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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고등법원 2007. 10. 10. 선고 2006누9285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승진)

피고, 피항소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참가인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김성수외 2인)

변론종결

2007. 9. 14.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05. 4. 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04부해895호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85. 1. 14. ○○그룹 공채로 입사하여 ○○○○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00. 7. 1. 참가인 주식회사(이하 ‘참가인’이라 한다)로 전직하여 2003. 1. 22.부터 동부지점의 지점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참가인은 2003. 9. 5. 원고가 직장 내 여직원들을 성희롱하고 조직력을 저해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해고 하였는데(이하 ‘1차 해고’라 한다), 이에 대한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04. 1. 29. 징계양정이 과다하고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1차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하고 원직복귀 등의 구제명령을 발하였고, 참가인은 위와 같은 구제명령에 따라 2004. 3. 19. 원고에 대한 1차 해고를 취소하고 2004. 3. 22. 원고를 서울영업사업부 지원팀 담당부장으로 복직시켰다.

다. 참가인은 원고에 대하여 새로이 상벌위원회를 거친 다음, 2004. 4. 21. 직장 내 여직원들을 성희롱하였다는 등의 징계사유를 보완하여 다시 징계해고 하였다(이하 ‘2차 해고’라 한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2005. 4. 8.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갑 2호증의 1, 2, 갑 5호증의 1, 2, 갑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한 2차 해고는, (1) 해고사유가 부존재하거나 왜곡, 과장되었고, (2) 1차 해고 사유 이외에 새로운 비위사실이 없음에도 같은 사유로 거듭 해고한 것으로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며, (3) 가사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고 비위내용이 비교적 경미하고 참가인이 원고 등에 대하여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원고가 20년간 어떠한 징계도 받은 사실이 없고 참가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표창 등을 받았으며 2003년 원고가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지점이 최우수지점상을 수상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징계양정이 과다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하였다.

나. 인정 사실

(1) 2003. 7. 11. 이전 원고의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경위

(가) 원고가 근무하던 참가인의 동부지점은 기존의 구리지점과 동대문지점이 통합되어 2003. 1.경부터 새로 신설된 곳이며, 원고는 참가인의 강서지점, 태평로지점, 안산지점 등에서 차장 또는 지점장으로 근무하다가 2003. 1. 22.부터 위 동부지점의 최초 지점장으로 영업과장 1명, 대리 1명, 주임 3~4명, 여자 사원 10여 명과 함께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참가인의 안산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2002. 7.경 여직원 소외 1이 점심시간에 혼자 남아 팩스를 이용하여 서류를 전송하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소외 1을 껴안아 그를 당황스럽게 하였고, 2003. 2.경 술에 취하여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경까지 사이에 여러 차례 소외 1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야, 내가 너 사랑하는지 알지. 너는 나 안보고 싶냐”는 등의 말을 하였다.

(다) 원고는 참가인의 동부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2003. 4.경 원고의 사무실인 지점장실에 여직원 소외 2에게 목과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하였고, 2003. 6. 토요일 저녁에 여직원 소외 3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집이 비어 있는데 놀러 오라’고 요구하였다.

(라) 또한, 원고는 2003. 6. 11. 직원 회식을 마치고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중 계단에서 갑자기 여직원 소외 4를 껴안고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라고 말하면서 볼에 입을 맞추었으며, 2003. 7.경 여직원 소외 5가 업무를 보고할 때 성과가 좋다고 하면서 “열심히 했어, 뽀뽀”하면서 얼굴을 들이대는 등의 행동을 하였고, 소외 5가 휴가를 가겠다고 보고하자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위 여직원을 껴안았다.

(2) 2003. 7. 11. 회식 전후 원고의 성희롱 경위

(가) 원고가 지점장으로 근무한 참가인의 동부지점은 최초 신설된 때인 2003. 1.경에는 지점의 영업실적이 다른 곳에 비하여 저조하였으나,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03. 7. 11. 같은 해 6월 지점의 영업실적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 참가인의 전국지점 중 1위를 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나) 원고는 2003. 7. 11. 참가인의 컴퓨터 전산망을 통하여 위와 같은 결과를 알게 되자 당시 동부지점의 서무를 담당하던 소외 2를 지점장실로 불러 동부지점의 다른 직원들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알리라고 지시하면서, 흥분을 이기지 못하여 원고의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던 소외 2를 갑자기 껴안았다.

(다) 그 후 원고를 비롯한 위 동부지점 직원들은 같은 날 저녁에 회사 부근의 온달식당에서 최우수지점 선정 축하 회식을 하게 되었는데, 수차례 선정 축하에 따른 건배 등 음주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는 여직원들을 자신의 좌석 옆자리로 불러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술을 먹도록 권유하였고, 여직원 소외 6의 옆자리에 앉아 귓속말을 하면서 그의 귀에 입을 맞추거나 자리를 옮기는 여직원 소외 3의 엉덩이를 치는 등의 행동을 하였으며, 여직원 소외 7에 대해서는 원고가 한 입 먼저 먹은 상추쌈을 먹도록 하였다.

(라) 또한 원고는 위 온달식당에서 회식을 마치고 식당 앞으로 직원들과 함께 나가는 과정에서 모여 있던 직원들 중 여직원 소외 4, 7, 8 등 수명의 여직원들을 차례로 껴안아 올리거나 도는 등의 행동을 하였는데, 특히 소외 8의 경우 그의 가슴 부위를 안고 들어 올려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여직원들에게도 불쾌감을 느끼게 하였다.

(3) 원고에 대한 조사 및 1차 해고 경위

(가) 참가인은 2003. 7. 26. 인사 관련부서인 신문화팀에 익명으로 위 동부지점 여직원 중 1명으로부터 원고가 위 동부지점 여직원을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하였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자, 2003. 8. 6. 위 신문화팀의 직원을 동부직원에 보내 여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여부를 조사하였는데, 소외 2를 비롯한 8명의 여직원들은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나) 위 신문화팀의 직원들은 원고에게 여직원들의 진술내용을 익명으로 하여 전달하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부인하면서 진술한 여직원들과의 대면 등 실명을 요구하자, 피해자들의 보호를 이유로 원고에게 여직원들을 만나지 말라고 한 다음 2003. 8. 11. 원고를 서울지역사업부로 대기발령하였다.

(다) 참가인은 2003. 8. 25.과 같은 해 9. 2.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의견을 듣고 징계 여부를 심의하였는데, 당시 원고로부터 수차례 실명확인서의 열람, 진술한 여직원과의 대질 등을 통한 사실 확인절차를 요청받았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절차를 진행시켰고, 2003. 9. 5. 이 사건 1차 해고를 하였다.

(라) 원고는 2003. 8. 6. 신문화팀 직원으로부터 위와 같은 조사내용을 듣자, 같은 달 7.부터 8.경까지 사이에 여직원들을 지점장실로 불러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려 하였으나 여직원들로부터 특별한 내용을 확인받지 못하였고, 같은 달 11.부터 다른 부서로 배치되어 여직원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자 그 중 일부 여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대로 말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수집하려고 노력하였는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1차 해고 후인 2003. 9. 10.에는 아무런 연락 없이 여직원 소외 7의 집에 찾아가 사건 경위와 소외 7의 느낌 등을 묻고 그 내용을 몰래 녹취하였다.

(4) 2차 해고 경위

참가인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위와 같이 구제명령을 받게 되자, 원고를 복직시킨 다음 새로이 상벌위원회를 거친 다음 다시 이 사건 2차 해고를 하였는데, 1차 해고 사유 외에 위 안산지점장 재직시 소외 1을 껴안았다는 점과 원고가 자신의 행위를 은폐, 합리화하기 위하여 참가인의 지시를 어기고 피해 여직원들을 접촉하여 회유하였다는 점을 징계사유로 추가하였다.

(5) 기타 징계 양정 사항

(가) 원고는 1997년경 ○○○○보험 주식회사의 중곡 영업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회식자리에서 새중곡영업소장이던 소외 9의 볼을 깨물어 상처를 입혀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

(나) 원고는 평소 격려의 의미에서 직원들의 손 등을 토닥거리는 등의 행동을 자주 하였는데, 위 동부지점의 여직원들이 2003. 7. 11. 회식 이전에 원고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없고, 함께 근무하였던 여직원 소외 10이나 소외 11의 경우 원고의 행동이 약간 지나치나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여 수치심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였으며, 피해 여직원 중 소외 5는 2003. 8. 6. 처음으로 피해사실을 진술하면서도 원고에 대한 징계 등 불이익처분은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다) 원고는 2003. 8. 23. 이 사건 1차 해고를 위한 심의과정에서 위 신문화팀장 소외 12로부터 원고의 평소 소행 및 성격 등에 대하여 직원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제출할 경우 참조하겠다는 말을 듣자 동료직원들에 부탁하여 같은 달 25. 약 40여 명의 동료들로부터 원고에 대한 인물평을 받아 소외 12에게 제출하였는데, 대부분 그 내용은 원고의 평소 성격이나 행동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소외 12는 같은 달 26. 작성한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어 작성경위와 이 사건에 대한 사실 인식 여부를 물으면서 첨부문서로 당시 문제된 원고의 성희롱 사례 중 일부를 열거하고 피해 여직원들이 더 이상 마음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였다.

(라) 참가인은 2001. 10. 9.경 사내방송을 통하여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였고, 2002. 5. 27.부터 같은 달 31.까지 사이에는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서울CRM 센터 등을 포함하여 직원들에게 2시간의 성희롱 예방을 포함한 강의를 하였으며, 2002. 9.경에는 간부용, 여사원용, 남사원용으로 구분된 ‘성희롱 예방카드’와 ‘성희롱 예방 가이드 책자’등을 제작·배포하였다.

(6) 참가인의 인사 및 징계 관련 규정

(가)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29조에서는 징계사유로, 서약서 또는 회사의 제 규칙에 위반하거나 기타 업무상의 의무에 위배되는 언동을 함으로써 사내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2호), 사내외 질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풍기를 문란시킨 경우(17호),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훼손하거나 사원으로서의 체면을 손상한 경우(18호), 조직융화를 해치거나 조직력을 저해시키는 경우(19호), 성적인 언어나 행동 등으로 또는 이를 조건으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게 하여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20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나) 또한 참가인의 상벌규정 제32조(징계조치의 결정)에서 상벌위원회는 징계혐의자의 비위 유형, 비위의 정도 및 고의, 과실의 경중, 평소의 근무태도, 근무성적 등을 감안한 별지 제3호의 ‘징계조치 결정기준’에 따라 징계조치 안을 심의, 의결하도록 규정하였는데, 그 별지 제3호(징계조치 결정기준)에서는 신의성실의 위반 등 9종류의 비위 유형별로 ‘위반의 범위가 크고 중하며 고의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징계해직에, ‘위반의 범위가 중하며 중과실이거나, 위반의 범위가 작고 경하며 고의가 개재된 경우’에는 정직·강격(다만 공금 횡령 등 일부 사유에 대해서는 징계해직)에, ‘위반의 범위가 크고 중하며 경과실이거나, 위반의 범위가 작고 경하며 중과실인 경우’에는 감봉·감급에 각 처하도록 규정하여 징계사유 및 정도에 따라 징계종류를 구분지어 규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갑 3, 4, 6, 7호증, 갑 8호증의 1, 2, 갑 9호증, 갑 10호증의 1, 2, 갑 12호증, 갑 13호증의 1 내지 3, 갑 15호증의 1, 2, 갑 16호증의 1, 2, 갑 18호증의 1, 2, 갑 20호증의 1 내지 3, 갑 25호증의 1 내지 29, 갑 26 내지 47호증, 갑 48호증의 1, 2, 갑 49호증의 1, 2, 갑 54호증, 갑 57호증의 3, 갑 61호증, 갑 62호증의 1, 2, 갑 63호증의 1, 2, 갑 64호증의 1 내지 3, 갑 67호증의 1 내지 3, 갑 68호증, 갑 70호증, 을 1호증의 1, 2, 을 2 내지 8호증, 을 9호증의 1, 2, 을 22호증의 1 내지 3, 을 23호증의 1 내지 3, 을 26호증, 을 27호증의 1 내지 9, 을 29호증의 1 내지 3, 을 30 내지 32호증, 을 33호증의 1 내지 3, 을 36 내지 38호증, 을40호증의 1 내지 8, 을 41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3, 당심 증인 소외 11, 14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라. 판단

(1) 징계사유 해당 여부

(가) 성희롱 여부

1)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에서 규정한 ‘직장내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6.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참조).

2)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의 여직원들에 대한 행동이 원고의 성적 동기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지점장으로서 여직원에 대한 격려의 의도나 또는 전국 최우수지점으로 선정된 데 따른 과도한 흥분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유사한 행동이 반복되었을 뿐 아니라 그 행위의 내용이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친밀감 있는 행동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으로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여직원들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원고의 언동은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나) 지시불이행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2003. 8. 6. 원고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참가인의 직원으로부터 피해자인 여직원들의 보호를 위하여 그 접촉을 금지한다는 지시를 받은 후에도 여직원들에게 사실 확인을 위하여 통화하거나 개별 만남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지시를 준수하지 않았다 할 것이나, 한편 당시 원고에게 교부된 사실확인서도 모두 익명으로 되어 있어 원고로서는 자신에 대하여 어떤 행동이 징계사유로 문제된 것인지 여부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원고가 피해 여직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한 것은 징계대상자의 처지에 놓인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그 내용 또한 자신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 여직원들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 것이라기보다는 진술내용 및 진행경과의 확인에 불과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고의 행동을 두고 참가인의 지시를 위반한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론

따라서 참가인이 지시 위반을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로 삼고, 피고 또한 이를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한 부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나, 위에서 인정한 원고의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행위만으로도 참가인의 사내 질서를 해치고 그 명예를 훼손시켰으며 이로 인하여 여직원들의 고용환경을 악화시킨 행위로서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29조 제2, 17 내지 20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일사부재리 또는 신의칙 위반 여부

(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은 근로자의 기업질서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로서의 벌이고, 자체의 재심절차에서도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절차의 하자나, 징계사유의 인정, 징계양정의 부당 등에 잘못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때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법원의 무효확인판결을 기다릴 것 없이 스스로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이 적법한 징계처분을 하는 것도 가능하며, 징계해고처분이 취소되면 해고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로 소급하여 해고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그 후 새로이 같은 사유 또는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여 다시 징계처분을 한다고 하여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53102 판결 , 1994. 9. 30. 선고 93다26496 판결 등 참조).

(나)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1차 해고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따라 1차 해고처분을 취소한 다음 다시 해고절차를 거치고 1차 해고사유와 같은 사유에다가 해고의 양정사유를 추가로 보완하여 한 2차 해고가 1차 해고와 그 사유가 대부분 같다고 하더라도 일사부재리 또는 신의칙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해고를 함에 있어서의 '정당한 이유'라 함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한편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사유를 규정하면서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여러 등급의 징계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한 경우에 그 중 어떤 징계처분을 선택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재량은 징계권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것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며, 징계사유와 징계처분과의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의 존재가 요구되고, 경미한 징계사유에 대하여 가혹한 제재를 과하는 것은 징계권의 남용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0다20428 판결 , 1992. 5. 22. 선고 91누5884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함께 근무하는 많은 여직원들에게 반복하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하고, 일부 여직원들에게는 휴일이나 심야에 수차례 전화를 거는 등 상식을 벗어났다고 보일 정도의 지나친 관심을 표현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심적 고통을 유발시켰으며, 이로 인하여 여직원들이 징계를 요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와 같은 행동에 관하여 상당히 중한 내용의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한편, 원고의 위와 같은 행동이 비록 여직원들로 하여금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일부 여직원의 경우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그 정도가 중하다고는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위와 같은 행동이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나 성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지점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나름대로 직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여 직장 내 일체감과 단결을 이끌어낸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점, 위와 같은 원고의 행동이 도저히 수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면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참가인의 전국최우수지점이라는 실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한편 원고의 이 사건 성희롱행위 중 많은 부분이 2003. 7. 11. 전국최우수지점 선정을 축하하는 회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원고가 위와 같은 실적에 지나치게 흥분하고 들뜬 상태에서 술에 취하여 우발적으로 여직원들에게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된 것으로 그 경위나 동기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동은 그 동안의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의하여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여 참가인의 상벌규정에서 정한 해직요건인 ‘고의성이 현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1차 해고에 대하여 구제명령을 발하자 참가인은 1차 해고를 취소한 다음 특별히 새로운 비위사실이 없음에도 곧바로 원고를 다시 해고한 사정을 더하여 보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와 징계처분으로서의 해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이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으며,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가장 무거운 해고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징계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2차 해고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함에도, 원고의 성희롱행위가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하므로 참가인의 2차 해고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위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취소되어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용호(재판장) 유승룡 박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