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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4. 7. 선고 2000도57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인정된 죄명 : 관세법위반)·관세법위반][공2000.6.1.(107),1214]

판시사항

[1] 공동정범의 성립요건

[2] 전자제품 등을 밀수입해 올테니 이를 팔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승낙한 경우, 그 승낙은 물품을 밀수입해 오면 이를 취득하거나 그 매각알선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 뿐 밀수입 범행을 공동으로 하겠다는 공모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한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2] 전자제품 등을 밀수입해 올테니 이를 팔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승낙한 경우, 그 승낙은 물품을 밀수입해 오면 이를 취득하거나 그 매각알선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 뿐 밀수입 범행을 공동으로 하겠다는 공모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외 1인 피고인 1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이원철 외 8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1) 공소외 1을 비롯한 대일정기화물선 페가서스프라이드호의 선원들 및 트레일러 운전기사인 공소외 2 등과, 위 선원들이 각 2천만 원씩을 투자하여 일본에서 물품을 구입한 후 위 선박을 이용하여 신고 없이 수입하기로 결의한 다음 공소외 1이 피고인들에게 일본에서 물품을 밀수입하려고 하는데 밀수입한 물품을 구입해달라고 제의하고, 공소외 2에게 이를 운반해달라고 제의하여 각 승낙을 받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공모한 후, 공소외 1 등이 일본에서 캠코더 등을 구입하여 위 선박에 싣고 부산항에 들어오면 공소외 2가 자신 소유의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이를 부두에서 밀반출한 다음 피고인 1과 노상에서 접선하여 이를 피고인 1이 운전해 온 차량에 옮겨 싣는 방법으로 수입신고 없이 캠코더 등을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수입하고, (2) 공소외 3을 비롯한 남성해운 주식회사 소속 메리스타호의 선원들 및 위 공소외 2 등과, 위 선원들이 일본에서 양주를 구입한 후 위 선박을 이용하여 신고 없이 수입하기로 결의하고 국내로 밀수입해 오면 공소외 2가 이를 부두에서 밀반출하여 피고인들에게 판매하기로 하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공모한 후, 공소외 3 등이 일본에서 양주를 구입하여 위 선박에 싣고 부산항에 들어오면 공소외 2가 자신 소유의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이를 부두에서 밀반출한 다음 피고인 1과 노상에서 접선하여 피고인 1이 운전해온 차량에 옮겨 싣는 방법으로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4 기재와 같이 수입신고 없이 양주를 밀수입하였다."라는 것이다.

나.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공소외 2나 공소외 1 등으로부터 양주나 캠코더 등을 구입하기는 하였으나 그들과 밀수입 범행을 사전에 모의하거나 이에 가담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범행을 극구 부인하여 왔는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공소외 1 등이나 공소외 3 등과 공동의 의사로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밀수입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을 그 판시 밀수입범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2. 공동정범의 법리오해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한바,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461 판결, 1998. 6. 26. 선고 97도329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을 원심 판시 밀수입범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 위하여서는 피고인들이 공소외 1 등이나 공소외 3 등의 밀수입범행을 미리 알고 이를 용인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피고인들의 의사가 밀수입 범행을 위하여 그들과 일체가 되어 그들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밀수입 의사를 실행에 옮기려는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정도에까지는 이르러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피고인들이 밀수입범행을 위하여 공소외 1 등이나 공소외 3 등과 일체가 되어 그들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밀수입 의사를 실행에 옮기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수입물품판매상을 영위하는 부부로서 페가서스프라이드호의 선원인 공소외 1로부터 일본에서 캠코드 등 물건을 가져오겠으니 팔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그렇지 않아도 서울에서 캠코더 주문이 오는데 없어서 못파니 가져오면 팔아주겠다."고 승낙한 다음, 공소외 1 등 선원들이 일본에서 캠코더 등을 밀수입해와 공소외 2를 통하여 이를 부두 밖으로 반출하면 약속장소에서 그들을 만나 이를 인도받은 다음 당시의 시가에 따라 미리 결정한 가격으로 대금을 지불한 후 이윤을 남기고 이를 다른 곳에 처분해 왔으며, 그러던 중 트레일러 운전기사인 공소외 2가 양주도 구입해보라고 권유하여 공소외 3 등 메리스타호 선원들이 밀수입한 양주도 구입하기 시작하였는데, 양주는 캠코더 등과는 달리 선원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공소외 2와 가격 흥정을 하여 공소외 2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이를 인도받아 처분해 왔음을 알 수 있을 따름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밀수입 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이 한 행위가 공소외 1로부터 캠코더 등을 밀수입해 오면 팔아주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팔아주겠다고 승낙하거나 공소외 2로부터 양주도 구입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선원들이 물품을 밀수입해 오면 대금을 지불하고 이를 인도받아 타에 처분해온 것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가지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밀수입 범행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다거나 피고인들에게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들이 밀수입해 오면 팔아주겠다고 한 것은 물품을 밀수입해 오면 이를 취득하거나 그 매각알선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 뿐 밀수입 범행을 공동으로 하겠다는 공모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들이 공소외 1 등이나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밀수입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을 그 판시 밀수입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여 처벌한 것은 공동정범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0.1.17.선고 99노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