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신청기각에대한재항고][집44(1)형,1017;공1996.6.1.(11),1633]
고등군사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대상과 적법한 재항고이유
고등군사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검찰관의 불기소결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군사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재항고이유는 고등군사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는 사유이어야 하고 단순히 검찰관의 불기소결정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은 그것이 곧 재정신청기각결정의 위법사유가 될 수 있지 아니하는 한 적법한 재항고이유가 될 수 없다.
재항고인 1 외 1인 (재항고인들 대리인 변호사 박인제 외 1인)
재항고를 모두 기각한다.
1. 검찰관의 이 사건 불기소결정 이유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의자 1, 2는 사건 당시 광주에 출동한 사실이 없고, 피의자 3, 4, 5, 6, 7, 8, 9, 10, 11은은 광주민주화요구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부대의 연대장이나 대대장급 지휘관으로서 상관의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하던 중 현장 지휘관들의 엄격한 제어가 없는 상황에서 시민과 계엄군 간의 적대감으로 인한 살상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피의자들이 이러한 사태를 의도적으로 촉발하거나 기도하였다고 볼 자료를 발견할 수 없어 이러한 진압이 사전 계획에 따라 추진되거나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 그런데, 정치적 변혁의 주도세력이 새로운 정권 창출에 성공하여 국민의 정치적 심판을 받아 새로운 헌정질서를 수립해 나간 경우에는 무너진 구 헌정질서에 근거하여 새로운 정권과 헌정질서의 창출을 위한 행위들의 법적 효력을 다투거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결국 사법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러한 견지에서, 내란죄는 현존하는 국가의 헌법상 통치기구 또는 정치적 기본제도에 대항하여 이를 변혁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행위로부터 헌법적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만약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인 통치조직이 변경되고 지배권력이 교체되는 등 변혁에 성공하였을 경우에는 행위시에 현존하던 법질서는 새로운 법질서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구질서에 불과한 것으로서 구질서를 지키기 위한 내란죄로 새로운 체제의 주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학자들의 통설인바, 이는 결국 처벌법규가 변경되거나 폐지되어 형벌권이 소멸한 경우에 해당되어 앞에서 본 사법심사가 배제된다는 이론과 그 결론을 같이 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사건 외 전두환이 1980. 8. 27.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같은 해 9. 1. 대통령에 취임하고, 1981. 2. 25. 개정헌법에 따른 대통령선거인단 선거를 거쳐 같은 해 3. 3.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위 전두환은 이 사건에서 사법판단 여부가 문제된 일련의 행위를 바탕으로, 비록 간접선거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국민적 심판을 거쳐 새 정권을 창출하고 새 헌법질서를 형성하는데 성공하였으므로, 피의자들이 정권창출의 과정에서 취한 일련의 조치나 행위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사법심사가 배제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피의자들에 대하여는 사법심사가 배제된다는 법리와 내란죄뿐만이 아니고 구 헌법질서의 수호를 위하여 기능하는 한에서 형사법상 처벌규정이 모두 소멸되었다는 법리, 그리고 내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에 불과한 행위들은 내란죄에 흡수된다는 견해에 따라 피의자들의 행위나 조치가 구체적으로 내란죄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형식판단 우선의 법리에 따라 공소권이 없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2. 원심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수사기록을 종합 검토하여 보면, 피의자들이 사전에 내란 등의 모의에 가담하였다거나 내란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이나 임무를 담당하였다는 점이 분명치 아니하고, 또한 사안을 달리 보아 피의자들의 각 피의사실을 인정하는 입장에 선다 하더라도 이 사건 당시 피의자들의 신분, 군지휘계통상의 지위, 행위의 가담정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양형의 제반 조건을 고려하여 볼 때 피의자들을 재판에 회부하여야 한다는 것은 법감정이나 처벌의 형평성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보여지므로 피의자들의 이 사건 피의사실에 대하여는 불기소처분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의자들의 행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실체적 판단 없이 공소권이 없다고 한 군검찰의 결정은 피의자들을 불기소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므로 결국 이 사건 신청은 그 이유가 없다.
3. 재항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고등군사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검찰관의 불기소결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군사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재항고이유는 고등군사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는 사유이어야 하고 단순히 검찰관의 불기소결정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은 그것이 곧 재정신청기각결정의 위법사유가 될 수 있지 아니하는 한 적법한 재항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재항고인들 대리인들은 재항고이유로서 피의자들의 이 사건 피의사실에 대하여는 사법심사가 배제된다는 검찰관의 불기소결정 이유가 부당하다는 점만을 지적하고 있을 뿐인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심은 검찰관의 불기소결정이유와는 다르게 피의자들에 대한 이 사건 피의사실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한 다음,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보면 피의자들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가사 피의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의자들을 기소유예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재정신청을 기각하였으므로 재항고인들 대리인들의 위와 같은 재항고이유는 원심결정에 대한 적법한 재항고이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기록을 검토하여 보면, 피의자 1, 2는 1980. 5. 18.을 전후하여 광주에 간 사실이 없음이 명백하고, 위 피의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의자들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하였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피의자들에 대한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원심결정에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그러므로 재항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