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항소[각공2019하,801]
무속인인 피고인이 모텔 매도 문제를 걱정하는 숙박업자 갑과 상담을 하면서, 무속행위를 하더라도 갑이 원하는 높은 가격으로 갑 소유의 모텔이 매각될지 알 수 없고 피고인에게 그러한 능력이 없음에도 갑에게 ‘무속행위를 하면 모텔이 몇 달 내에 높은 가격으로 반드시 팔린다’고 속여 갑으로부터 무속행위의 대가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종교행위인 무속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갑으로부터 돈을 편취한 것이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
무속인인 피고인이 모텔 매도 문제를 걱정하는 숙박업자 갑과 상담을 하면서, 무속행위를 하더라도 갑이 원하는 높은 가격으로 갑 소유의 모텔이 매각될지 알 수 없고 피고인에게 그러한 능력이 없음에도 갑에게 ‘무속행위를 하면 모텔이 몇 달 내에 높은 가격으로 반드시 팔린다’고 속여 갑으로부터 무속행위의 대가 명목으로 총 8회에 걸쳐 합계 2억 1,0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굿을 하는 등의 무속은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지만, 고대로부터 우리나라의 일반 대중 사이에서 오랫동안 상당히 폭넓게 행하여 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서, 그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보다는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되는데, 피고인은 ‘갑이 자신을 만나러 왔던 첫날에 모텔 매매와 관련한 말이 오고간 것은 아니고, 다만 발원기도기원비 명목으로 2억 원을 지급받기로 약속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나, 갑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모텔이 언제 팔릴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피고인을 찾아갔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은 갑으로부터 약정한 선납금 1억 원 중 일부를 교부받자 나머지 금액을 받기 위하여 곧바로 갑 소유 모텔에 방문하고, 그 이튿날 나머지도 교부받게 된 점, 피고인이 갑과 진정하게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약정서에도 ‘모텔 등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매매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종교행위인 무속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갑으로부터 돈을 편취한 것이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피고인
김진영 외 1인
변호사 조영진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피고인은 수원시 (주소 1 생략)에서 ‘○○○’라는 상호로 신당을 운영하는 무속인이고, 피해자 공소외 1(여, 69세)은 울산 (주소 2 생략)에서 ‘△△모텔’이라는 상호로 숙박업을 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위 ‘○○○’에 피해자의 친구인 공소외 2의 소개로 찾아온 피해자와 상담을 하면서, 울산에서 운영하는 위 ‘△△모텔’을 매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피해자가 원하는 40억 원 이상의 매매가액을 제시하는 매수인이 없어 걱정을 하는 피해자에게 무속행위를 빙자로 그 대가를 받아내고자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7. 9. 18.경 위 ‘○○○’에서 피해자에게 “나는 하늘에서 바로 신의 계시를 받고 있다. 야생 황여우·백여우·검은여우를 불태운 가루로 행사를 치루면 △△모텔이 10월 또는 늦어도 12월 말 사이에 43억 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반드시 매각된다. 그런데 야생여우를 불태운 가루는 구하기 어려워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효험을 보기 위해서는 행사를 치러야 하고 그 대가로 2억 원 중 1억 원은 선납하여야 하고 나머지 1억 원은 매각된 이후에 지급해도 된다. 이 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신용불량 상태여서 딸 공소외 3을 사업자 명의로 하여 ‘○○○’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기껏해야 1,500만 원을 넘는 행사비용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고가의 모텔을 매도하려는 피해자에게 무속행위를 빌미로 고액의 대가를 받아낼 생각일 뿐이었으며, 피고인이 무속행위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위 모텔이 판매될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위 모텔이 고가에 판매되도록 할 능력도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위 공소외 3 명의 신한은행 계좌를 통하여 무속행위 대가 명목으로 1,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8. 1. 27.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8회에 걸쳐 합계 2억 1,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1의 법정진술
1. 공소외 4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통장 사본, 부적사진, 문자내역, 공소외 3 명의 신한은행 계좌
1. 수사보고(피의자 피고인 편취금원 사용처 확인)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1.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무속행위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것일 뿐 피해자의 모텔을 높은 가격으로 팔리도록 해 주겠다고 속이고 받은 것은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굿을 하는 등의 무속은 그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지만, 고대로부터 우리나라의 일반 대중 사이에서 오랫동안 상당히 폭넓게 행하여 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서, 그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보다는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어서, 이러한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요청자가 반드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시행자가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달성을 위한 무속행위를 하고, 또한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달성을 위한 의사로서 이를 한 이상, 비록 그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시행자인 무당 등이 굿 등의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시행자가 진실로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 있는 것같이 가장하고 상대방을 기망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요청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다.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종교행위인 무속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러 왔던 첫날에 모텔 매매와 관련한 말이 오고간 것은 아니고, 다만 발원기도기원비 명목으로 2억 원을 지급받기로 약속한 것인데, 나중에 터전밟기를 위해 울산에 내려갔을 주1) 때 비로소 모텔을 매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제의를 받았다’라고 변소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모텔이 언제 팔릴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피고인을 찾아갔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약정한 선납금 1억 원 중 6,000만 원을 교부받자, 2017. 9. 23. 나머지 금액을 교부받기 위하여 곧바로 피해자 소유 모텔에 방문한 것으로 보이고, 그 이튿날 피해자로부터 나머지 4,000만 원도 교부받게 되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이에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2017. 9. 18.자 약정서(증거기록 제270쪽)에도 ‘모텔 등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매매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변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② 피고인이 2017. 9. 28.경, 2017. 10. 28.경 및 2018. 1. 27.경 ○○○ 또는 피해자의 모텔에서 부적을 태우거나 굿을 하는 등의 무속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언급한 야생여우를 불태운 가루를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오히려 위 거시한 계좌내역 등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을 다시 피고인의 가족에게 이체하거나 그 무렵 생활비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인 공소외 4를 모텔 매수에 관심이 있는 재력가 ‘□□□’인 것처럼 가장하여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모텔에 피고인과 함께 방문하게 하였다.
③ 피고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 2매를 제출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본 적도 없는 문서라고 그 작성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살피건대, 위 약정서에 대한 검찰 지문감정 결과에 의하면 그 무인이 피해자의 무인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무속인과 사이에 무속행위를 의뢰하면서 서면으로 된 약정서를 작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이 약정서를 두 번씩이나 작성하면서 의뢰인인 피해자의 자필서명 없이 오로지 무인만 날인한 것은 더욱 이례적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처음에 굿을 해 주는 대가로 피해자로부터 2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2017. 9. 18.자 약정서에 기재된 천도제 금액은 1억 8,000만 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인지에 대하여 다소 의심이 든다.
④ 설령 위 각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하더라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모텔을 43억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매각시켜 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를 기망하였고, 피해자가 위와 같이 속은 상태에서 위 약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므로, 위 약정서의 존재만으로 피고인의 사기 고의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1.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2유형]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1년∼4년
2.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액이 2억 1,000만 원으로 큰 금액이고, 범행 수법 등에 비추어 그 죄질도 좋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합의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하기로 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별 지] 범죄일람표: 생략]
주1) 2017. 9. 23.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