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박길용
변호사 김지수(국선)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의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 대한 공개정보를 5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고, 당시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해자와 합의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이 사건 범행은 2010. 7. 31.에 저질러진 것인데,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0. 4. 15. 제정 법률 제10258호,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의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같은 법 제41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등록정보의 고지명령을 선고하였다.
성폭력특례법에 의하여 신설된 고지명령의 시행시기에 관하여 같은 법 부칙 제1조는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적용례에 관하여 부칙 제2조 제2항은 고지명령에 관한 제41조 , 제42조 는 ‘시행 후 최초로 고지명령을 선고받은 대상자’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문언상 고지명령은 해당 규정 시행일인 2011. 4. 16. 이전에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를 범한 자라도 시행일 이후 이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소급하여 적용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지명령과 같은 보안처분은 형벌과 그 본질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처분임이 명백하므로 법치주의 원리, 개인의 권리와 자유 옹호, 법률생활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그 소급적용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명확한 규정에 의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견해가 나누어질 수 있는 경우 법원은 관련 규정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함이 상당하다.
또한 성폭력특례법의 제정과 유사한 논의과정을 거쳐 같은 날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10260호, 이하 ‘아청법’이라 한다) 부칙 제1조는 고지명령에 관한 개정규정을 2011. 1. 1.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는 고지명령의 개정규정의 적용에 관하여 ‘개정규정 시행 후 최초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범하여’ 고지명령을 선고받은 고지대상자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소급효를 명백히 배제하였는데,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성폭력특례법에서만 이와 달리 소급효를 인정할 이유를 찾기 어렵고, 성폭력특례법 부칙 제2조 제2항의 문언 자체가 소급효를 명확히 인정하는 취지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청법의 부칙 문언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규정이 고지명령에 대하여 소급적용을 인정한 취지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만일 성폭력특례법의 위 규정을 소급효를 인정하는 취지로 본다면 종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경우도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해석에 따라 그 소급효의 적용 범위가 달라지고, 피고인 또는 검사의 상소 여부에 의하여 판결의 확정시기가 달라져서 같은 시기에 성폭력범죄를 범한 피고인들 사이에 상이한 결과가 발생하여 형평성에 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성폭력특례법 부칙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한 ‘시행 후 최초로 고지명령을 선고받은 대상자’는 ‘시행 후 최초로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고지명령을 선고받은 대상자’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특례법의 고지명령에 관한 해당 규정의 시행 전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 대하여 고지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2)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소정의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하였는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818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성관계를 거부하는 피해자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몸으로 피해자를 누르는 등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가) 피해자는 친구인 공소외 1의 남자친구인 피고인으로부터 인터넷 채팅을 통하여 만나자는 제의를 받고 이 사건 당일 처음으로 피고인을 만나게 되었고, 피고인이 모텔 방을 잡고 게임을 하는 등 놀자고 하여 피고인을 따라 모텔에 가게 되었다.
나) 모텔 방에서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하여 피해자는 “모텔 방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피고인이 갑자기 어깨에 손을 올리고 키스하는 등 스킨쉽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여자친구도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하였고, 그러지 말라고 몇 번 살짝 밀쳤다. 그 후 피고인이 자신의 옷을 벗길 때 싫다고 말하였는데 피고인은 상관없다고 하였다. 피고인이 힘이 세서 옷을 벗기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피고인의 강압적인 말투가 무서웠고, 친구인 공소외 1이 알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였다.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지만 싫다는 의사표시는 하였다. 피고인이 성관계를 시도할 때 팔에 힘을 주어 피고인을 밀쳤으나 피고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계속 밀치다가 중간에 포기하였다.”는 취지로 원심 법정에서 진술하였고, 위와 같은 진술내용은 경찰 조사 당시부터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다) 피해자가 만 14세의 중학생이고, 피고인과는 이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이인 점, 피해자가 굳이 수치심을 무릅쓰면서 피고인에게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허위로 신고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피해자가 성관계 전후의 정황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라)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행사한 유형력이 그리 크지 않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성관계를 허락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소극적으로나마 피고인의 성관계 시도에 거부하는 표시를 분명히 하였으므로, 28세의 성인인 피고인이 위와 같은 피해자의 거부의사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더욱이 피고인은 태권도 사범으로서 약 180cm 신장의 건장한 체격이므로, 피고인보다 14살 어리고 체격도 왜소한 피해자로서는 피고인과 단 둘이 있는 모텔 방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바) 피해자는 이 사건 직후 피고인의 여자친구이자 자신의 친구인 공소외 1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는데, 통상 성폭력의 피해자가 위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이례적일 수 있으나 이 사건 피해자는 자신이 공소외 1 몰래 피고인을 만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므로, 피해자가 공소외 1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하여 피해자가 합의 하에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4)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피고인은 원심의 이수명령, 공개명령도 잘못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되는 이상 원심이 피고인에게 이수명령, 공개명령을 부과한 조치 역시 정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 제1항 , 형법 제297조 [다만, 형의 상한은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본문에서 정한 징역 15년으로 한다]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이수명령
1. 공개명령
이 사건 범행은 이십대 후반의 피고인이 처음 만난 14세의 나이 어린 청소년을 모텔로 데려가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불량한 점, 피고인은 2005년 청소년의 성을 매수한 행위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이 부족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피고인에게 징역형 이상의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그리 크지 않는 점, 당심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3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 범위[성범죄, 일반적 기준,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제2유형(청소년 위력간음) 중 감경영역(특별감경요소: 폭행·협박이 아닌 위계·위력을 사용한 경우)이므로 징역 3년 ~ 5년 6월]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