 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소외회사에 자금조달을 지원하다가 피고회사에게 손해를 끼친데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위와 같은 배상약정을 하고 그에 따라 위 금전등을 지급하게 된 것이라고 판시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2. 그러나 원심이 원고의 위 금원지급 경위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들고 있는 증거를 살펴보면 제1심증인 소외 1은 소외회사의 부도발생 후 피고회사 사장이 크게 화를 내면서 원고에게 그 책임을 추궁하자 원고가 자신의 과다한 융통어음 교부로 인하여 피고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게 된 것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법적책임을 통감하여 회사를 물러남과 동시에 피고회사에게 그 손해배상의 명목으로 그의 재산 일부를 양도하고 금원을 지급하였다는 뜻으로 증언하고 있고 같은 증인 소외 2도 피고회사는 소외회사의 당좌수표가 부도되자 원고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하였으며 원고는 그러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 금원 등을 지급하였다는 뜻으로 증언하고 있는데 위 증거들은 모두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수표부도에 따른 책임을 추궁을 받고 자기에게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그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위 금원 등을 지급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일 뿐이고 그것이 위 수표부도에 따른 원고의 법적책임이 있고 없음에 관계없이 원고와 피고회사 사이에 원고가 경리담당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 손해의 일부를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맺고 그에 따라 위 금원 등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증거는 되지 아니하며 그밖에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와 같은 약정을 맺었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회사 스스로도 원고가 위 수표부도에 따른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그 손해배상의 일부로 위 금원 등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와의 사이에 원심판시와 같은 약정을 맺고 그에 따라 위 금원 등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에게 위 수표부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그 채무의 시행으로 위 금원 등을 지급한 것이라면 이를 가지고 비채변제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원고에게 그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는데도 원고가 그 책임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그 채무의 변제로 위 금원 등을 지급한 것이라면, 이는 비채변제에 해당하게 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제자인 원고가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 바, 원심인정의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회사는 원고가 경리업무를 담당하기 오래전부터 하도급업체인 소외회사에게 그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자금조달을 지원해 오다가 원고가 경리업무를 담당하게 된 후에도 원고에게 종전과 같은 방법으로 소외회사의 자금조달을 지원해 주도록 지시하여 이에 따라 원고가 그 판시의 융통어음을 발행하게 된 것으로 그 어음의 발행에 있어서도 그때마다 대표이사와 부사장의 사전 또는 사후의 결제를 받았다는 것이고 또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회사의 하도급업체인 소외회사의 생산제품이 나와야 비로소 피고회사도 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피고회사의 대표이사가 원고에게 소외회사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도록 지시하고 원고가 그 방편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할 때마다 사전 또는 사후 결제를 하였으면서도 그 대표이사는 그에 따른 아무런 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하였고 피고회사가 어음발행의 실무담당자인 원고에게 책임을 추궁하여 원고로부터 위 금원 등을 지급 받고서도 회사장부에 이를 원고에 대한 유동부채로 기장하고 회계감사에서도 이를 원고에 대한 미지급금으로 허여 이를 원고의 소외회사에 대한 채권으로 계상하는 한편 법인세의 과세표준계산에 있어서도 위 금원 등의 일부를 회사의 손금으로 처리되고 또한 소외회사의 정리절차에서도 위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하지 아니한 채 부도수표금 전액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여 그 변제를 받아 오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 융통어음 발행으로 피고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그 어음을 발행함에 있어서 소외회사의 자산상태나 사업전망 등을 고려하여 피고회사의 자금지원방침과 달리 그 자금지원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다거나 또는 소외회사에 부도가 발생하면 피고회사가 그 자금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사정을 예견하면서도 피고회사에게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아니한 채 자금지원을 계속하였다는 등 원고의 책임에 돌아가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방침에 따라 어음발행의 실무만을 담당하고 있음에 불과한 원고에게 바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또 원고가 그와 같은 배상책임이 없음을 알면서도 이를 변제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하겠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의 약정사실을 인정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가려보지도 아니한 채 원고의 위 금원 등 지급이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가볍게 배척해 버린 것을 필경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쳐 채증법칙을 어기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므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데 돌아가는 주장은 이유있다.
3. 그리고 원심은 비록 가정판단이기는 하나 설령 원고가 아무런 약정없이 착오로 배상채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위 금원 등을 변제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하여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지만 원고가 위 수표부도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 손해의 일부를 배상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원심판시사실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터에 이 사건 융통어음의 발행경위와 위 수표부도 이후에 피고회사가 취한 일련의 조치가 앞에서 살핀 바와 같고 보면, 피고회사가 위 융통어음발행에 있어 실무담당자에 불과한 원고에게 책임을 추궁하여 원고가 그에게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손해금의 일부로 변제한 것이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속단할 수도 없다 하겠으므로 이 점에 관한 원심판단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하겠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