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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컴퓨터등사용사기방조·전자금융거래법위반][공2017하,1822]

판시사항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의 의미 / 이용자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제3자에게 예금통장에 부착된 마그네틱 띠에 포함된 전자정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금통장을 빌려준 행위가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예금통장에 기재된 계좌번호가 포함된 면을 촬영하도록 허락한 행위가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제1조 ),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6조 제3항 제2호 ),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제49조 제4항 제2호 ).

여기에서 ‘접근매체’란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전자식 카드 및 이에 준하는 전자적 정보[(가)목], 전자서명법 제2조 제4호 의 전자서명생성정보 및 같은 조 제7호 의 인증서[(나)목],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등록된 이용자번호[(다)목], 이용자의 생체정보[(라)목], (가)목 또는 (나)목의 수단이나 정보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밀번호[(마)목]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단 또는 정보를 말한다( 법 제2조 제10호 ). ‘이용자’란 전자금융거래를 위하여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 체결한 계약(이하 ‘전자금융거래계약’이라 한다)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는 자를 말하며( 같은 조 제7호 ), ‘거래지시’란 이용자가 전자금융거래계약에 따라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게 전자금융거래의 처리를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조 제17호 ).

이러한 규정의 문언과 내용에 따르면, 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가리킨다. 전자금융거래 기능이 포함된 예금통장에서 접근매체로서 기능을 하는 것은 그 통장에 부착된 마그네틱 띠이므로, 이용자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제3자에게 예금통장에 부착된 마그네틱 띠에 포함된 전자정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금통장을 빌려주었다면 이는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한다. 그러나 예금통장에 기재된 계좌번호가 포함된 면을 촬영하도록 허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는 접근매체를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므로,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홍성훈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접근매체 대여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

가.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한 것으로( 제1조 ),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6조 제3항 제2호 ),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제49조 제4항 제2호 ).

여기에서 ‘접근매체’라 함은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전자식 카드 및 이에 준하는 전자적 정보[(가)목], 「전자서명법」 제2조 제4호 의 전자서명생성정보 및 같은 조 제7호 의 인증서[(나)목],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등록된 이용자번호[(다)목], 이용자의 생체정보[(라)목], (가)목 또는 (나)목의 수단이나 정보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밀번호[(마)목]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단 또는 정보를 말한다( 법 제2조 제10호 ). ‘이용자’라 함은 전자금융거래를 위하여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 체결한 계약(이하 ‘전자금융거래계약’이라 한다)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는 자를 말하며( 같은 조 제7호 ), ‘거래지시’라 함은 이용자가 전자금융거래계약에 따라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게 전자금융거래의 처리를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조 제17호 ).

이러한 규정의 문언과 내용에 따르면, 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 기능이 포함된 예금통장에서 접근매체로서 기능을 하는 것은 그 통장에 부착된 마그네틱 띠이므로, 이용자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제3자에게 예금통장에 부착된 마그네틱 띠에 포함된 전자정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금통장을 빌려주었다면 이는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한다. 그러나 예금통장에 기재된 계좌번호가 포함된 면을 촬영하도록 허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는 접근매체를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므로,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심판결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5. 3. 18.경 ‘월 300만 원까지 가능한 아르바이트, 자세한 내용은 070-…문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그 번호로 전화하여 자신을 공소외 주식회사의 김 팀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공소외 주식회사는 대기업에서 감세를 하려고 하는데, 그 작업을 대신해 주는 회사다.’, ‘피고인 명의 통장에 들어온 돈을 다시 인출해 주는 일을 해 주면 소정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2) 피고인은 2015. 3. 19. 12:00경 자신을 공소외 주식회사의 직원 ‘한 대리’라고 밝힌 성명불상자를 만나 ‘통장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건네받는 것은 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통장을 받을 수 없다.’, ‘피고인 명의 통장에 입금된 돈을 직접 인출해 주면 인출금의 3%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성명불상자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 명의의 ○○은행 통장, △△ 통장과 피고인의 신분증을 촬영하도록 허락하였다.

(3) 성명불상자는 피고인에게 비밀번호, 보안카드, 공인인증서 등과 같은 접근매체들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고, 피고인으로부터 예금통장과 신분증을 건네받아 예금통장의 계좌번호 표시 부분과 신분증을 휴대전화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다음 곧바로 피고인에게 되돌려 주었다.

(4) 성명불상자는 보이스피싱 범행의 피해자들에게 위 2개의 예금통장 계좌로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하였는데, 위와 같이 입금된 돈은 피고인만이 인출할 수 있었다.

(5) 그 후 피고인은 같은 날 12:19경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은행 □□□지점 창구에서 피고인 명의 ○○은행 계좌에 이체된 2,150만 원 중 2,100만 원을 인출하여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하고, 같은 날 13:29경 서울 강남구 □□□ 부근에 있는 △△ 창구에서 피고인 명의 △△ 계좌에 이체된 2,790만 원 중 2,700만 원을 인출하여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하였다.

다. 위 인정 사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피고인 명의의 예금통장 2개의 계좌번호 표시 부분을 촬영하도록 허락한 행위는 성명불상자에게 예금통장에 부착된 마그네틱 띠에 포함된 전자정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로서의 예금통장을 빌려준 것이 아니므로, 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접근매체의 대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접근매체를 대여받은 사람이 대여 시점 이후 이를 배타적·독점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한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피고인 명의의 예금통장에 대한 촬영만을 허락한 행위가 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컴퓨터등사용사기방조에 관한 사실오인 등 주장

원심은, 피고인의 컴퓨터등사용사기방조에 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인정을 잘못 하거나 컴퓨터등사용사기방조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