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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9362 판결

[정이사선임처분취소][공2021하,2193]

판시사항

[1] 임기가 만료된 학교법인의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 긴급처리권에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 에 따라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ㆍ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지 여부(소극) 및 처분이 행정규칙에 적합한지에 따라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 에 따른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때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지 여부 및 그 한계

판결요지

[1] 학교법인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후임이사의 선임이 없어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한 다른 이사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법인의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691조 를 유추하여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고, 긴급처리권은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도 포함한다.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3 에 따라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ㆍ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이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3] 민법상 재단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학교법인은 스스로 구성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구현한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수단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유지ㆍ회복하기 어려운 때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보충ㆍ후견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다. 따라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가능한 한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그 권한행사 과정에서 설립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역시 법령상 인정된 제도로서, 이는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다소 후퇴시키더라도, 국가의 일정한 개입을 통하여 학교법인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므로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김용직 외 4인)

피고,피상고인

교육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손호철 외 1인)

참가행정청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피고보조참가인

학교법인 영광학원 (소송대리인 공증인가 법무법인 천우 담당변호사 김동건 외 6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4. 28. 선고 2020누30698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 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퇴임한 이사의 긴급처리권의 요건과 내용

학교법인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후임이사의 선임이 없어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한 다른 이사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법인의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691조 를 유추하여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고, 긴급처리권은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도 포함한다 ( 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이 종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에 의하여 제약되는지 여부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의3 에 의하여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퇴임한 이사에게 인정되는 긴급처리권은 퇴임 이사의 직무수행을 곧바로 중단시키면 이사회 의결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됨을 전제로, 달리 그 퇴임 이사에게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691조 의 유추로 인정되는 예외적ㆍ비상적 권한이다. 한편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 에 의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을 비롯한 민법상의 자율적 수단에 의해서는 학교법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경우에 인정되는 공적 개입 수단이다. 이러한 관계 법령의 체계상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이 가능한 경우에는 애초에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이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되어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정식이사 선임권은 관할청으로 옮겨오고 그 선임권 행사를 통하여 학교법인 이사회가 정상화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퇴임한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이 무조건 보장될 필요는 없다.

2) 또한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회 기능이 마비된 경우, 임시의 위기관리자로서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되어 학교법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한 경우 퇴임 정식이사는 임시이사 선임의 효력이 부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긴급처리권을 상실하여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 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곧바로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예외적인 경우라 하여 그와 달리 볼 이유는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종전 정식이사가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보아 사립학교 분쟁해결 절차를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

3) 사립학교법이 규정한 정식이사 선임권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학교법인 활동의 장애를 초래한 분쟁의 다양한 양상에 알맞도록 관할청이 탄력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함이 바람직하다.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에 반영될 수 있고, 만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종전 정식이사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ㆍ남용이 되어 정식이사 선임 처분은 행정쟁송절차에서 취소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다. 소결론

원고들은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라 해도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원고들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처분으로 이사회 이사 정수 전원에 해당하는 정식이사를 선임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이를 배척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상고이유와 같이 사립학교의 자주성, 정식이사 선임권의 보충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관련 법리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ㆍ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이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정상화 심의원칙」의 성질과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방법

참가행정청은 학교법인에 대한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 행사 기준으로서「정상화 심의원칙」을 제정ㆍ시행하다가 2018. 6. 26. 대통령령 제28997호로 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9조의6 제4항 이 정식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 청취 기준을 규정함에 따라「정상화 심의원칙」을 폐지하였다. 폐지 전「정상화 심의원칙」은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그에 준하는 경우가 아닌 한 학교법인 지배구조의 큰 틀을 변경시키지 않도록 종전이사 측에 최소한 과반수에 이르는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원고들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영광학원’이라 한다)의 종전 정식이사로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당시의「정상화 심의원칙」에 따라 정식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식이사 선임을 미루는 사이에「정상화 심의원칙」이 폐지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폐지 전「정상화 심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원고들에게 과반수 이사 추천권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처분은 이를 부인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정상화 심의원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을 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는「정상화 심의원칙」이 적용되는지, 나아가 이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로 가를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법이 관할청에게 부여한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하에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정식이사 선임과정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 존중의 의미와 그 한계

민법상 재단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학교법인은 스스로 구성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구현한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수단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유지ㆍ회복하기 어려운 때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보충ㆍ후견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다. 따라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가능한 한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그 권한행사 과정에서 설립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

그러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역시 법령상 인정된 제도로서, 이는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다소 후퇴시키더라도, 국가의 일정한 개입을 통하여 학교법인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므로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3)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처분이 원고들에게 정식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부여하지 아니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에서 영광학원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은 이사들 사이의 의견이 대립된 상황에서 이사 7인 중 일부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사정이 더해지는 바람에 어느 한쪽도 의결권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어 달리 의견 대립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설립자 혹은 그로부터 설립목적을 이어받은 종전 정식이사들이 자율적으로 형성한 의사결정의 구조가 그 이후의 사정변경으로 더 이상 정상 작동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의미하므로 정상화의 목표는 그 이전의 의사결정 구조를 회복, 답습하는 것이 될 수 없다.

(2) 이 사건 처분 직전 영광학원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 마지막 종전 정식이사는 원고들과 소외 1, 소외 2 4인으로 정상화 방법에 관한 양측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종전 정식이사들은 학교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는 점에서 모두 그 지위가 동일하고, 이 사건에서 이사회의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 데에 어느 한쪽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볼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립적인 지위에서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하는 피고와 참가행정청으로서는 분쟁의 당사자인 어느 한쪽이 과반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양측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한 토대 위에 그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자질과 품성을 갖춘 인사를 정식이사로 임명하여야 할 것이다.

(3) 이에 참가행정청은 원고들을 비롯한 종전 정식이사 4인에게 ‘전ㆍ현직이사협의체’를 구성하여 4인의 합의로 정식이사 후보자를 추천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원고들은 종전 정식이사였던 소외 1, 소외 2의 지위를 부인하면서 자신들의 주도권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정식이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피고와 참가행정청으로서는 원고들의 의견을 반영할 방법이 더 이상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종전 정식이사들 중 일방에 불과한 원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의 경과 및 목적상 불가피한 결과라 볼 수 있다.

(4) 아울러 이 사건 처분으로 선임된 정식이사들이 영광학원의 설립목적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등 이 사건 처분이 비합리적이라거나 관계 법령의 입법 목적에 위반된다는 등의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나)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한 원심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정식이사 추천권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