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미간행]
[1]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였다가 환자에게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우기 위한 요건
[2]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 / 의사에게 진료방법을 선택할 폭넓은 재량권이 있는지 여부(적극) 및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1]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공2011상, 960) [2]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도3090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도13959 판결 (공2011하, 2164)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도16101 판결
피고인
피고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였다가 환자에게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상해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고인이 고령의 간경변증 환자인 피해자 공소외 1에게 화상 치료를 위한 가피절제술과 피부이식수술(이하 통틀어 ‘이 사건 수술’이라고 한다)을 실시하기 전에 출혈과 혈액량 감소로 신부전이 발생하여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지 아니한 채 수술을 실시한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신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의 남편 공소외 2는 피해자가 화상을 입기 전 다른 의사로부터 피해자가 간경변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수술이라도 받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이러한 이유로 피해자와 공소외 2는 피고인의 거듭된 수술 권유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술을 받기를 거부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로 보건대, 피해자와 공소외 2는 피고인이 수술의 위험성에 관하여 설명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수술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나 공소외 2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수술의 위험성에 관하여 설명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나 공소외 2가 수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의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이와 달리 설명의무를 위반한 피고인의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과실의 유무는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인 의사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이때 사고 당시의 의학의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의사에게는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경험 등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폭넓은 재량권이 있으므로, 의사가 특정 진료방법을 선택하여 진료를 하였다면 해당 진료방법 선택과정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진료의 결과만을 근거로 하여 그 중 어느 진료방법만이 적절하고 다른 진료방법을 선택한 것은 과실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도309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앞서 본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 외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을 실시하기 전에 수술을 실시하였을 때의 출혈 위험성과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의 감염 가능성을 비교하는 등 수술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한 채 수술을 실시한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신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1)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화상 상처가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피해자의 간기능 관련 수치가 낮았고,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으며, 혈소판 수치가 75K/uL로 정상치보다 낮아 출혈경향이 매우 증가되어 있었는데도, 피고인이 수술 시 출혈로 인한 위험과 비수술 시 감염으로 인한 위험을 비교·판단하지 아니한 채 수술을 실시하였다.
3) 피해자에 대한 2010. 10. 15.자 혈액응고인자(COA) 검사에서 관련 수치가 모두 정상치를 벗어나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2010. 10. 27. 수술을 실시하기 전에 다시 혈액응고인자 검사를 하여 피해자의 출혈경향이 어떠한지를 다시 확인하였어야 하는데도 위 검사를 하지 아니한 채 수술을 실시하였다.
4) 피해자가 화상을 입기 전 다른 병원에서 간경변증 치료를 받아왔고, 공소외 2가 다른 의사로부터 간경변증 때문에 피해자가 수술을 받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피고인에게 알렸는데도, 피고인이 해당 의사 등에게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하여 문의하거나 상의를 하지 아니하고 수술을 실시하였다.
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가 고령의 간경변증 환자인 점, 화상 상처가 악화되고 있었던 점, 다른 고령의 화상 환자가 수술을 실시하지 않았다가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상처 부위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술을 실시할 필요가 있었고, 피해자의 간경변증의 정도, 수술부위의 크기, 수술 내용, 수술에 성공한 다른 간경변증 환자의 사례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해자가 수술로 인하여 사망할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수술을 실시하였다고 주장한다. 앞서 본 법리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황과 자신의 지식·경험 등에 따라 피해자에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치료방법으로서 비수술요법 대신 수술요법을 선택한 것이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선택과정에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하여야 하는데,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선택과정에 합리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
1) 피고인이 작성한 2010. 10. 25.자 경과기록지에는 “공소외 1 환자 수술 설명”이라는 제목 아래 “상처악화(환자상태)”, “상처감염 → 패혈증 → 사망”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처가 악화되어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그와 같은 판단 내용을 피해자 측에 설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록 간호정보조사지나 간호기록지의 내용으로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되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경과기록지의 내용과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처가 악화되지 않았는데도 상처가 악화되었다고 잘못 판단하였다거나 수술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수술이 필요하다고 잘못 판단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2) 원심이 유죄판단의 근거로 삼은 공소외 3의 증언과 공소외 3 작성의 감정서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간기능 관련 검사결과와 혈액응고인자 검사결과를 기초로 판단할 때 피해자는 당시 객관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은 혈액응고인자 관련 수치만으로는 수술 후 출혈경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혈액학회지 논문을 제출하였다. 따라서 2010. 10. 15.자 혈액응고인자 검사결과 관련 수치가 정상치를 벗어나 있었다고 하여 그로부터 12일 후에 수술을 실시하면서 수술 전 동일 항목의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였다거나, 피해자의 간경변증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다른 의사에게 문의할 필요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공소외 3은 제1심 공판기일에서 혈소판 수치가 75K/uL인 경우 수술 시 출혈경향이 높다고 증언하였는데, 그 증언 내용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고, 수술 시 출혈경향은 혈액응고인자 관련 수치, 혈소판 수치, 환자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출혈경향 판단에 있어서 혈소판 수치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구체적인 혈소판 수치와 출혈경향의 상관관계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피해자의 혈소판 수치가 75K/uL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피해자의 출혈경향이 현저히 증가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피해자의 신장 기능과 관련하여서도, 공소외 3은 당초 피해자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고 증언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였고, 달리 피해자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다.
라. 그런데도 이와 달리 수술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한 채 수술을 실시한 피고인의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 재량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