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기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인정된죄명:사기)
2014도11744 가 사기
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인정된 죄명 : 사기)
1. 가. A
2. 가. 나. B
피고인들
변호사 BH (국선, 피고인 A을 위하여)
변호사 BI, BJ, BK (피고인 B을 위하여)
법무법인 BB
담당변호사 BC, BG, BF (피고인 B을 위하여)
서울고등법원 2014.8.28. 선고 2013노3864 판결
2015.1.29.
원심판결 중 각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 B이 이 사건 집합건물을 신축하면서 주식회사 삼화상호저축은행(이하 '삼화저축은행'이라고 한다)으로부터 28억 원을 대출받고, 그 대지와 신축 중이던 집합건물을 대한토지신탁 주식회사(이하 '대한토지신탁'이라고 한다)에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의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도, 위 신축공사의 공사업자인 피해자들에게 담보신탁계약 체결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마치 담보가치가 있는 것처럼 집합건물 중 일부 호실의 분양계약서를 담보 명목으로 교부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공사를 진행하게 하거나 채무변제를 유예 받음으로써, 당시 이미 공사가 완료된 피해자 S으로부터는 공사대금채무와 대여금채무의 변제를 유예받는 재산상 이익을, 피해자 P, V, X으로부터는 공사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고, 피고인A은 피해자 V, X에 대한 범행과 관련하여 공사현장에서 공사지시를 내리는 등 현장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피고인 B과 공동하여 범행하였다는 것이다.
나. 제1심은 피해자 V, X과 관련한 공소사실 중 위 피해자들이 분양계약서를 교부받을 당시 이미 공사가 진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피해자들의 처분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그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에 더하여, 피해자 P와 관련한 공소사실 중 위 피해자가 분양계약서를 교부받을 당시 이미 공사가 진행되었던 부분에 대하여도 동일한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고, 나머지 사기죄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유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와 관련된 어떤 구체적인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장차 매매의 효력이나 매매에 따르는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와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매수인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교부받는 한편, 매수인이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받았더라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므로, 매수인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에 해당한다. 그러나 매매로 인한 법률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없고 매수인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사유까지 매수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제1의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제2의 매매계약의 효력이나 그 매매계약에 따르는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 온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 제2의 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실현에 장애가 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매도인이 제2의 매수인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제2의 매수인을 기망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이중양도담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도1517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들이 경영하던 주식회사 I(이하 'I'라고 한다)는 이 사건 집합건물 신축사업을 시행하면서 그 대지의 매수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2006. 10. 31.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28억 원을 대출받았다. (2) I는 2006. 11. 3.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위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대한토지신탁이 이 사건 대지를 보전·관리하고 채무불이행 시 이를 환가 · 정산하는 내용의 담보신탁계약을 대한토지신탁과 체결하였는데, 집합건물 완공후에도 가 위 대출금을 변제하지 아니하는 경우 집합건물에 관하여도 동일한 내용으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이 특약사항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3) 피해자들이 공사대금채권 등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집합건물 중 일부 호실에 관하여 분양계약서를 교부받았던 2007. 7.과 2007. 11.에는 위 담보신탁계약에 따라 대지에 관하여만 대한토지신탁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을 뿐, 신축 중
이던 집합건물에 관하여는 담보신탁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4) I는 그 후 집합건물을 완공하고도 삼화저축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위 특약사항에 따라 2008. 3. 26. 집합건물 전체에 관하여 대한토지신탁과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대한토지신탁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해주었다. (5) I는 2008. 5. 15. 주식회사 우리은행(이하 '우리은행'이라고 한다)에서 27억 5,600만 원을 대출받아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대출원리금 중 일부를 변제하고 대지와 집합건물에 관한 신탁등기를 말소한 다음, 집합건물 전체에 관하여 채무자를 1로 하고 채권자 우리은행, 채권최고액 33억 720만 원으로 하는 1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채권자 삼화저축 은행, 채권최고액 14억 3,000만 원으로 하는 2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었다. (6) 우리은행이 위와 같이 대출을 하기 위하여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실시한 감정평가 결과에 의하면, 2008. 4. 15.을 기준으로 한 이 사건 집합건물의 가액은 67억 400만 원이었다. (7) 한편, 다른 공사업자인 AR이 대물로 이전받은 601호에 관하여는 2009. 2. 20. 위 각 근저당권등기가 말소된 다음, 채권자 우리은행, 채권최고액 5,400만 원으로 하는 1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채권자 삼화저축은행, 채권최고액 1,950만 원으로 하는 2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각 마쳐졌다.다. 우선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담보신탁계약 체결사실과 그 특약사항에 관하여 피해자들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특약사항에 따라 가 집합건물과 관련하여 대한토지신탁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는, 대출금 미변제시 대지에 관한 담보신탁계약과 동일한 내용으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채권적 의무에 불과하다. 만약 집합건물에 관한 분양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면 I는 집합건물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필요 없이 기존 대출금을 변제하고 대지에 관한 신탁등기를 말소한 후 해당 호실에 관하여 피해자들에게 이전등기를 하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실현시켜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지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나 집합건물에 관한 특약사항 자체가 피해자들이 담보 명목으로 교부받은 분양계약서에 대한 권리를 실현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고, 이는 I가 담보신탁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인들이 담보신탁계약 체결사실이나 그 특약사항에 관하여 피해자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피해자들을 기망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또한, 피해자들이 교부받은 분양계약서가 담보가치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이 사건 집합건물의 완공 후 가액 67억 400만 원이 우리은행과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합계액 47억 3,720만 원을 크게 상회한다. 601호의 경우에서 보듯이 각 호실에 설정된 우리은행과 삼화저축은행의 기존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하고 채권최고액을 분할한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그 분할된 채권최고액이나 피담보채무액을 제외한 각 호실의 잔존 가치를 보유하는 것도 가능했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분양계약서를 교부받을 당시에도, 향후 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해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로 인하여 해당 호실의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이 담보가치가 없는 분양계약서를 담보가치가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하였다는 사실도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마. 나아가, 피고인들이 담보신탁계약 체결사실 등을 고지하지 않고 분양계약서를 교부한 행위와 피해자들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집합건물 신축사업의 시행자가 오로지 자기 자금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현실적으로는 대출금과 분양대금으로 부지 매수대금과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집합건물 신축사업의 현실과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공사업자인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도 이 사건 대지나 집합건물에 관하여 담보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거나 향후 설정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또한 피해자들이 기성공사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대신 그 채권 담보를 위하여 분양계약서를 교부받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도 I에 충분한 자금이 없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사업자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유치권을 행사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직접적인 담보가 없다고 하여 공사를 실시할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피해자들도 담보 없이 공사를 시작하였다. 피해자들은 피고인 A의 방해 때문에 실제로는 유치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사 시작이나 분양계약서 교부 무렵에는 피해자들도 유치권 행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해자 S은 공사가 완료된 상태에서, 나머지 피해자들은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분양계약서를 교부받았는데, 그런 상태에서 그 공사대금 등의 채무변제를 유예하거나 공사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하여, 분양계약서의 담보가치 정도가 그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서 본 바와 같이 분양계약서의 담보가치가 없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무액 등을 공제한 해당 호실의 잔여 가액이 분양계약서 교부 후 시공한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액이나 채무변제 유예로 인한 손실액을 상회한다면, 피해자들로서는 분양계약서라도 교부받고 공사를 계속하거나 채무변제를 유예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담보신탁계, 약 체결사실 등을 고지하지 않고 분양계약서를 교부한 행위와, 피해자들이 공사를 계속하거나 채무변제를 유예한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 결국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와 원심판결의 판시 이유를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나 피고인들의 행위와 피해자들의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사기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사기죄의 기망과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각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민일영
대법관박보영
주심대법관김신
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