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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1.5. 선고 2015고합472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사건

2015고합472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피고인

A

검사

민영현(기소 및 공판), 한종무(공판)

변호인

변호사 B, C(국선)

판결선고

2015. 11. 5.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D 테라칸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피고인은 2015. 1. 22. 06:35경 위 차를 운전하여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에 있는 수서역 5번 출구 앞길을 세곡사거리 쪽에서 수서IC쪽으로 편도 4차로 중 3차로를 따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전방은 사거리 교차로 부근으로 신호대기 차량이 많고 사람들의 왕래도 빈번한 곳이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전방을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전방 직진 신호에 따라 교차로를 빨리 지나갈 생각으로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하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과실로 마침 전방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 길을 횡단하는 피해자 E(남, 58세)의 몸통을 위 차의 앞부분으로 충격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2015. 1. 22. 12:33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뇌부종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단

자동차 운전자는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이 사건 사고 당시는 해가 뜨기 전 어두운 새벽이었으며, 피해자는 검정색 상의를 입고 상의에 부착된 모자를 쓰고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보행자를 쉽게 식별할 수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편도 4차로의 간선도로로 사고지점 바로 앞까지 무단횡단을 방지하기 위한 중앙분리대가 긴 구간에 걸쳐 설치되어 있다(전방 교차로에서의 좌회전과 유턴을 위해 사고지점에는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③ 피고인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주행방향과 같은 방향 1차로 앞쪽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버스 앞으로 나와 위 도로를 급하게 횡단하려 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버스 앞으로 나오기 전까지 버스에 가려진 피해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④ 위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도로교통공단 작성의 교통사고 감정서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 피고인이 피해자를 최초로 발견할 수 있었던 지점은 사고지점에 도달하기 약 21~24m 이전 지점이었고, 피고인은 사고지점 도달 약 20m 이전 지점에서 피해자를 발견하였다.

㉡ 일반적인 운전자의 경우 위험을 인지한 때로부터 제동장치를 작동하여 효과적인 감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약 0.95 ~ 1초(운전자가 시각, 청각 등에 의해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데 소요되는 인지시간 약 0.4초 + 가속페달에서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는 제동조치 시간 약 0.25초 + 브레이크 페달에서 바퀴의 제동장치까지 유압이 전달되는 제동장치 작동 시간 약 0.1초 + 바퀴가 잠겨 효과적으로 감속되기 전의 과도시간 약 0.2초)가 소요된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하고 약 1초 후부터 피고인 차량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든 사실이 확인되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발견 즉시 적절한 제동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 이 같이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곳은 사고지점 도달 약 6m 이전 지점이었다.

㉢ 피고인은 당시 제한속도 시속 70km인 간선도로에서 평균 시속 63.1km의 속도로 주행 중이었고, 위와 같은 속도로 주행 중이던 차량이 정지하기까지 필요한 거리는 약 36.1~37m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사고지점 도달 약 20m 이전 지점에서 피해자를 최초로 발견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즉시 제동장치를 조작하여도 피해자와의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웠다(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량 블랙박스 화면에 최초로 나타난, 사고지점 도달 약 27~28m 이전 지점에서 제동장치를 조작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⑤ 피고인은 사고 직전 위 도로 2차로에서 SM5 차량을 뒤따라 주행하던 중 위 차량이 감속하자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여 약 3초간 직진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하였다. 검사는 이런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특별히 전방을 주시하고 좌우를 살필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당시 앞서가던 SM5 차량이 급히 감속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차선 변경을 하기 약 6초 전부터 지속적으로 감속한 것이고 1차로가 좌회전 차로로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SM5 차량 전방에 보행자가 무단횡단하는 것을 예견하여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버스에 가려져 있던 피해자를 미리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배심원의 평결

○ 무죄 7명 (만장일치)

판사

재판장 판사 엄상필

판사 고종완

판사 하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