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21834, 21841 판결

[합의금·매 매대금][미간행]

판시사항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가 병합된 사건에서 당사자가 종전의 주위적 청구에 관련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만을 일부 변경함으로써 예비적 청구의 취하 여부가 불분명하게 된 경우,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예비적 청구의 취하 여부에 대하여 석명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윤금동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우동 외 1인)

피고(반소원고),상고인

김명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조중한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본소청구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과 반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한 판단

가. 임의해지조항 등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들은 1993. 4.경 사회복지법인 해관재단(이하 '해관재단'이라 한다)으로부터 이 사건 대지를 임차기간 1993. 5. 1.부터 1994. 4. 30.까지로 정하여 임차하였는데, 그 계약서 제9조는 "해관재단이 이 사건 대지를 사용하여야 할 경우에는 하시라도 본 계약을 해약하여도 원고들은 하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단, 1개월 전에 통보한다)."라고 규정(이하 '임의해지조항'이라 한다)하고 있고, 제12조는 "1993년도부터 향후 10년간 임대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매 1년마다 임대료를 조정하여 계약을 갱신하여 오면서 이 사건 대지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여 온 사실, 원고들은 1997. 7. 17.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의 임차권 및 골프연습장의 시설, 비품 등 운영권 일체를 대금 16억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 해관재단과 1997. 5. 1.자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면적을 위 1993. 4.경의 임대차계약서보다 164평 정도 적게 표시하는 한편, 해관재단이 주차장 상단을 사용한다는 점을 새로이 명시하고, 임의해지조항과 1993년도부터 향후 10년간 임대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1997. 5. 1. 계약 이후에 체결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미 삭제된 임의해지조항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1993. 4.경 원고들과 해관재단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에 있던 토지 임차권의 10년간 보장 조항이 1997. 5. 1.자 계약서는 물론 해관재단과 피고 사이의 1997. 8.경 작성된 계약서에도 없으나, 이 사건 매매계약은 위와 같은 임차권 보장을 전제로 맺어졌고 피고도 해관재단과 사이에 이를 전제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매년 계약을 갱신하여 오다가 2002. 5.경 원고들이 보장한 임대기간인 2003. 4. 3.까지를 임대기간으로 정하여 계약을 갱신하였으므로, 원고들이 피고에게 임의해지조항이나 매년 임대차가 갱신되는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고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임의해지조항과 매년 임대차가 갱신되는 사정을 고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여 피고를 기망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 중 임의해지조항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그리고 임의해지조항에 관한 부분은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들과 해관재단 사이에 1993. 4.경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에 관하여 해관재단이 원고들에게 임의해지조항에 따른 해지를 하지 않는 이상 10년간 임대를 보장한다는 기본계약이고, 그 후 매년 임대료 조정을 위하여 갱신하여 체결하는 임대차계약은 위 기본계약에 따른 개별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과 해관재단 사이에 개별계약인 위 1997. 5. 1. 계약 당시 임의해지조항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본계약에 정한 임의해지조항에 따라 해관재단은 원고들에게 기본계약은 물론 개별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위와 같은 임의해지조항은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에 대한 원고들의 임차권을 매수하는 피고에게는 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이므로 원고들로서는 피고에게 이를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피고에게 임의해지조항의 존재를 고지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들의 기망에 의하여 체결되었다고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르게 본 위법이 있다 할 것이나 한편, 을 제20호증과 을 제55호증의 15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1997. 8. 일자불상경 원고들로부터 위 1993. 4.경에 작성된 임대차계약서를 교부받아 임의해지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한 사실을 알 수 있고, 피고가 그 후 원고들에게 1997. 9. 22.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한 잔금 중 6,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다시 1997. 10. 18. 나머지 잔금에 대한 정산합의를 한 후 그 합의에 따라 1997. 11. 17.부터 1998. 5. 19.까지 정산 후의 잔금 1억 5,000만 원에 대한 이자를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1997. 8. 일자불상경 임의해지조항을 확인하여 취소의 원인인 기망상태에서 벗어난 후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일부의 이행을 한 이상 이 사건 매매계약을 추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민법 제145조 제1호 ),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임의해지조항을 고지하지 아니하였음을 들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의 앞서 본 바와 같은 임의해지조항 및 기본계약과 개별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할 것이다.

이 부분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피고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그 밖의 부분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토지 중 해관재단에 회수된 주차장 부지, 철탑 부분, 경업금지의무 부분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기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들의 기망에 의하여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또는 취소를 전제로 하는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주차장법,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과 채무불이행 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한 판단

가. 반소청구 중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원심에서 반소청구 중 예비적 청구를 취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기망으로 인한 계약의 취소 또는 계약해제를 전제로 하는 매매대금반환청구권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1999. 1. 12. 원고들에게 연대하여 1,26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제23차 변론기일에서 주위적으로, 매매계약 취소에 의한 원상회복청구권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원고들에게 1,435,75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예비적으로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원고들에게 911,918,5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2001. 3.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정정신청서를 진술하였으며, 원심 제1차 준비절차기일에서 종전의 청구취지 중 "원고들은"을 "원고들은 연대하여"로 변경한 2001. 6. 27.자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진술하였고, 원심 제2차 변론기일에서 종전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이를 취하한다는 등의 아무런 표시 없이 변경된 반소 청구취지로 원고들에게 각자 1,435,75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변경된 반소청구원인을 계약의 효력이 소멸되었음을 전제로 제1차적으로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및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위약금청구, 제2차적으로 기망에 의한 계약의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청구로 변경한 2002. 7. 23.자 반소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를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가 병합된 사건에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변경하면서 종전의 주위적 청구에 관련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만을 일부 변경한 데 그친 경우, 소의 변경으로 예비적 청구가 취하된 것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의할 것이므로, 당사자가 예비적 청구를 취하한다는 명백한 표시를 하지 아니한 경우,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과연 예비적 청구를 취하한 것인가의 점을 석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0153 판결 , 2003. 1. 10. 선고 2002다4143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가 반소청구 중 예비적 청구를 취하한다는 명백한 표시 없이 2002. 7. 23.자 반소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의 진술로 소를 변경하였고, 예비적 청구의 취하 여부가 불분명하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위와 같은 소의 변경으로 종전의 예비적 청구를 취하한 것인지에 관하여 석명하여 이를 밝혀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소의 변경에 의하여 종전의 예비적 청구가 취하된 것으로 가볍게 보아 이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판단을 유탈하였거나 석명권 행사를 게을리함으로써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상계항변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제1심 제16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2000. 7. 20.자 준비서면과 앞서 본 2001. 3.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정정신청서의 진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히 존속한다 하더라도 원고들의 채무불이행으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1,061,918,500원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지므로, 위 금원에서 이 사건 매매잔대금 150,000,000을 공제하면 원고들이 오히려 피고에게 911,918,50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은 피고의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매매잔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항변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자동채권으로 주장하는 손해배상채권이 존재하는지 여부, 존재한다면 그 수액은 얼마이고 그것이 원고들의 매매잔대금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피고의 위 상계항변에 관하여 판단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상계항변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판단을 유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한 판단

개정 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2003. 5. 10. 법률 제6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본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 부분에 대하여는 2003. 4. 24.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고, 그 후 개정된 위 법률조항과 그에 따라 개정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제3조제1항 본문의법정이율에관한규정(2003. 5. 29. 대통령령 제17981호로 개정된 것)은 2003. 6. 1. 이후에 적용할 법정이율을 연 2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개정 전의 법률 규정을 적용하여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에는 결과적으로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잘못 적용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과 반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