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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23791 판결

[징계처분무효확인등][미간행]

판시사항

[1] 정당의 당원자격정지 징계처분의 기간이 경과한 후 그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당론을 위반한 당원에 대한 정당 내부의 징계의 효력(원칙적 유효)

[3] 정당의 당론을 위반하여 구의회 구성에 관한 회의에 참석한 구의원에 대하여 당원자격정지 처분을 한 사안에서, 그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상록 담당변호사 천낙붕)

피고, 피상고인

민주당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수 담당변호사 최성용)

주문

원심판결 중 징계처분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며, 그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징계처분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직권 판단

정당이 기간을 정하여 당원의 자격을 정지하는 내용의 징계처분을 한 경우 그 기간이 경과하였다면 그 징계처분의 효력은 상실되는 것이므로 그 기간경과 후에는 그 징계처분이 외형상 잔존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법률상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윤리위원회규정 제17조 제1항은 “당원자격정지의 처분을 받은 당원은 정지기간이 종료하거나 당무위원회의 자격회복결정이 있는 때까지 당원으로서의 모든 권리와 지위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제18조 제3항은 “기초의원에 대한 징계는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한 후 당무위원회에 제소하고 당무위원회가 의결함으로써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가 기초의원인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6개월간의 당원자격정지의 징계처분은 2008. 10. 29. 중앙당 윤리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후 2008. 11. 20. 당무위원회에서 의결되어 확정된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위 당원자격정지기간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원심 변론종결 전에 이미 도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고, 그 징계처분이 외형상 잔존함으로 인하여 원고의 어떠한 법률상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청구 중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안에 나아가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 중 이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2. 위자료 청구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피고의 윤리위원회규정은 징계안을 심의하는 때에는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사안에 대하여 소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방법에 관하여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 피고 당무위원회 회의록에 드러난 원고에 대한 주된 징계사유는 2008. 7. 7.자 ○○구의회에 참석함으로써 다른 피고 소속 구의원들과 행동을 달리하여 당론을 위반하였다는 것인데, 원고도 참석한 2008. 7. 18.자 피고의 ○○갑 지역위원회에서 위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바로 그 회의에서 원고를 제소하기로 결정된 사실, 원고는 그 제소장이 접수되기 전인 2008. 8. 29.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였고, 서울시당 담당자로부터 위 사안에 대하여 면담조사를 받았으며,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자신의 제소내용에 대하여 소명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로서는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 이전부터 이미 징계사유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그에 관하여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다고 보아 소명 기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징계절차가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피고의 당규에 의하면 당무위원회의 표결방법은 거수 또는 기립으로 하되 인사에 관한 사항은 비밀투표로 하고 다만 이의가 없는 경우 당무위원회 의장이 표결방법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중앙조직규정 제20조), 피고 당무위원회가 원고에 대한 징계 안건에 대하여 이의가 없음을 확인하고 별도의 비밀투표 없이 그대로 가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의결방식이 당규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소외인이 소속된 ○○구 당원협의회에서 원고를 제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하여 위 소외인이 당해 사안의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소외인은 당무위원회 의결에 있어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징계절차상 표결방법 및 제척사유에 관한 위법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징계절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체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각종 선거에서의 입후보자 추천과 선거활동, 의회에서의 입법활동, 정부의 정치적 중요결정에의 영향력 행사, 대중운동의 지도 등의 과정에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한다. 이와 같은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당의 자유로운 지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되고, 이러한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정당의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고, 정당은 정치적 조직체인 탓에 그 내부조직에서 형성되는 과두적, 권위주의적 지배경영을 배제하여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정당의 내부질서에 대한 규제는 그것이 지나칠 경우 정당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민주적 내부질서 확보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규제로 그쳐야 한다. 특히 정당의 정치적인 의견이나 견해의 형성 및 그 내용, 정당 조직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부분은 정당의 정치적 활동에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이에 대한 규제는 신중하여야 한다.

한편, 의원의 의정활동에 있어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위임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함은 분명하나, 그러한 자유위임이 의회 내에서의 정치의사 형성에 정당의 협력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고, 의원이 정당의 지시 또는 특정 사안에 있어서의 정당의 결정인 소위 당론에 기속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하였다고 하여 의원직 자체를 상실케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정치적 의사를 같이 하지 않은 당원에 대한 정당 내부의 징계를 통한 제재 또는 제명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그 절차·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2헌라1 결정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2008년 하반기 ○○구의회 구성에 관한 피고의 당론은 피고 소속 의원 8인 중 7인의 결의에 의하여 한나라당이 구의회 의장 등의 직책을 독점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구의회 구성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한나라당의 일방적 의회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여졌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위와 같이 구의회 구성에 관한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피고의 당론을 위반하였고, 이는 피고의 당헌 및 윤리위원회규정에 규정된 징계의 사유에 해당하며, 나아가 피고가 피고의 당론을 위반한 당원의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징계처분을 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정당의 정치적 의사의 결정 및 활동, 내부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것으로서 그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점, 원고가 피고로부터 당원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하여 ○○구의회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구의회 의원으로서 의정 및 정치적 활동을 하는 데 어떠한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위 징계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보장된 원고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 또는 구의회 의원의 권한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구의원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고 구의회 의장, 부의장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위 징계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징계처분에 있어서의 재량권 남용에 관한 법리오해나 이유모순 또는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징계처분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여 이 부분에 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부분 소를 각하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고, 소송총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민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