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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12. 4. 4. 선고 2011가합104944 판결

[손해배상(기)등] 항소[각공2012상,644]

판시사항

[1]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집단에 속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되는 경우 및 그 판단 기준

[2] 신경과 전문의인 갑이 국회 공청회에서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고, 치매 등은 정신과 질환이 아니다’ 등 취지의 발언을 하여 정신과 의사인 을 등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진료 기록이 남아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고, 취업이나 보험가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여 병 주식회사로 하여금 그와 같은 기사를 보도하게 함으로써 을 등의 진료업무를 방해하였음을 이유로, 을 등이 갑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병 회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구한 사안에서, 위 발언 및 기사에 의하여 ‘정신과 의사들’이라는 집단의 구성원 개개인인 을 등이 피해자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하기 어렵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지만, 이와 달리 그것이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및 성격과 집단 내에서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다. 즉 집단 간에 이해관계와 정치적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과 악감정의 표현을 의사토론의 공론장에서 건전한 토론과 비판으로 걸러내기보다는, 일단 상대방에 대한 민·형사소송 등으로 틀어막고자 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을 제한 없이 인정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활발한 소통에 의한 여론 형성의 기회를 상실하고 소송 남발로 이어지며, 건전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집단 상호 간 의견 교환 및 비판까지도 위축시킬 위험이 매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발언 및 기사가 어떠한 추상적인 집단을 표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내부에 있는 개개인을 특정한 발언이라고까지 명백히 인정될 경우에만 그 개개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그와 같은 발언 및 기사에 법적인 제재를 가할지 판단할 수 있다.

[2] 신경과 전문의인 갑이 국회 공청회에서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고, 치매 등은 정신과 질환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약을 많이 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정신과 의사인 을 등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진료 기록이 남아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고, 취업이나 보험가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여 병 주식회사로 하여금 그와 같은 기사를 보도하게 함으로써 을 등의 진료업무를 방해하였음을 이유로, 을 등이 갑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병 회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구한 사안에서, ‘정신과 의사들’이라는 집단의 구성원 수가 매우 많은데다가, 집단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집단의 성격이 비조직적인 점 등에 비추어 위 발언 및 기사에 의하여 구성원 개개인인 을 등이 피해자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1 외 69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라 외 1인)

피고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외 1인)

변론종결

2012. 3. 21.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들에게, 피고 1은 각 1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1. 7. 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피고 주식회사 예스헬스는 이 사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30일 동안 코리아 헬스로그 사이트(www.koreahealthlog.com) 메인 화면 좌측 최상단에 고정된 상자기사로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으로 하여, [별지] 2 기재 정정보도문을 게시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들은 정신과 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가진 자들이고, 피고 1은 주1)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자이며, 피고 주식회사 예스헬스(원래 상호는 ‘주식회사 헬스로그’였는데, 2011. 10. 26. 변경되었다. 이하 ‘피고 예스헬스’라 한다)는 온라인 정보제공 및 광고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코리아 헬스로그’ 사이트(www.koreahealthlog.com)를 운영하고 있다.

나. 의약품으로 항우울제 중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이하 ‘SSRI’라 한다)의 투여에 따른 요양급여에 관해 보건복지부 고시 제2006-10호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 정신과에서 우울병으로 확진된 경우에는 허가사항의 범위 내에서 환자의 증상 등에 따라 필요·적절하게 투여 시 요양급여를 인정함.

○ 정신과 이외의 타과에서 기타 질환으로 인한 우울병에 투여 시에는 아래의 우울 증상이 지속적으로 2주 이상 계속되는 경우 상용량으로 60일 범위 내에서 인정함. 상기 용량 또는 기간을 초과하여 약제투여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정신과로 컨설트(Consult)함이 바람직함.

※ 우울증상에 대한 기준

- 3가지 전형적 증상 (① 우울한 기분 ② 흥미나 관심 소실 ③ 피곤감 / 활동저하) 중 최소한 2가지와

- 7가지 증상 (① 집중력·주의력 저하 ② 자신감 저하 ③ 죄책감 ④ 비관·염세적 사고 ⑤ 자살사고 ⑥ 수면장애 ⑦ 식욕감퇴) 중 최소한 2가지가 있어야 함.

다. 피고 1은 2011. 3. 11. 개최된 국회 공청회에서 SSRI 처방에 따른 요양급여에 관한 위 규정의 부당성에 대하여 발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별지] 3 기재와 같다(이하 피고 1의 발언 전체를 ‘이 사건 발언’이라 하고, 특정 부분을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발언 ㉮ 부분’ 등으로 지칭한다).

라. 이후 피고 1은 2011. 6. 26.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창립총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위 연구회의 신임회장으로서 ‘환자를 정신과로 보내는 것이 사회적 낙인을 찍힐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는데, 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의료전문신문인 청년의사 소속 기자 소외인은 2011. 7. 7. 피고 1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한 뒤, 다음날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인터뷰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 한다)를 작성하여 피고 예스헬스가 운영하는 ‘코리아 헬스로그’ 사이트에 게재하였다(다만 ‘괄호 부분’은 2011. 7. 12. 피고 예스헬스가 스스로 추가하여 정정한 부분이다).

Q. 정신과와 협진을 하면 해결이 되지 않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중증 신경계 질환자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정신과로 가서 약을 받아야 된다는 소리에 화를 내거나, 담당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싶다고 떼를 쓰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사회적 낙인이다. SSRI 항우울제 처방이 필요해서 정신과로 보냈을 경우에 이런 기록이 고스란히 남고, 결국 이들은 재활 후 취업이나 보험가입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생각을 가진 환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학회에서도 4대 신경계 질환 환자에 대해서는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회도 이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4,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 1은 이 사건 발언에서, ① 정신과는 누구나 흔하게 걸릴 수 있는 가벼운 불면증부터 심한 정신병까지 다양한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는데,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고, 치매 등은 정신과 질환이 아니다’라는 취지(이 사건 발언 ㉳ 부분)로, ② 정신과 의사들은 타과에 비하여 적은 약을 처방하고 있음에도 ‘정신과 의사들이 약을 많이 쓴다’는 취지(이 사건 발언 ㉴ 부분)로, 각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정신과 의사인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③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진료 기록이 남아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고, 취업이나 보험가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하여 피고 예스헬스로 하여금 허위 내용인 이 사건 기사를 보도하게 함으로써 원고들의 정신과 진료업무를 방해하였다.

따라서 피고 1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원고들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로 각 1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허위사실을 보도한 피고 예스헬스는 [별지] 2 기재와 같은 정정보도문을 게재할 의무가 있다.

3. 쟁점 및 판단

가. 원고들 각자의 피해자 해당 여부 - 부정

1) 이 사건의 전제되는 쟁점은, 원고들 각자가 이 사건 발언 및 기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이다.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 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이와 달리 그것이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만 하고, 그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및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다63558 판결 ,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다. 즉 집단 간에 이해관계와 정치적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과 악감정의 표현을 의사토론의 공론장에서의 건전한 토론과 비판으로 걸러내기보다는, 일단 상대방에 대한 민·형사소송 등으로 틀어막고자 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을 제한 없이 인정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활발한 소통에 의한 여론 형성의 기회를 상실하고 소송의 남발로 점점 서로를 질식시키게 될 것이며, 건전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집단 상호 간의 의견 교환 및 비판까지도 위축시키게 될 위험이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 발언 및 기사가 어떠한 추상적인 집단을 표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 내부에 있는 개개인을 특정한 발언이라고까지 명백히 인정될 경우에만 그 개개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그와 같은 발언 및 기사에 법적인 제재를 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고, 그와 같은 경우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때에는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2)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하여 정신과 전문의인 원고들 각자가 이 사건 발언 및 기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① 원고들은 각 정신과 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데, 전국에서 정신과 병원을 개업하여 진료 중인 정신과 의사의 수는 약 813명에 이르고, 최근 정신과 전문의 자격시험의 합격자가 연간 100명을 초과하며, 2008년 현재 정신과 전문의가 2,349명에 이르러 그 구성원의 수가 매우 많은 점 주2) , ② 정신과 의사는 전국에 분포되어 개업을 하거나 종합병원 등에서 근무하고 있고, ‘정신과 의사들’이라는 말속에는 정신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정신과 수련의까지도 포함될 수 있으며, 원고 4, 12, 22, 54은 신경과 전문의 및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모두 포함하는 주3)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어 더더욱 집단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집단의 성격이 비조직적이므로 집단으로 표시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특정의 정도를 강화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비난의 정도를 희석시키고 있는 점, ③ 원고들은 모두 피고 1이 발표하는 공청회 장소에 참석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발언 및 기사에 의하여 원고들 각자가 피해자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 개개인이 피해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원고들 주장의 구체적 피해발생 여부 - 부정

설령 이 사건 발언 및 기사로 인하여 원고들 각자가 피해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원고들 주장의 구체적인 피해발생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모두 인정할 수 없다.

1) 명예훼손 여부(원고들 주장 ①, ②항 부분)

피고 1의 이 사건 발언 중 윗부분이 허위사실로서 ‘정신과 의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 보면, 먼저 ① 피고 1의 이 사건 발언 ㉳ 부분에 ‘… 뇌졸중 환자, 치매환자, 파킨슨 환자는 다 활동이 불편해요. 모든 사람이 와서 약하나 타려고. 그런데 이 사람들 마음의 병이 아니거든요. 정말 미친 사람이 아닌, 정신과 병이 아니에요. 뇌손상 증상이지. 그런데 왜 정신과로 가야 됩니까? 정신과로 가면서 나는 미쳤나? 이런 환자가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내가 뭐 잘못되었나? 더 괴로워집니다. 환자 자신이…’라는 표현이 있는바, 피고 1이 위 발언에서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또한 그와 같이 판단하는 주체를 ‘환자 자신’으로 명확히 밝히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환자들의 생각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피고 1이 위 발언에 의해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설령 피고 1의 위 발언이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다’는 사실을 전제하여 이를 간접적으로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원래 ‘미치다’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는 것’을 말하고, ‘정신과’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 장애자(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진단·치료를 행하는 의학’을 가리키므로, 위와 같은 발언 내용이 반드시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윗부분 발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에 대하여는 다소 모욕적인 언사일 수는 있지만, 위 발언이나 ‘치매 등이 정신과 질환이 아니다’는 발언이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사회로부터 받은 객관적인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 주장 중 위 ①항 부분은 모두 이유 없다.

다음으로 ② 피고 1은 이 사건 발언 ㉴ 부분에서 ‘정신과 선생님들은 …… 저희들이 보기에는 약을 너무 많이 쓰세요. 제가 보기에는’이라고 말하였는바, 그 자체에서 ‘저희들 또는 제가 보기에는’이라는 말이 반복되어 있고,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발언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 1은 신경과 전문의로서 정신과 의사가 아닌 자신이 60일 이상 환자들에게 SSRI를 처방한 경우에도 요양급여가 지급되도록 보건복지부의 규정이 개정되어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현행 규정으로 인하여 60일 이후 환자를 정신과에 보낸 경우 정신과 의사들이 SSRI 이외에 다른 약을 추가로 처방하고 있는바, 이는 환자의 연령, 건강 상태 등에 비추어 부적당하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말한 것으로 보이는 점, 약을 많이 쓰는지 적게 쓰는지는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하고, 피고 1의 위 발언은 정신과의 경우에는 신경과보다 상대적으로 약을 많이 쓴다는 취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 발언은 피고 1의 주관적인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설령 그것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허위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는 명예훼손은 성립될 수 없으며, 따라서 원고들 주장 중 위 ②항 부분 역시 이유 없다.

2) 업무방해 여부(원고들 주장 ③항 부분)

원고들 주장과 같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고, 취업이나 보험 가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피고 1과의 인터뷰 내용을 게재한 이 사건 기사로 인하여 정신과 의사인 원고들의 진료업무가 방해받았는지 보건대, 갑 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 주장 중 위 ③ 부분도 이유 없다.

3) 허위사실 보도 여부(정정보도청구 부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당해 언론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월 이내에 그 보도내용에 관한 정정보도를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에 따라 정정보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당해 언론보도가 ‘사실적 주장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들은 이 사건 기사 중 ‘바로 사회적 낙인이다. SSRI 항우울제 처방이 필요해서 정신과로 보냈을 경우에 이런 기록이 고스란히 남고, 결국 이들은 재활 후 취업이나 보험가입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데, 원고들의 모든 입증으로도 위 기사의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게다가 피고 헬스로그는 위 기사 부분을 환자들의 생각임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정정한 바 있고, 위 정정된 기사에 의하면 위 기사 내용이 더욱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관련 규정에 의하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하여 보존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고( 의료법 제22조 제1 , 2항 ), 을나 5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일부 보험회사들이 정신질환 병력이 있었던 사람의 보험가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일부 정신질환자에 대하여는 국가자격증 취득 및 국가공무원 임용(또는 고용유지)이 제한되는 것이 현실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여기에 앞서의 기초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기사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내용의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된다고 볼 여지가 매우 크다(이 사건 기사 중 ‘사회적 낙인’이라는 용어는 위와 같은 취업 또는 보험가입의 제한에 대한 압축적 표현에 불과할 뿐, 이를 별개의 사실적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원고들 목록: 생략]

[[별 지 2] 정정보도문: 생략]

[[별 지 3] 이 사건 발언: 생략]

판사 노만경(재판장) 신봄메 김석재

주1) ‘신경정신과(Neuropsychiatry)’라는 임상영역은 1982년경 ‘신경과(Neurology)’와 ‘정신과(Psychiatry)’로 분리되었다.

주2) 보건복지부 2009년 보건복지가족 통계연보 참조.

주3) 구 의료법(1981. 12. 31. 법률 제35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 제3항 제1호는 ‘전문의의 전문 과목을 내과, 신경정신과, 일반외과 등’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그 후 의료법 제55조 제3항은 ‘전문 과목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개정되었고, 동법 부칙(1981. 12. 31.) 제2항은 ‘이미 전문의 자격을 받은 자는 개정규정에 의하여 전문의 자격을 받은 것으로 보되, 당해 전문의의 전문 과목 표시에 관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 따라 제정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1982. 7. 23. 대통령령 제10974로 개정된 것) 제2조의2 제1호는 ‘전문의의 전문 과목을 내과, 신경과, 정신과, 일반외과 등’으로 규정하고, 동 규정 부칙(1982. 7. 23.) 제2항은 ‘종전 규정에 의한 전문의 중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신경과 전문의 및 정신과 전문의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1982. 7. 23. 이전에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자는 신경과 전문의 및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모두 갖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