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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0. 4. 29. 선고 2008헌바118 판례집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소원]

[판례집22권 1집 676~68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그 정을 알면서 참가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구 집시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제2호제19조 제4항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주최가 금지되는 집회는 형법상 범죄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 행위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개인의 생명·자유·재산 등 기본권 보호 및 국가와 사회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가치와 규준 등에 대해 사회통념상 수인할 수 있는 혼란이나 불편을 넘는 위험을 직접 초래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말하며, 구 집시법 제19조 제4항에 의하여 형사처벌되는 참가행위는, 행위자가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할 당시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제5조 제1항 제2호에 위반하여 주최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에 뜻을 같이 해 그 장소에 함께 모이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2. 집단적인 폭행·협박 등이 발생한 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하고

질서를 회복시키는 데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경찰력이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참가자나 제3자의 신체와 재산의 안전 등이 중대하게 침해되거나 위협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와 같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나 이에 참가하지 않은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의 안전 등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며, 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은 과도한 제한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위와 같은 금지에 위반한 정을 알면서도 그러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한 자는 직접 폭행·협박 등 행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고유한 불법성이 인정되고, 그러한 참가행위의 금지는 폭력적 집회 또는 시위의 확대 방지를 위한 사전예방의 측면에서도 필요성이 인정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은 양보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그로 인해 제한되는 사익과의 관계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된다.

1. 생략

2.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

② 생략

④ 그 정을 알면서 제5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한 자는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된다.

1.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2. 생략

② 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를 할 것을 선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된다.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통고) ①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 경찰관서장은 신고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제5조 제1항,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때,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재사항을 보완하지 아니한 때 또는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할 집회 또는 시위라고 인정될 때 그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주최자에게 통고할 수 있다. 다만,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남은 기간의 당해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이 경과된 경우에도 금지통고를 할 수 있다.

②∼④ 생략

② 제5조 제1항 또는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거나 제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를 통고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④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1992. 1. 28. 89헌가8 , 판례집 4, 4, 19

당사자

청 구 인 강○준

대리인 1. 변호사 박경용

2. 법무법인 한맥

담당변호사 좌세준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2008노710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주문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전부 개정되

고 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제2호 및 제19조 제4항 중 ‘그 정을 알면서 제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 청구인은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반대하는 단체의 회원 및 그 편입예정지 주민 1,100여명과 함께 예정지 내에 있는 ○○분교와 그 부속건물에 대한 행정대집행과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2006. 5. 4. 차량과 농기계 등으로 진입로를 막고,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에 참석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되어, 유죄의 선고를 받았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07고합17).

(2)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면서(서울고등법원 2008노710),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2호제19조 제4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그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과 관련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필요한 경우 ‘구 집시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제2호제19조 제4항 중 청구인과 관련이 있는 ‘그 정을 알면서 제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관련조항을 포함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법률조항]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된다.

2.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

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

제19조(벌칙) ④ 그 정을 알면서 제5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한 자는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관련조항]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된다.

1.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② 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를 할 것을 선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통고) ①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 경찰관서장은 신고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제5조 제1항,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때,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재사항을 보완하지 아니한 때 또는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할 집회 또는 시위라고 인정될 때 그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주최자에게 통고할 수 있다. 다만,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남은 기간의 당해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이 경과된 경우에도 금지통고를 할 수 있다.

제19조(벌칙) ② 제5조 제1항 또는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거나 제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를 통고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는 집회 또는 시위 중 발생한 사소한 충돌마저도 금지사유로 해석될 정도로 광범위한 제한을 가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또한 ‘직접적인 위협’의 요건 및 판단 절차 등에 대해 별도의 제약을 하지 않아 명확성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관할경찰서장에게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에 관해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여 헌법상 금지되는 허가제에도 해당한다.

(2) 구 집시법 제19조 제4항은 집회 또는 시위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있는 것인지를 현실적으로 판단할 길이 없는 단순 참가자까지도 “그 정을 알면서”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통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의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오직 경찰당국의 재량으로 이를 일괄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재량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성격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를 허용하거나 금지하게 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요지

(1)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폭행·협박 등 행위로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사회통념상 수인의 정도를 넘어 침해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이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목적·태양·내용 등 모든 정황을 종합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2)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를 집회의 자유로 보호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집회 또는 시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에 비추어 위 조항이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허가제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구 집시법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 및 참가자의 자율적인 질서유지에 관해 여러 규정을 두고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그와 같은 규정들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직접 위협할 우려가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인바,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통고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및 행정쟁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절차적인 보장장치 또한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여러 가지 고려요소 중의 하나로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범죄전력 등을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

3. 판 단

가.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다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다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해 규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해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인 것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헌재 2002. 4. 25. 2001헌바26 , 판례집 14-1, 301, 322 참조).

(2) 판 단

(가)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는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를 금지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란 법과 제도, 개인의 생명·자유·재산 등 기본권 및 국가와 사회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가치와 규준 등에 대해 사회통념상 수인할 수 있는 혼란이나 불편을 넘는 위험을 직접 초래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 운영자의 주관적·자의적인 심증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목적·태양·

내용 등 모든 정황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헌재 1992. 1. 28. 89헌가8 , 판례집 4, 4, 19 참조).

또한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형법상 범죄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 행위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와 같은 위협이 발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고 교통 혼잡이 유발되며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참가자가 개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 조항에 의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를 금지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 집회 또는 시위의 양상이나 행위의 태양 등을 보다 더 구체화하여 위 조항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달리 정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렇다고 해 그것만으로 위 조항이 불명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 구 집시법 제19조 제4항은 ‘그 정을 알면서 제5조 제1항 제2호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한 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그 정을 안다.’는 것은, 행위자가 참가할 당시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제5조 제1항 제2호에 위반하여 주최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는 것으로, 참가자가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사전에 알았는지, 또는 그 현장에서 알게 되었는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리고 문언상으로나 구 집시법의 다른 조항들에 규정된 ‘참가’의 의미에 비추어, ‘참가’는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에 뜻을 같이 해 그 장소에 함께 모이는 행위를 말하고,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 그 자체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명백하다.

(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그 의미가 문언상으로나, 구 집시법의 체계적인 해석에 비추어 그 의미를 분명히 할 수 있으므로 불명확하다 할 수 없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이지 않으며, 나아가 어떤 행위가 법적인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지는 법원이 개개의 구체적인 사안에서 통상적인 법률의 해석·적용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

(1)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허가제 해당 여부

청구인은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가 관할경찰서장의 집회 금지통고를 규정한 구 집시법 제8조와 결합하여 사전허가제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고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제5조 제1항 제2호 등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때에 관할경찰서장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것을 통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구 집시법 제8조 제1항 제1호구 집시법 제5조 제1항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집행조치의 일환일 뿐,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치기 위한 규정이 아니고, 구 집시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의 절대적인 금지가 관할경찰서장의 재량에 따른 금지로 변경되는 것도 아니며, 나아가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의 규정 자체가 불명확하여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규정이라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다.

관할경찰서장이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해 금지해서는 안 되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금지통고를 한다면 이는 권한남용에 해당함이 분명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지통고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서면으로 하고(구 집시법 제8조 제4항), 이에 대해서는 상급관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구 집시법 제9조), 법원에서 그 당부를 다툴 수 있는 등 절차적·사법적인 구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결국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는 입법자 스스로에 의한, 일정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한 금지조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의 방법에 따른 위험성에 근거한 내용중립적인 규제라 할 것이므로, 헌법 제21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사전허가제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나 이에 참가하지 않은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의 안전 등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헌법이 예상하는 평화로운 수단이 아닌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직접 위협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그 정을 알면서 참가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그와 같은 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 된다 할 것이다.

(나) 침해의 최소성

이미 집단적인 폭행·협박 등이 발생한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 그것이 의도된 것이던 그렇지 않던 주최자나 질서유지인의 자율적인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그러한 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하고 질서를 회복시키는 데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경찰력이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참가자나 제3자의 신체와 재산의 안전 등이 중대하게 침해되거나 위협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와 같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은 과도한 제한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실제로 그와 같은 집회 또는 시위가 주최된 경우 그 주최자나 직접 폭력을 행사한 자 또는 해산명령에 불응한 자가 아닌 단순참가자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 집시법 제19조 제4항은 참가자가 자신이 참가하는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것임에도 주최’된 정을 안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참가자 자신이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에 순차적으로나 암묵적으로 공모가 있거나 기능적인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에 이르지 않더라도 방조의 가능성이 있으며, 집회 또는 시위의 해산이나 폭력행사에 대한 채증이나 단속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단순 참가자에 대해서도 해산명령에 불응한 자와는 별개로 그 자체의 고유한 불법성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폭력적인 집회 또는 시위의 확대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사전예방의 필요성이 크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단순 참가자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한 것이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규제를 가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한편 특정의 인간 행위에 대해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률에 맡길 것인지 또는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위와 같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자의적인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다) 법익의 균형성

구체적인 사안에서 집회 또는 시위에 단순히 참가한 자를 형사처벌하여 개인적으로 기본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참가자 및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

의 안전 등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은 양보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이들 법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소 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성격에 따라 선별적으로 집회 또는 시위를 허용하거나 금지할 수 있게 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단순히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성향이나 과거의 전력만을 이유로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안에서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이나 장소,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지 여부를 가려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나 참가자의 대다수가 과거에 폭력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여러 차례에 걸쳐 주최하거나 이에 참가하였고, 그러한 집회 또는 시위와 문제가 된 집회 또는 시위가 목적이나 방법 등에 있어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문제된 집회 또는 시위가 공공질서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는 있으나,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규범목적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서, 이를 들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취급의 결과라 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 침해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형벌과 책임 간 비례원칙 위반 여부

구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하는 행위는, 폭행·협박 등에 직접 가담하거나, 단순히 방조하는 등 그 태양이 다양할 수 있으므로, 구 집시법 제19조 제2항이 그런 집회의 주최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과는 달리, 구 집시법 제19조 제4항은 그런 집회에 단순히 참가한 자에 대해 가장 경한 형벌인 과료를 포함해 비교적 경한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그 형의 하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불법성이 비교적 경미한 행위에 대해서는 법관이 적정한 형의 양정을 통해 불법과 책임을 얼마든지

조화시킬 수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이 선고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 집시법 제19조 제4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하여 과잉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