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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48384, 248391 판결

[계약금반환·기타(금전)][공2023하,1275]

판시사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 에 따라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사유로서 ‘약관 사본 교부와 관련하여 같은 조 제2항 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의 의미 및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고객이 사업자에게 약관의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사업자가 이에 불응한 경우가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3조 제2항 본문은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 은 “사업자가 제2항 제3항 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약관법 제3조 제2항 , 제4항 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의 명시의무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이러한 약관법 제3조 제2항 제4항 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약관법 제3조 제4항 에 따라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사유로서 ‘약관 사본 교부와 관련하여 약관법 제3조 제2항 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 함은 고객이 계약 체결 당시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여 사업자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하고,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고객이 사업자에게 약관의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사업자가 이에 불응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다담 담당변호사 백용하 외 1인)

피고(반소원고),상고인

주식회사 광영산업개발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원일 담당변호사 김동훈)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0. 6. 26. 선고 2019나66012, 6602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본소청구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신한자산신탁 주식회사 패소 부분과 피고(반소원고)들의 반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2018. 3. 28. 시공사 주식회사 대우건설이 신축 예정인 원심 판시 이 사건 건물 분양사업의 시행사 겸 위탁자인 피고(반소원고) 주식회사 광영산업개발, 주식회사 엠앤씨 및 분양사업자인 피고(반소원고) 신한자산신탁 주식회사[이하 ‘피고(반소원고)’를 ‘피고’라 하고, 회사 명칭에서 ‘주식회사’를 모두 생략한다]와 이 사건 건물 중 B동의 5개 호실을 분양받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각 호실별로 ‘공급계약서’(이하 ‘이 사건 각 공급계약서’라 한다)와 ‘공급계약서 계약 해제조항 변경동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 변경동의 각서’라 한다) 등을 작성한 후 피고 신한자산신탁의 계좌로 15,000,000원(1차 계약금 3,000,000원 × 5개 호실)을 입금하였다.

나.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당시 인감을 소지하지 않아 서명 또는 무인을 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각 공급계약서와 변경동의 각서 등을 작성하였고, 피고들에게 2018. 3. 31.까지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지참하여 위와 같이 작성한 문서를 보완하기로 약속하였으나, 약속한 기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다. 원고는 2018. 4. 2. 피고들의 담당 직원과 통화하면서 이 사건 각 공급계약에 관한 문서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담당 직원은 위와 같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그 요구를 거절하였다.

라. 한편 원고가 이 사건 각 공급계약에 따른 계약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자, 피고들과 대우건설은 2018. 4. 20.과 2018. 5. 14. 원고에게 계약금 잔금 및 연체료 등을 납부하라는 취지의 최고장을 발송하였고, 최고장은 그 무렵 원고에게 모두 도달하였다.

마. 피고들과 대우건설은 2018. 5. 25. 원고에게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원고가 납부한 돈은 피고들에게 귀속되며 위약금으로 각 호실별로 계약금 잔금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였고, 그 내용증명 우편은 2018. 5. 28.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들은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이 체결되고 5일 후 이 사건 각 공급계약에 관한 문서 사본을 내달라는 원고의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3조 제2항 본문에 따른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약관법 제3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이 사건 각 공급계약서와 이 사건 각 변경동의 각서는 이 사건 각 공급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의 지급시기,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사항 등을 정하고 있는바, 이는 계약의 필수적이고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으로는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약관법 제16조 에 따라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은 전부 무효로 된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약관법 제3조 제2항 본문은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 은 “사업자가 제2항 제3항 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약관법 제3조 제2항 , 제4항 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의 명시의무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194 판결 참조).

이러한 약관법 제3조 제2항 제4항 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약관법 제3조 제4항 에 따라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사유로서 ‘약관 사본 교부와 관련하여 약관법 제3조 제2항 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 함은 고객이 계약 체결 당시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여 사업자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하고,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고객이 사업자에게 약관의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사업자가 이에 불응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각 공급계약 체결 이후 피고들에게 약관인 계약서 사본 등의 교부를 요구하였으므로 피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약관법 제3조 제4항 이 적용되는 경우로서 약관법 제3조 제2항 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들이 계약 체결 후 약관 사본 교부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약관법 제3조 제4항 에 따라 이 사건 각 공급계약서와 이 사건 각 변경동의 각서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이 전부 무효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본소청구 중 피고 신한자산신탁에 대한 계약금 반환청구 일부를 인용하고 피고들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약관법 제3조 제2항 , 제4항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의 본소청구에 관한 피고 신한자산신탁 패소 부분과 피고들의 반소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