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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3.9.5. 선고 2013노2024 판결

업무상과실치상

사건

2013노2024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

B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철호(기소), 진철민(공판)

변호인

변호사 C, F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6. 4. 선고 2012고단3344 판결

판결선고

2013. 9. 5.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응급상황의 존재와 전원의 필요성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고, 관련 법률 규정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H 병원이 인공호흡기나 제세동기 등을 갖출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경과관찰 및 전원조치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산소통 관리는 병원 원장인 원심 공동피고인 A 및 병원의 시설 관리자, 담당간호사 등에게 있으므로 피고인이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하지 않은 데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음에도, 피고인에게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현재 처해있는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량(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 단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체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당시 원심 공동피고인 A은 이 사건 H 병원의 원장으로서 정형외과 전문의였고, 피고인은 위 병원에 고용된 마취통증의학과장으로서 마취과 전문의였던 점, ② 피해자가 A으로부터 경추퇴행증(목 염좌)에 관한 정형외과 치료를 받던 환자였기는 하나, 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시술된 경추부 경막외 신경차단수술은 신경 주변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완화하는 수술(통증클리닉 시술)로서 위 병원에서는 줄곧 피고인이 단독으로 진료하고 시행하던 수술인 점, ③ 이 사건 수술은 국소마취로 환자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경추부에 신경주사약을 주입하는 것으로서 그 소요시간은 5~10분 남짓인바, 피고인은 2010. 10. 2. 11:25 무렵부터 위 병원 2층 수술실에서 위 병원 원무부장 M(방사선사 면허증 소지자), 간호조무사 N의 보조를 받아 피해자에게 위 수술을 시행하였으나 수술 직후 살펴본 피해자는 의식을 잃고 호흡곤란과 경련을 일으키는 상태였고, 이에 수술실 한쪽에 있던 산소통을 이용하여 마스크로 보조호흡(인공호흡 또는 양압환기)을 실시하고 생리식염수(하트만 수액)와 항경련제인 도미컴(미다졸람) 2mg을 오른팔 정맥주사로 투여한 뒤 기도삽관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으며, 11:40 무렵 청색증 등 심정지가 의심되는 상황과 호흡곤란이 발생하자 1층에서 외래진료를 하고 있던 A을 불러 함께 10~15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심박동과 자발적 호흡을 회복시켰으나 피해자는 여전히 의식 없이 코골이와 경련을 일으키는 상태였고, 그러한 피해자에게 산소만 투여하는 상태로 경과를 관찰하던 중 그마저 12:00 무렵부터는 산소가 떨어져 새로운 산소통을 주문할 때까지 약 30분 동안 보조호흡이 중지되었으며, 산소 공급이 재개된 뒤 피해자를 회복실로 이동시켜 별다른 조치 없이 경과를 계속 관찰하던 중 여전히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도 심하게 요동치자 비로소 17:39 무렵 K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였는바, 이처럼 피해자는 의식이나 호흡, 거동 등이 모두 양호한 상태에서 이 사건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중 의식을 잃은 뒤 호흡곤란, 청색증, 경련 등을 일으키다가 약 6시간 14분 뒤 산소화된 뇌혈류 공급차단에 따른 식물인간 상태(저산소성 뇌손상)로 이송된 점, ④ 경련 증상 완화 목적으로 투여한 미다졸람 2mg으로 이 사건과 같이 장기간의 의식 미회복이라는 결과가 발생하기는 어렵고(대한의사협회 감정회신내용, 수사기록 제223쪽), 이 사건 수술로 발생한 기뇌증이나 약물쇼크의 부작용이라면 약 30분에서 1시간 뒤에 자발호흡과 함께 의식이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과이며(대한의사협회 사실조회회신, 공판기록 제379쪽), 피고인도 검찰에서 호흡곤란과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이 사건 수술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것을 인정하면서 보통 1~2시간 정도면 의식이 돌아온다고 진술하여(수사기록 제277쪽) 당시 위 수술의 집도의로서 위와 같은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응급 상황이던 당시에 피해자의 심정지(어레스트)를 진단한 것은 피고인이었는데, 단기간의 산소공급 차단(3~5분 이상)에 의해서도 손상이 발생하는 뇌의 특성상 심폐소생술이 시행되는 10~15분 동안 이미 피해자의 뇌기능에 치명적 손상이나 악화의 가능성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피해자에게 나타난 호흡곤란(코골이)과 경련 등의 증상은 뇌 손상의 주된 증상이기도 하고, 당시 위 병원에는 뇌 손상 여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던 점, ⑥ 그럼에도 마취가 전문의로서 이 사건 수술을 집도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이 사건 수술의 부작용과 경과 및 피해자에게 나타난 증상을 알고 있었음에도 수술 보조자들과 A에게는 심폐소생술 후 피해자가 정상으로 돌아와 자는 것 같다면서 도미컴(미다졸람)을 사용했기 때문에 뇌에 혈류가 적게 가도 손상이 적을 것이라고 말하였고, 이를 들은 A 역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의 조치도 없이 만연히 피고인과 함께 코골이와 경련을 일으키는 피해자가 수면상태에서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무려 6시간 넘어서야 피해자를 상급병원으로 이송한 점[피고인의 변호인도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진정제에 의해 안정되고 자발적 호흡을 유지하며 수면상태로 판단하였다고 주장하였다(2012. 8. 14.자 변호인 의견서, 공판기록 제66쪽)], ⑦ 당시와 같이 피해자가 코를 고는 것 자체가 완전한 기도확보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인바(공판기록 제379쪽), 피고인은 이 사건 수술의 집도의로서 수술 후 호흡곤란의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에 대하여 산소의 공급을 지시함에 있어 산소의 공급이 중단되어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하고 필요한 산소의 양과 그 구비 여부를 확인한 뒤 모자란 산소를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는 점(피고인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도13959 판결은 담당의사로부터 구급차에 탑승하여 앰부 배깅과 진정제 투여만을 지시받은 인턴에 대한 것으로서, 오히려 위 담당의사는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인 대구지방법원 2009. 11. 25. 2009노3100 판결에서 산소 구비 여부 등에 관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인턴에게 이송을 지시한 과실이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⑧ 피고인의 이 사건 H 병원은 인공호흡기나 제세동기 등을 갖출 의무가 없어 이를 비치하지 않은 상태였던 반면, 위 병원에서 가까운 상급병원인 K병원까지 이동 시간은 대략 15~20분에 불과하였던 점(K병원이 작성한 병원간이송환자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 당시 14분이 소요되었다, 수사기록 제14쪽) 등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응급조치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의 저산소성 뇌손상의 결과에 관하여 피고인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에게는 1회의 벌금 전과 이외에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위 벌금 전과 역시 이 사건과 동종의 것이 아닌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수술의 집도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수술 부작용의 증상과 경과에 대하여 병원 관계자 중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그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의 정도가 가장 크다고 판단되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과실에 관하여 충분한 반성이나 진지한 참회의 심경을 드러내기보다 원심이 자세하게 설시하여 배척한 주장을 계속 되풀이하며 이를 정당화하려고만 한 점,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뇌손상을 입어 그 피해가 중함에도 피해자 측을 위로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고, 피해자 측에서는 피고인의 처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점 등의 불리한 정상,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및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의 형량 역시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전주혜

판사 한성진

판사 박진웅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6.4.선고 2012고단3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