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사건 전체 진행 경과,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한 진술과 서면에 적혀있는 내용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선해하기로 한다.

피해자는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선거에 사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조합원명부를 만들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우연히 위 조합원명부가 들어있는 봉투(이하 ‘이 사건 봉투’라고 한다)를 발견했고, 앞으로 열릴 이사회에서 피해자의 불법적인 행위를 문제삼기 위해 이 사건 봉투를 가지고 나왔다.

따라서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봉투를 절취하려는 고의나 이 사건 봉투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나아가 피고인이 이 사건 봉투를 가지고 나온 행위는 조합의 이사로서 피해자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으로 형법 제20조에 규정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절도죄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불법영득의사란 다른 사람의 물건을 그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 물건처럼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ㆍ처분하고자 하는 의사를 말하는데,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물건의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영구적으로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그것이 물건 그 자체를 영득할 의사인지 물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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