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사용료(지하매설)부과처분취소][하집1993(2),575]
행정처분의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불확정하여 당연무효라고 본 사례
행정청이 갑 외 197인에게 금 21,952,000원의 도로점용료부과처분을 하면서 197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부과처분은 사회통념상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불명확하거나 불확정한 행정처분으로서 그 흠이 내용상 중대하고 외관상으로도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여 당연무효이다.
화성산업주식회사
대구직할시 중구청장
1. 피고가 1992.2.10. 원고 외 197인에 대하여 한 1992년도 정기분 도로사용료 21,952,000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주문과 같다.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아래의 사실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의 15 내지 18,21,31,32, 갑 제4,5호증의 각 1,2, 갑 제8호증의 1, 을 제1호증의 1, 을 제2호증의 1,2, 을 제3,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대구 중구 덕산동 53의 3 외 148필지 합계 5,689.1㎡의 토지(이하 재개발대상토지라고 한다)에 대한 도시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백화점(현재의 동아쇼핑센터)을 건립하기 위하여 그 토지소유자들로 구성된 소외 덕산구역 제1지구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소외 위원회라고 한다)는 장차 건립될 백화점에서 배출되는 오수를 정화하여 공용 하수도로 배출시키기 위한 오수정화조를 재개발사업계획상 도로예정지로 지정된 대구 중구 덕산동 49의 1 대지(그 후 같은 번지의 2 내지 4로 분할되었다가 1984.6.4. 같은 동 38의 70에 합필되어 도로로 지목이 변경되었으며 1985.9.18. 대구직할시 소유로 되었다)에 설치하기 위하여 1984.9.18. 피고로부터 점용기간을 1987.2.13.까지로 하는 도로점용허가를 소외 위원회 명의로 받은 후, 원고와 공동으로 그 지하 1.6m 지점에 면적 200㎡(5.4m×37m)의 오수정화조를 매설하고 1984.12.11. 피고로부터 준공검사를 받았다.
피고는 그 오수정화조 위에 다시 전기, 전화, 가스관 등을 매설하고 표면에 포장공사를 한 다음 도로로 개설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로라고 한다).
나. 그 후 1985.6.29.경 위 재개발대상토지 위에 지하 3층, 지상 12층, 옥탑 1,2층 규모의 백화점 건물이 준공되자 소외 위원회는 재개발대상토지를 같은 동 53의 3으로 합병하고 그 토지와 백화점 건물에 관하여 그 자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 및 보존등기를 경료한 후 그 토지 및 건물에 관한 권리를 그해 말까지 원고와 재개발대상토지의 지주들에게 모두 이전하여 줌으로써 그때부터는 권리를 양수한 원고와 지주 등 208명이 백화점 건물을 사용하면서 이 사건 오수정화조를 사용하여 오던 중 1992.1.20. 현재 원고 외 소외 강채수 등 197인이 사용하여 오고 있다.
다. 피고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이 사건 도로의 지하에 매설된 오수정화조를 사용함으로써 이 사건 도로를 점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구직할시가 그 소유권을 취득한 1985.9.18.부터 원고와 소외 위원회에게 도로점용료를 부과하여 오던 중 1992.2.10. 원고와 위 197인에게 도로법 제40조, 제43조, 도로법시행령 제24조 제5항, 대구직할시도로점용료징수조례(1989.1.16. 조례 제2334호) 제2조, 제3조 제5항에 의하여 1992년도 정기분 도로 사용료 21,952,000원(점유면적 200㎡×과세시가표준액 1,372,000원×점용료율 8/100)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
피고는 부과처분의 경위와 관계법규에 비추어 이 사건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원고는 이 사건 부과처분에는 원고가 실제로 납부하여야 할 도로점용료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등 부적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대, 행정처분이 완전한 효력을 발생하기 위하여는 그 내용이 실현가능하고 명확하여야 하므로 행정처분의 내용이 실현불가능하거나, 사회통념상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불명확 또는 불확정한 경우에는 그 행정처분은 내용상 중대한 흠이 있고 그 흠의 존재가 외관상 명백하여 당연무효이라고 할 것인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원고 외 197인에게 21,952,000원의 도로점용료부과처분을 하고 197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도 아니하였다면, 이와 같은 부과처분만으로써는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197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여 원고가 누구와 함께 실제로 얼마의 도로점용료를 납부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당원은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실제로 납부하여야 할 도로점용료의 수액에 관하여 주장할 것을 수차 촉구하였으나 피고도 이를 알지 못하여 아무런 주장을 하지 못하였다) 이 사건 부과처분은 사회통념상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불명확하거나 불확정한 행정처분으로서 내용상 그 흠이 중대하고 외관상으로도 그 흠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여 당연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이 사건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외관상 존재하고 있는 이상 원고의 법률상 지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서도 당연무효를 선언하는 의미에서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탓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