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전원재판부]
96헌마265 불기소처분취소
조 ○ 소
국선대리인 변 호 사 문 한 식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1996년 형제9053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1996. 1. 24. 서울지방검찰청에 청구 외(피고소인) 장○창, 고○석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혐의로 각 고소하였는데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 장○창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소재 청구 외 ○○제강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
고, 피고소인 고○석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소재 김○섭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인 자인 바, 청구인과 청구 외 안○규, 안□규, 안○현, 안△규, 안○덕(이하 청구인 등이라 한다)이 위 ○○제강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합의에 관여하게 되어 청구인 등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을 소지하게 되었음을 기화로, 상호 공모하여,
1991. 4. 1. 위 김○섭변호사 사무실에서 마치 청구인 등이 청구 외 안○규의 작업 중 부상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위 ○○제강주식회사로부터 금 19,381,498원을 지급받고 이후 위 손해배상과 관련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한 것처럼 청구인 등 명의의 영수증, 권리포기서, 각서를 각 임의로 작성하여 위조하고, 이를 청구인 등과 위 ○○제강주식회사 사이의 서울고등법원 91재나247호 재심사건에 증거로 제출하여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을 수사한 후 1996. 3. 29.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범죄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검찰청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항고·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1996. 8. 14.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고, 이 사건은 같은 달 20. 우리 재판소 전원재판부의 심판에 회부되었다.
2. 판단
먼저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가의 여부를 살펴 본다.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야 제기할 수 있는 것이고,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에 있어서도 그 대상이 되는 범
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인바, 비록 불기소처분에 대한헌법소원이 청구되어 당해사건이 전원재판부의 심판에 회부된 이후에 비로소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나 전원재판부에의 심판회부로 인하여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기는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1992. 7. 23. 선고 92헌마103 결정, 1993. 9. 27. 선고 92헌마284 결정, 1994. 1. 21. 선고 94헌마4 결정,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결정, 1995. 2. 23. 선고 93헌마43 결정 각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사문서위조죄의 범행일은 1991. 4. 1.이고 위조사문서행사죄의 범행일은 서울고등법원 91재나247호 재심사건의 제12차 변론기일인 1991. 9. 12.인 사실이 인정되는 바, 사문서위조와 동행사죄는 그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 공소시효가 5년이다(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4호).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불기소처분한 피의사실 중 사문서위조 부분은 1996. 3. 31.에, 위조사문서행사 부분은 1996. 9. 11.에 각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음이 계산상 명백하다.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그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3. 결론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위조사문서행사부분에 관한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제4항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 중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대한다.
가. 다수의견은 우리 헌법재판소가 1993. 9. 27. 선고한 92헌마284 호, 1995. 1. 20. 선고한 94헌마246 호 불기소처분취소사건의 결정 중 “헌법소원이 심판에 회부된 경우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인정함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판시부분을 인용하고 있는 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는 변경되어야 한다.
첫째, 우리 헌법재판소의 위 판례 중 전자는 불기소처분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느냐라는 문제를 공소시효제도의 법리에서 찾지 아니하고 형사소송법 제262조의 2의 유추적용문제로 보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한 것이며 이런 오류는 위 사건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모두 범한 것이며 후자의 다수의견도 역시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헌법소원 당시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정적으로 나타나 있고, 헌법소원심판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검사가 기소를 하리라는 것에 대하여 기대가능성이 없다 할 것이므로 비록 형식적 법효력상으로는 헌법소원심판절차가 진행중에 검사가 기소를 함에 장애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와 가치적으로 등가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소추권을 유효하게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듯이 실질적으로 검사의 기소가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위의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느냐는 문제는 공소시효제도의 법리에서 판단되어질 뿐 형사소송법상의 재정신청에
관한 규정의 유추적용이 문제로 되지 아니한다.
둘째, 위 사건의 다수의견은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이 국가형벌권의 소멸이라는 점에서 실체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그 예외로서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경우는 특별히 법률로써 명문의 규정을 둔 경우에 한하여야 하고 명문이 없는 경우에 형사소송법상의 재정신청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공소시효의 정지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의 적법절차주의,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견해이나, 현행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는 공소의 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다수의견과 같이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이 실체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했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이 실체법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상 명문이 없는 경우에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경우를 공소시효제도의 법리에 따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은 죄와 형을 정하는 실체법이 아니므로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나 적법절차주의에 반하지 아니한다.
셋째, 공소시효제도의 법리는 프랑스판례에서 “시효는 유효하게 소추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진행하지 아니한다”라는 법언을 적용하고 있듯이 국가의 소추권이 유효하게 행사될 수 있는 경우에만 공소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경우는 형사소송법이 공소시효정지제도 자체를 인정하고 있는 이상 명문에 그 정지규정이 있는 여부를 가리지 아니
하고 공소시효제도의 법리에 따라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경우를 인정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에 명문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위 법리를 확인함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요건의 심사를 거친후 심판에 회부되었다면 그때부터 불기소처분에 대한 취소결정이 있을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봄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앞서 본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중 위 판시사항은 우리의 견해대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 이 사건의 경우를 살피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1996. 8. 14.에 제기되었고 그 때까지 위조사문서행사죄의 공소시효는 4년 11월 3일이 경과되었을 뿐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였으며,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선고가 있을 때까지 그 진행이 정지된다고 할 것이므로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본안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며, 우리 재판소에 접수된 이후임이 명백한 1996. 9. 11.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다수의견은 부당하다.
1996. 10. 31.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주심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