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피플 담당 변호사 유정은 외 1인)
근로복지공단
2016. 6. 7.
1. 피고가 2014. 9. 2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와 내용
가. 소외인(원고의 아들, 생년월일 생략)은 2014. 2. 24. 주식회사 삼성에이치알엠에 입사한 후 그때부터 2014. 4. 19.까지 (상호 생략)에 파견되어 근무하였다. 소외인은 휴대전화 내장용 안테나(갤럭시5의 안테나)의 샘플을 채취하여 3차원 부품 측정, 품질검사, 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소외인은 2014. 4. 19. 09:54경 소외 2(동료 직원)와 함께 약 10분 동안 약 5kg의 박스 80개를 한 번에 2개씩 화물차에 싣는 일을 한 후 사무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Cardiac Tamponade) 주1) ’로 사망하였다(이하 소외인을 ‘망인’이라 한다).
다. 원고는 2014. 7. 1.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 9. 22. “망인의 사망 원인(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6, 9, 10, 1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7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소외 2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상호 생략)에서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하였고, 휴대전화 부품인 소형 안테나의 크기 측정 및 불량 여부 검사는 정밀 작업이었기 때문에 정신적 긴장 상태가 요구되었다. 또한 망인은 2014. 4. 19. 09:50경 박스를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하였는데, 이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갑자기 심한 신체적 부하를 가중시키는 육체 활동이었다. 이로써 급격한 혈압 변동과 혈압 수축으로 인한 혈관병변 등이 자연 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고 현저하게 악화되어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이르렀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판단
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인정 사실
1) 망인의 건강 상태
가) 망인은 신장 170cm, 체중 66kg으로 하루에 반 갑 정도 흡연을 하였고 주 1회 회당 소주 반병 정도의 음주를 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 수진 내역상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없다.
나) 다만 망인은 2014. 4. 7.과 2014. 4. 12. 가슴이 몹시 답답하다고 하면서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상세불명의 흉곽 부분의 염좌 및 긴장’으로 진단받았다.
2) 망인의 업무 등
가) 망인은 휴대전화 내장용 안테나를 하루에 3회 정도 수거하여 제조 현장과 분리된 별도의 사무실에서 동료 직원 4명과 3D 측정기와 캘리퍼스로 성능, 외곽 치수를 검사한 후 그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나) 망인은 2014. 2. 24.부터 2014. 4. 19.까지 매주 6일을 보통 08:30경 출근하여 20:30경까지 근무하였다(일요일에는 08:30경 출근하여 17:30경까지 근무하였다). 망인은 발병 전 8주간 주당 평균 69시간을 근무하였고,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62시간을 근무하였다. 망인은 2014. 3. 7.부터 2014. 3. 25.까지는 휴무일 없이 근무하였고, 발병 전 8주간 휴무일은 6일에 불과하였다. 구체적인 망인의 근무시간 내역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발병 전 | 근무 기간 | 근무 일수 | 총 업무시간 | 4주간별 근무시간 내역(주당 평균) |
1주간 | 2014. 4. 12. ~ 2014. 4. 18. | 6 | 53:30주2) | ㆍ 총 근무 249시간 (주당 평균 62시간)ㆍ 총 28일 중 23일 근무 (휴무일 5일) |
2주간 | 2014. 4. 5. ~ 2014. 4. 11. | 5 | 58:00 | |
3주간 | 2014. 3. 29. ~ 2014. 4. 4. | 6 | 70:30 | |
4주간 | 2014. 3. 22. ~ 2014. 3. 28. | 6 | 67:00 | |
5주간 | 2014. 3. 15. ~ 2014. 3. 21. | 7 | 76:00 | ㆍ 총 근무 290시간 (주당 평균 72시간 30분)ㆍ 총 26일 중 25일 근무 (휴무일 1일) |
6주간 | 2014. 3. 8. ~ 2014. 3. 14. | 7 | 87:00 | |
7주간 | 2014. 3. 1. ~ 2014. 3. 7. | 6 | 77:30 | |
8주간 | 2014. 2. 24. ~ 2014. 2. 28. | 5 | 49:30 |
53:30 주2)
3) 의학적 소견
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소견
망인은 대동맥 시작 부위에서 발생한 박리성 대동맥류의 외벽 및 내벽이 파열되어 서로 관통함으로써 다량(약 500cc가량)의 출혈이 심낭 내에 고여 심장을 압박함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망인의 사인은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로 사료된다.
나) 피고의 자문의 소견
(1) 자문의사 1
대동맥류는 대동맥벽 약화로 발생하고 고혈압, 동맥경화, 죽상동맥경화, 세균감염 또는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된다. 생성된 동맥류가 서서히 커지면서 흉통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고, 대부분 경우 파열되면서 급격한 증상이 일어난다. 망인의 경우 발병 전 24시간 내 업무에서 돌발적이고 급격한 작업 환경의 변화가 인지되지 않았고, 단기간 업무에서도 업무의 강도, 책임, 작업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의 변화가 인지되지 않았다. 망인의 경우 업무시간의 단순한 연장만으로 과로했다고 할 수 없고, 업무와 연관된 육체적ㆍ정신적 과중한 부담이 인지되지 않았다.
(2) 자문의사 2
업무 조사상 입사 후 7주에 걸쳐 연장 근무한 사실은 확인되나, 환자의 연령, 업무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때 이를 통상적인 수준의 범위를 넘어서는 장시간의 노동으로 인해 과로를 초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아울러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심리적인 스트레스 사항으로 혈역학적 변화를 초래하는 정도의 스트레스로 확인되는 사항은 부재하며, 급격한 작업 환경의 변화도 확인되지 않기에 업무 관련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3) 자문의사 3
사망 발생하기 전 4주간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2시간 정도이다. 업무 강도, 업무 종사 기간, 연령 등을 고려할 때 만성 과로나 극도의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했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 환경의 변화나 극도의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대동맥류 박리는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 내벽의 약화에 의한 것으로 개인적 요인에 해당하고 업무상 요인이 사망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정황이 나타나지 않아, 사망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4)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소견
‘대동맥류 파열’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낮은 자발성 개인 질환이라는 소견이고, 업무 관련 자료를 검토한바 발병 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돌발적 상황이나 급격한 작업 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고, 과로 및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병을 유발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기에,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 △△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대동맥박리란 국소적으로 대동맥 내막이 찢어지면서 원래 피가 흐르던 공간을 탈출하여 대동맥막에 피가 지나가는 틈새가 만들어지는 질환을 의미한다. 대동맥박리는 박리가 시작된 지 14일 이내의 상태를 급성 대동맥박리라고 부르고, 14일 이상 경과된 상태를 만성 대동맥박리라 부른다. 이때 찢어진 부위가 대동맥과 심장의 연결 부위까지 진행되면서 피가 심장을 싸는 시만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 피가 심장을 눌러 혈압 하강 및 심장 기능을 악화시키는 질환이다.
대동맥박리는 여러 가지 유발 요인이 알려져 있는데, 환자의 70~90%에서 고혈압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대동맥 중막에서 변성 변화가 일어나는 상태인 낭성 중층 괴사, 마르판 증후군, 엘러스-단로스 증후군, 고령, 이첨 대동맥판막, 대동맥축착증, 외상 등과 관련이 있다.
과로나 스트레스가 혈압을 올려 혈관 벽이 찢어지면서 박리가 일어날 수 있다. 망인에게 대동맥류 파열을 일으킬만한 위험 인자는 보이지 않는다. 망인의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전적으로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위험 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사료된다.
대개 과로나 스트레스로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부검 등에서 밝혀지지 않은 기저 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기저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위험 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사료된다. 기저 질환을 본인이 모르고 있다면 노동 등 일상생활 시 증상이 없으므로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보인다.
4) 의학 지식
대동맥류란 혈관 벽이 부풀어 돌기나 풍선 형태로 변형되는 질병이다. 이는 흔히 혈관 벽에 지방이 가라앉아 들러붙은 침착물이 쌓여 일어날 수 있고, 유전, 외상(trauma), 또는 혈관 벽을 악하게 하는 기타 질병에 의해 일어나기도 한다. 만성 대동맥박리는 중막의 바깥층과 외막으로 이루어진 가성내강의 얇은 외벽이 점차 확장되면서 대동맥류를 형성하게 된다. 대동맥류가 있으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혈관 벽은 탄력성을 잃고 정상 혈압에도 혈관이 파열하게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동맥의 어느 한 부분이 정상 지름의 1.5배보다 커지면 대동맥류라고 하고 약 75%는 복부에, 25%는 흉부의 대동맥에 발생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4~8, 10, 12, 13호증, 을 1~4, 7, 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 이 법원의 의료법인 ○○○한방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가 정하는 업무상 재해가 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포함된다. 한편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6. 9. 6. 선고 96누6103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앞서 인정하였거나 증인 소외 2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인정 사실 또는 판단 사항)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그로 인하여 대동맥류가 자연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이 발생하여 사망한 것으로 추단된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가) (상호 생략)은 원래 30~4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었고, 주 6일 근무제로 일요일은 회사에서 근무 요청을 하는 경우에 근로자가 근무를 하였다. 그런데 2014. 2.경부터 (상호 생략)의 일이 많아져서 60~70명의 근로자가 파견되었고, 근로자들은 거의 매주 일요일에도 근무하였다(근로자는 일요일에 특별한 약속이 없는 경우 회사에 08:30경 출근하여 17:30경까지 근무하였다).
망인은 2014. 2. 24. 입사한 후 2014. 4. 19.까지 55일 동안 주당 평균 69시간의 장시간 근무를 하였다(망인의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62시간이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망인은 2014. 4. 12. 병원 진료를 위해 조퇴를 하였기 때문에 평균 근무시간이 줄어든 것이고, 망인의 업무의 양이 줄어들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망인은 2014. 3. 7.부터 2014. 3. 25.까지 19일간은 휴무일 없이 근무하였고, 2014. 2. 24.부터 2014. 4. 19.까지는 단 6일만 쉬었다. 그리고 망인은 휴대전화 부품인 소형 안테나의 크기를 측정하고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업무를 하였는데, 이는 정밀을 요하는 작업이어서 정신적 긴장 상태가 요구되었다.
이처럼 망인은 2014. 2. 24.부터 2014. 4. 19.까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하여 근무하였고 그런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적지 않은 육체적ㆍ정신적 피로에 시달렸을 것으로 본다.
나) 한편 망인은 2014. 4. 19. 09:54경 약 10분 동안 약 5kg의 박스 80개를 한 번에 2개씩 화물차에 싣는 일을 한 후 갑자기 쓰러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소 격렬하였을 그 일로 갑작스럽게 망인의 혈압이 상승하였을 수도 있다.
다) 망인에게 대동맥류 파열이 발생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법원의 △△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망인에게는 대동맥류 파열을 일으킬 만한 기저 질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상태에서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위험 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 망인은 사망 당시 만 25세의 건강한 남성으로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을 진단받은 적이 없고, 망인에게 대동맥류 파열을 일으킬만한 뚜렷한 원인이나 위험인자를 찾기 어렵다(이에 관하여 망인이 음주, 흡연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간이 3년 정도에 불과하고 흡연량과 음주량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라.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므로,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별지 생략)
주1) 심낭 내에 발생한 출혈이 심장을 압박하여 그 박동이 제한되거나 멈추는 상태
주2)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재결서에는 ‘52:30’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갑 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53:30’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