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3후525 판결

[등록무효(특)][공2015하,1626]

판시사항

물건의 발명에서 발명 ‘실시’의 의미 및 물건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특정된 물건 전체의 생산, 사용 등에 관하여 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 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명세서 기재가 없는 경우,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소극) / 구성요소의 범위를 수치로 한정하여 표현한 물건의 발명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는 명세서 기재만으로 수치범위 전체에 걸쳐 물건을 생산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물건의 발명’의 경우 발명의 ‘실시’란 물건을 생산,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므로,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특정된 물건 전체의 생산, 사용 등에 관하여 구 특허법(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3항 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명세서 기재가 없는 경우에는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구성요소의 범위를 수치로 한정하여 표현한 물건의 발명에서도 특허청구범위에 한정된 수치범위 전체를 보여주는 실시 예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는 명세서의 기재만으로 수치범위 전체에 걸쳐 물건을 생산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원고, 상고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리사 경진영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토요보 가부시키가이샤(변경 전: 토요 보세키 가부시키가이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수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한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구 특허법(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2조 제3항 은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이하 ‘통상의 기술자’라고 한다)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발명의 목적·구성 및 효과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제3자가 명세서만으로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하여 특허권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기술적 내용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조항에서 요구하는 명세서 기재의 정도는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명세서의 기재에 의하여 당해 발명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재현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3후2072 판결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후258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물건의 발명’의 경우 그 발명의 ‘실시’라고 함은 그 물건을 생산,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므로, 그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특정된 물건 전체의 생산, 사용 등에 관하여 위와 같은 정도의 명세서 기재가 없는 경우에는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구성요소의 범위를 수치로써 한정하여 표현한 물건의 발명에서도 그 특허청구범위에 한정된 수치범위 전체를 보여주는 실시 예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는 명세서의 기재만으로 위 수치범위 전체에 걸쳐 그 물건을 생산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심판시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 하고, 나머지 항도 같은 방식으로 부른다)은 2종 이상의 중합체를 혼합하여 제조되는 장척(장척)의 열 수축성 폴리에스테르계 필름을 감아서 이루어지는 ‘열 수축성 폴리에스테르계 필름 롤’이라는 물건의 발명으로서, 그 특허청구범위에는 위 필름 롤이 다음의 요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특정되어 있다.

즉, 정상영역 필름에서 잘라낸 모든 시료에 있어서 (1) 최대 수축방향의 열 수축률이 그 평균치로부터 ±3% 이내의 범위에 들어가고(이하 ‘요건 ㉮’라고 한다), (2) 최다 부차적 구성단위의 함유율이 그 평균치로부터 ±2몰% 이내의 범위에 들어가며(이하 ‘요건 ㉯’라고 한다), (3) 최대 수축방향에 직교하는 방향의 열 수축률이 그 평균치로부터 ±1% 이내의 범위에 들어간다(이하 ‘요건 ㉰’라고 한다)는 것이다.

나. 위 요건들과 관련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최다 부차적 구성단위 함유율의 변동과 공정 중의 필름 표면 온도의 변동을 각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조방법을 적용함으로써 필름 전장에 걸쳐서 ‘균일한 조성’을 나타내는 요건 ㉯와 ‘균일한 열 수축률’을 나타내는 요건 ㉮·㉰를 모두 만족하는 열 수축성 폴리에스테르계 필름 롤을 제조하여, 열 수축률의 변동이 외관의 불량을 발생시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술적 특징으로 한다는 기재가 있다.

이처럼 2종 이상의 중합체를 혼합하여 제조하는 장척의 열 수축성 폴리에스테르계 필름 롤에 있어서 그 전장에 걸쳐 균일한 조성과 균일한 열 수축률을 나타내도록 그 조성 편차를 요건 ㉯의 수치범위로 좁히고 또 열 수축률 편차를 요건 ㉮·㉰의 각 수치범위로 좁히는 것은 여러 제조조건이 상호 연관되어야 달성할 수 있는 기술적 과제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특허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다음과 같은 제조방법들이 그 해결수단으로 제시되어 있다.

즉, (1) 주된 구성단위 원료 칩의 평균 길이 등에 대해 일정 편차 범위에 있는 부차적 구성단위 원료 칩을 사용한다는 ‘칩 형상의 균일화’와 경사각이 일정 각도 이상인 호퍼를 사용한다는 ‘호퍼 형상의 적정화’ 및 용량이 압출기의 용량의 일정 범위 내에 있는 호퍼를 사용한다는 ‘호퍼 용량의 적정화’ 등이 균일한 조성을 위한 제조방법(이하 ‘조성 방법’이라 한다)으로, (2) 예비 가열 공정, 연신 공정 및 연신 후의 열처리 공정 중에 임의의 지점에서 측정되는 필름의 표면 온도의 변동 폭을 평균온도의 일정 범위 내로 제어한다는 ‘필름의 표면 온도의 균일화’가 균일한 열 수축률을 위한 제조방법(이하 ‘열 제어 방법’이라 한다)으로 각 제시되어 있다.

다. 그런데 위 제조방법들과 관련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실시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먼저 실시 예 1~5는 조성 방법만을 따르고 열 제어 방법은 따르지 아니한 것들로서 그 측정결과로 명시된 물성 편차들이 요건 ㉯의 수치범위에는 들어가나 요건 ㉮·㉰의 각 수치범위에는 들어가지 아니한다. 한편 실시 예 6~10은 요건 ㉯의 물성 편차에 관한 측정결과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시 예 1~5와 동일한 조성 방법을 적용하여 제조된 것들이어서 그와 마찬가지로 요건 ㉯의 수치범위에 들어가는 물성 편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또 열 제어 방법까지 적용하여 제조된 것들로서 그 측정결과로 명시된 물성 편차들이 요건 ㉮·㉰의 각 수치범위에 들어가기는 한다.

(2) 그러나 위와 같이 실시 예 6~10에 명시되거나 그로부터 예상되는 물성 편차들은 요건 ㉮~㉰의 각 수치범위 중 일부에 불과하다. 즉, (가) 먼저 요건 ㉮의 최대 수축방향의 열 수축률 편차는 평균치로부터 ±3% 이내인데, 실시 예 6에 최소치가 평균치의 -0.8%라는 내용이, 실시 예 7에 최대치가 평균치의 +0.8%라는 내용이 각 개시되어 있을 뿐이고, 그보다 좁은 수치범위, 즉 평균치의 -0.8%를 초과하고 +0.8% 미만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실시 예에서 볼 수 없다. (나) 또 요건 ㉯의 최다 부차적 구성단위의 함유율 편차는 평균치로부터 ±2몰% 이내인데, 실시 예 9에서 최소치가 평균치의 -0.4몰%이고 최대치가 평균치의 +0.4몰%라는 물성 편차가 예상될 뿐이고, 그보다 좁은 수치범위, 즉 평균치의 -0.4몰%를 초과하고 +0.4몰% 미만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실시 예에서 예상할 수 없다. (다) 마지막으로 요건 ㉰의 최대 수축방향에 직교하는 방향의 열 수축률 편차는 평균치로부터 ±1% 이내인데, 실시 예 7에 최소치가 평균치의 -0.3%이고 최대치가 평균치의 +0.5%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보다 좁은 수치범위, 즉 평균치의 -0.3%를 초과하고 +0.5% 미만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실시 예에서 찾아볼 수 없다.

(3)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 사건 특허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필름 조성을 균일화하기 위해서라면 조성 방법 중 어느 하나를 채용하면 되고, 열 수축률까지 균일화하기 위해서라면 열 제어 방법을 함께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과 필름 조성의 변동을 작게 하는 것이 열 수축 거동의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바람직하다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달리 조성 방법 및 열 제어 방법 등 여러 제조조건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허청구범위에 한정된 요건 ㉮~㉰의 각 수치범위 중 위와 같이 실시 예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좁은 나머지 수치범위의 물성 편차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볼 만한 어떠한 시사나 암시도 발견되지 아니한다.

오히려 실시 예 9는 실시 예 7보다 열 제어 방법을 적용하면서 필름 표면 온도를 더 균일하게 제어하였을 뿐만 아니라 필름 조성도 더 균일한 것임에도, 실시 예 9는 실시 예 7보다 최대 수축방향의 열 수축률 편차나 최대 수축방향에 직교하는 방향의 열 수축률 편차에 있어서 모두 절댓값이 큰 수치를 보여 열 수축률이 더 균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3.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는 명세서의 기재만으로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한정된 수치범위 전체에 걸쳐 그 물건을 생산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 발명인 이 사건 제3, 5, 10항 발명 및 이 사건 제1항 또는 제3항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필름 롤로부터 제조된 라벨이라는 물건의 발명인 이 사건 제11항 발명은 모두 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 이 정한 명세서 기재요건을 갖추고 있지 아니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통상의 기술자가 위 한정된 수치범위 전체에 걸쳐 그 물건을 용이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는지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반복 재현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 이 정한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특허발명의 명세서 기재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이상훈 조희대 박상옥(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