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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12.24.선고 2020도7981 판결

강제추행

사건

2020도7981 강제추행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이경섭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29. 선고 2019노2513 판결

판결선고

2020. 12.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17879 판결 참조).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5. 3. 18:45경 서울 강남구 '○○○' 음식점에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직원인 피해자(여, 27세) 등과 함께 회식을 하며 피해자의 결혼 여부 등에 관하여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왼팔로 피해자의 머리를 감싸고 피고인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피해자의 머리가 피고인의 가슴에 닿게 하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2회쳤다. 이후 피고인은 다른 대화를 하던 중 "이 년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고 하면서 갑자기 손가락이 피해자의 두피에 닿도록 양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이후 갑자기 피해자의 어깨를 수회 치며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가. 공소사실 기재 음식점은 개방된 홀에 여러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 형태의 중 국집으로 공개적인 장소였고, 그 자리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외에 피고인 회사의 다른 직원 2명과 거래처의 대표 및 직원이 동석해 있었다.

나.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피해자의 머리나 어깨로서 그 신체 부위 자체를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 부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다. 피고인이 한 행위는 피해자의 머리를 감싸고 헤드락을 걸면서 머리를 치거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거나 어깨를 수회 친 것으로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라.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봉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피해자가 이직할 것을 염려하던 차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면서 그와 같은 행동을 했던 것으로, 피고인의 행동이 성적인 언동과 결합되어 있지는 않았다. 마.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였으나, 모멸감, 수치심, 불쾌감을 느꼈다는 취지로도 진술하고 있는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욕설과 모욕적인 언동을 듣게 되어 느끼게 된 불쾌감, 수치심과 구분된 성적 수치심을 명확하게 감지하고 이를 진술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바. 현장에 동석하였던 일행 중 한 명이 피고인의 행동에 대하여 "이러면 미투다." 등의 표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표현이 성범죄인 강제추행죄를 염두에 두고 한 진지한 평가라고 볼 수도 없다.

4.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만 52세의 기혼 남성이고, 피해자는 만 26세의 미혼 여성이며, 피고인과 피해자는 회사의 대표와 직원의 관계였다.

2) 당시 동석했던 거래처 대표가 피해자 및 다른 여직원에게 "결혼을 했냐."고 묻자 피고인은 "얘네는 내가 이혼하면 나랑 결혼하려고 결혼 안하고 있다."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피해자와 다른 여직원은 며칠 후 피고인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자리에서 피고인의 위 말을 지적하며 "행동뿐 아니라 그런 마인드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다. 무의식에 반영된 피고인의 의식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3) 피고인은 위와 같은 말과 욕설 등을 하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갑자기 왼팔로 피해자의 목과 머리를 감싸 안고 피고인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피해자의 머리가 피고인의 가슴에 닿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욕설을 하며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어깨를 수회 치는 등 행위를 하였다.

4)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에 대하여 거래처 대표는 "이러면 미투다. 그만하라."고 하며 말렸고, 이후에도 피고인의 행동이 계속되자 피해자가 결국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려 회식 자리가 마무리 되었다.

5) 당시 상황과 감정에 대하여 피해자는 "저의 목을 헤드락 걸 듯 안고 품에 넣고 머리를 주먹으로 두 번 쳤다.", "저를 확 끌어당겨서 안았기 때문에 머리가 분명히 가슴에 닿았다.", "대표의 가슴에 제 머리가 닿을 때나, 손으로 제 머리를 잡을 때 손가락으로 제 두피를 만지는 것이 느껴져 소름끼쳤다.",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 "모멸감에 수치스럽고 불쾌했다. 머리채 잡을 때 손끝이 느껴졌다. 너무 불쾌했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행동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1)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별, 연령, 관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동은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임이 분명하고,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기습추행의 경우 공개된 장소이고 동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추행 여부 판단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2)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부위에 따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52 판결), 피고인의 첫 번째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의 팔과 피해자의 목 부분이 접촉되었고 피해자의 머리가 피고인의 가슴에 닿았는바, 그 접촉부위 및 방법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이다.

3) 피고인이 공소사실 행위 전후에 했던 말들, 즉 피해자 등이 나랑 결혼하려고 결혼 안하고 있다던가, 이년 머리끄댕이를 잡아 붙잡아야겠다는 등의 발언과 그 말에 대한 피해자와 동료 여직원의 항의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말과 행동은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

4)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였고, 당시의 감정에 대하여 '소름끼쳤다.'는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 불쾌함'을 느꼈다고 분명히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피해자의 피해감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

5) 거래처 대표가 피고인의 행동을 가리켜 "이러면 미투다."라고 말한 것이 강제추행죄의 성부에 대한 법적 평가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행동이 제3자가 보기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 나아가 위와 같은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강제추행의 고의도 인정되며, 피고인에게 성욕의 자극 등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거나 피해자의 이직을 막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동이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정화

대법관이기택

대법관김선수

주심.대법관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