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공2009하,1420]
[1] 하도급대금지급보증약관에서 건설공제조합의 면책사유로 정한 ‘건설산업기본법령상 하도급을 금지하는 공사를 하도급받거나, 무자격자가 하도급받은 공사인 때’를 해석함에 있어 위 면책사유와 보증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건으로 하는지 여부(소극)
[2] 하도급대금지급보증약관에서 건설공제조합의 면책사유로 ‘건설산업기본법령상 하도급을 금지하는 공사를 하도급받거나, 무자격자가 하도급받은 공사인 때’를 정한 경우, 그 면책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 에서 규정한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1] 하도급대금지급보증약관에서 건설공제조합의 면책사유로 ‘건설산업기본법령상 하도급을 금지하는 공사를 하도급받거나, 무자격자가 하도급받은 공사인 때’를 정한 경우, 위 면책조항은 문언, 다른 면책사유조항과의 체계적 비교, 그 성립경과 등 어떠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면책사유와 보증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 하도급대금지급보증약관에서 건설공제조합의 면책사유로 ‘건설산업기본법령상 하도급을 금지하는 공사를 하도급받거나, 무자격자가 하도급받은 공사인 때’를 정한 경우, 그 면책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 에서 규정하는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무엇보다도 그 계약의 당사자인 건설공제조합의 조합원들의 평균적이고 전형적인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면책사유와 같은 경우에까지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조합원들의 보증수수료를 재원으로 하여 인수되는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책임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확대시켜 결과적으로 조합원들 전체에 불이익으로 돌아가게 되므로 위 면책조항은 조합원들의 평균적이고 전형적인 이익을 기준으로 볼 때 조합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1]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 민법 제105조 [2] 건설산업기본법 제54조 , 제56조 제1항 제1호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항 , 제6조 제2항 제1호 , 민법 제539조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영진 담당변호사 장원필)
참가인 주식회사
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유철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2006. 6. 24. 원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으로부터 고추가공공장 신축공사 중 철골·판넬·창호 및 잡철의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4억 4천만 원에 하도급받은 사실, 참가인은 2006. 7. 13. 피고와 사이에 “참가인이 당좌거래정지 또는 파산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공사대금지급채무를 보증한다”는 내용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보증계약에 관한 하도급대금지급보증약관 제2조 제4호(이하 ‘이 사건 면책조항’이라 한다)는 피고의 면책사유의 하나로 “건설산업기본법령상 하도급을 금지하는 공사를 하도급받거나, 무자격자가 하도급받은 공사인 때”(이하 ‘이 사건 면책사유’라 한다)를 정하고 있는 사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령에 위배되고 무자격자가 하도급받은 공사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면책조항은 이 사건 면책사유와 보증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한데, 이 사건 보증사고는 참가인의 파산으로 인한 것이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의 위와 같은 부적법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면책조항이 적용될 수 없고, 만약 이 사건 면책조항을 이 사건 면책사유와 보증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 사건 면책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6조 제2항 제1호 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피고가 이 사건 면책조항을 들어 주장하는 면책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이 사건 보증금 청구를 인용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이 사건 면책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본다.
우선 이 사건 면책조항은 앞서 든 그 문언을 보더라도 이 사건 면책사유와 보증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약관은 다수의 고객과 사이에 일률적으로 그에 의하여 체결되는 각각의 계약에서 동일하게 그 내용이 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약관의 해석은 모든 고객이 같은 법률관계에 따르게 되도록( 약관규제법 제5조 제1항 이 약관은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러한 취지이다) 일반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행하여져야 한다. 그러므로 특히 약관조항의 해석에서는, 물론 정도의 문제이기는 하나, 의사표시 일반의 해석에서보다 그 문언에 상대적으로 더욱 무게를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보증계약에 관한 위 약관 제2조는 모두 5가지의 면책사유를 정하는데, 그 중에서 제1호와 제2호는 “천재지변, 전쟁, 내란 기타 이와 비슷한 변란 으로 인하여 보증사고가 발생한 때”(제1호), “보증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 로 인하여 보증사고가 발생한 때”(제2호)라고 하여, 이 사건 면책조항과는 달리 그 각 면책사유와 보증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함을 정면에서 요구하고 있다(나아가 제5호는 보증채권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약관 제7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하는 통지의무나 보증채무이행청구를 게을리함으로써 또는 제9조 제1항의 조사 및 자료제출요구에 협조하지 아니함으로써 증가되는 채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보증사고 발생 후에 문제되는 각종의 행태의무 위반에 관한 것이다. 또한 제3호는 “보증서를 보증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때”라는 것으로 보증의 주관적 용도에 관한 것으로서 그 외의 사유들과는 성질을 달리한다). 이들과 비교하여 보면, 이 사건 면책조항이 그러한 인과관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종전에 이 사건 보증계약과 같은 하도급대금지급보증에 관하여 사용하던 약관에서는 이 사건 면책사유와 보증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었으나, 1999. 10. 25.에 이르러, 그러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 사건 면책사유만으로 보증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정이유를 들어 종전의 면책조항을 이 사건 면책조항으로 개정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면책조항은 문언, 다른 면책사유조항과의 체계적 비교 및 그 성립경과 등 어떠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면책사유와 보증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의 재판례는 위와 같은 하도급대금지급보증약관 개정 전의 면책조항에 관한 사안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면책조항이 약관규제법상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인지에 관하여 본다.
(1) 약관규제법 제2조 제3항 은 고객을 “계약의 일방 당사자로서 사업자로부터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받은 자”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피고가 하는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은 피고의 조합원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하수급인에게 부담하는 하도급대금지급채무를 보증하는 이른바 ‘제3자(즉 하수급인)를 위한 계약’이므로, 그 계약의 당사자는 피고와 그 조합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면책조항이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무엇보다도 피고의 조합원들의 평균적이고 전형적인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은 그 성질에 있어서 조합원 상호의 이익을 위하여 영위하는 상호보험으로서 이에 대하여는 보험의 법리가 적용된다(이상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다245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면책조항으로 인하여 조합원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란 건설산업기본법령에 위반한 하도급 또는 무자격자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지급보증을 받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그러한 하도급계약의 체결에 제한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적법한 하도급은 건설산업기본법령의 취지상 금압되어야 하므로 오히려 위와 같은 제한은 당연히 감수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 하도급 또는 무자격자에 대한 하도급과 같이 관련 법령에 위반한 하도급계약은 그 이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로 인하여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건설업자 상호간의 협동조직을 통하여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도모하고 건설업의 영위에 필요한 각종 보증과 자금융자 등을 하기 위하여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같은 법 제54조 이하 참조), 이 사건에서와 같은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은 같은 법 제56조 제1항 제1호 에 근거하여 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에 의하여 하도급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경우나 같은 법에서 요구하는 수급자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의 하도급에 대하여까지 위와 같은 설립취지 또는 보증사업의 취지가 미친다고 할 수 없고, 단지 하수급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가 당연히 보증의 이익을 받는다고 할 것은 아닌 점, 이 사건 보증계약 후인 2008. 9. 24.에 이르러 이 사건 면책조항은 “건설산업기본법령상 무자격자 등 당해 공종(공종)에 대하여 시공자격이 없는 자가 하도급받은 공사인 때”로 변경되어 면책사유의 내용을 좁히고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위 법의 전체적인 규율목적을 살릴 수 있도록 하도급대금보증의 범위를 제한하여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면책사유와 같은 경우에까지 피고의 보증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조합원들의 보증수수료를 재원으로 하여 인수되는 피고의 보증책임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대시켜 결과적으로 조합원들 전체에 불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면책조항은 조합원들의 평균적이고 전형적인 이익을 기준으로 볼 때 조합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면책조항의 해석 및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 제1호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