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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2.22. 선고 2017고합905 판결

준강간

사건

2017고합905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문지선(기소), 강민정(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7. 12. 22.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2015. 3. 12. 22:00경 서울 동작구 C에 있는 'D' 주점에서 XX대학교 XX학과 후배인 피해자 E(여, 20세)을 비롯한 같은 학교 동기 및 후배들과 같이 보드카를 마시다가 술자리를 파하고 술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과 헤어져 혼자 집으로 향하던 중 피고인의 뒤쪽에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피고인은 2015. 3. 13. 02:00경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피해자를 부축한 채 서울 동작구 F에 있는 G 여관의 호수를 알 수 없는 호실로 들어가 피해자가 구토를 하자 토사물이 묻은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욕실로 데리고 가 씻기고 침대에 눕힌 다음 입으로 피해자의 음부를 빨고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판단

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①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 등과 함께 있던 술자리에 헤어진 남자친구 H이 나타나자 갑자기 술을 많이 마셔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던 사실, ② 피고인이 피해자를 근처의 여관으로 데려갔고, 그 곳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시도하였으며, 술에 취해 구토를 하는 피해자의 토사물을 씻겨주기도 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의심할 여지는 충분하다.

나. 그러나 이 사건 변론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면서 준강간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1)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건 당일 늦은 밤 피고인이 있는 술자리에 갔고, 그 자리에서 헤어진 남자친구 H을 보고 양주 반병 내지 1병을 연거푸 마신 다음 정신을 잃었는데 그 때부터 기억이 났다가 안 났다가 한다. 누군가 여관 같은 곳에 자신을 데려왔고 다시 정신을 잃었으며 오전에 일어나 보니 자신이 알몸이었고 구토한 흔적이 많았다. 바닥을 보니 쓰고 난 콘돔이 있었고 피고인이 삽입을 하려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계속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는 상태였고 눈을 잠깐 떴을 때 보인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는, 술자리가 파한 후 피고인이 자신을 옆에서 부축하여 여관에 갔던 장면, 여관에서 H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묻는 H에게 '기숙사 화장실이다'라고 대화한 장면, 피고인과 키스를 한 장면, 피고인이 자신의 음부를 애무한 장면, 피고인이 콘돔을 끼우고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잘 되지 않았던 것 같고, 담배를 피우면서 '술 먹어서 잘 안 된다'라고 말한 장면, 피고인이 자신을 깨우면서 엎드려보라고 말하고 몸을 뒤집었던 장면, 그리고 피고인이 자신의 옷을 벗기고 토사물을 씻어준 장면 등은 모두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였다(이러한 내용은 피해자가 이 사건 고소 전 2016. 11. 25. 피고인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상당 부분 언급되어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인 기억에 해당하여 술자리가 파할 무렵부터 정신을 잃었고 잠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위에 저항하지 못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당시 술자리에서 피해자가 H에게 소리를 지르고 울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H이 먼저 자리를 떠났고, 함께 있던 선배 J가 피해자를 달래기도 하였지만, 술자리가 파했을 때 함께 술을 마셨던 선배들은 피해자를 택시에 태워 보내거나 집으로 데려다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당시 피고인은 계산을 하느라 가장 나중에 주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과 모텔에 도착한 후 화장실에서 H에게 전화를 걸어 상당한 시간 동안 통화하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상당히 술에 취하였고 H으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거동과 의사결정이 어려울 정도로 정신을 잃은 상태였는지는 의심이 든다.

3) 피해자는 다음날 피고인이 자신을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물었고 자신이 '술 마시고 그런 거니까 괜찮다. 잊어버리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 피해자는 사건이 있었던 직후 또는 1주일 정도 지나 H에게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사실을 알렸고, 그 후 헤어졌던 H과 다시 만나게 되었으며, 2015. 4. 1. 무렵 피고인의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H에게 알렸고 H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여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고도 진술하였다. 그런데도 피해자와 H은 피고인에게 성폭행 사실에 대해 따지거나 임신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피해자는 2016. 11. 25. 피고인을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후 2016. 12.경 비로소 준강간 혐의로 고소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사건 직후 언행,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경위와 그 시기, 임신중절수술 당시의 상황 및 피고인을 고소하게 된 경위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신체적 변화까지 겪게 되었던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점이 있다.

4)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면서 계속 '일어나 봐. 눈 떠 봐.'라고 말하였고, 후배위를 시도하기 위해 앞서 본 것처럼 엎드려보라고 말하고 몸을 뒤집었으며, 삽입을 시도하다가 잘 되지 않자 담배를 피우면서 '술 먹어서 잘 안 된다'는 말도 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황병헌

판사정진우

판사김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