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위반 ][하집1999-1, 1049]
내구기간이 경과되지 않은 폐범퍼를 수집하여 일정한 작업과정을 거쳐 재생한 것이 범퍼에 대한 의장권을 침해하는 생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내구기간이 경과되지 않은 폐범퍼를 수집하여 일정한 작업과정을 거쳐 재생한 것이 범퍼에 대한 의장권을 침해하는 생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피고인
검사
변호사 문성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7. 4. 8.경부터 1998. 7. 9.경까지 제주시 이도2동 (상세주소 생략) 소재 피고인이 경영하는 ' (상호 생략)'에서 범퍼접착시설, 범퍼세척시설, 범퍼도색시설 등을 갖추고 폐차장 등지에서 수집한 각종 화물차량의 범퍼를 절단, 세척, 도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대자동차주식회사의 등록의장인 등록일자 1996. 7. 4. 등록번호 (생략) 엑센트 승용차의 앞 범퍼 등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별지 기재와 같이 대우자동차 주식회사,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의 등록의장인 자동차 용 앞·뒤 범퍼 등과 동일한 자동차용 범퍼 1,000개 합계 시가 70,000,000원 상당을 제작하여 제주시내 일원의 상호불상 자동차정비업소 등에게 판매하여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의장등록을 업으로서 실시하여 위 각 회사의 의장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1997. 4. 8. 제주세무서에 업종을 차량범퍼 재생업으로 하여 ' (상호 생략)'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무렵부터 제주시 이도2동 (상세주소 생략) 지상의 비닐하우스 내에서 차량범퍼 재생사업을 하여 온 사실, 피고인이 한 차량범퍼의 재생작업은 먼저 제주도 내의 정비공장, 카센타, 폐차장 등에서 폐기되거나 방치되어 있는 범퍼 중 재생이 가능한 범퍼를 선별하여 수거한 후 비닐하우스 내의 접착시설, 세척시설, 도색시설 등을 이용하여 수거된 범퍼를 세척, 흠집제거, 절단(수집된 범퍼의 모양을 바꾸어 기존의 의장등록된 범퍼를 모방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리과정 중에 일부 구부러지거나 파손된 부분 등을 당초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하여 행하는 절단작업을 의미한다), 도색 등의 방법으로 수리하여 원래의 범퍼와 동일한 형상 및 색채를 갖춘 범퍼로 재생하는 것인 사실, 피고인은 그와 같이 재생한 범퍼를 제주도 내의 정비공장, 카센터 등지에 '중고품'으로 판매하였는데, 그 판매가격이 신품(정품)에 비하여 30% 내지 40% 정도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위와 같은 범퍼 재생행위가 재도의 제조로서 "생산"에 해당하여 의장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당해 의장품에 대한 용진적 효과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가 하는 점과 당해 의장물품에 관한 의장권자와 구입자의 이익을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이 사회통념 또는 건전한 상관습상 시인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이 사건에 있어서 ① 이 사건 범퍼의 재생을 위한 도색·세척·절단 등의 작업은 의장등록된 범퍼를 새로 만들거나 이를 모방하는 작업이 아니라 수거한 범퍼의 파손 내지 손상된 부분을 보수하고 세척·도색작업을 통하여 기존의 형상과 색채를 복원하는 작업에 불과 하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내용기간이 지난 범퍼를 이용하여 새로운 범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내용기간 내에 있는 범퍼를 사회통념상 그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수리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여지며, ② 의장권자에 의하여 생산되어 적법하게 유통에 놓인 물품에 대하여 그 구입자가 내용기간이 지나기 이전까지 그 물품을 사용하는 행위는 물론, 구입자 또는 제3자가 이를 수리하여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이른바 용진의 효과가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자동차 범퍼의 경우에는 그 특성상 전문적인 수리업체에 의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수리하거나 재활용하여 사용하는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영업으로서 위와 같은 '수리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의장권자의 이익에 대한 특별한 침해가 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고, ③ 오히려 이와 같이 내용기간 내에 있는 자동차 부품을 재생하여 사용하는 것은 자원의 절약, 폐기물의 발생억제, 재활용의 촉진 등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자동차 등의 경우 계속되는 신제품의 출시로 인해 자동차 부품의 생산기간이 사용연한에 비해 짧아서 재활용 업체 등에 의한 중고품의 재생이 일반 소비자들에 대하여도 이익을 가져오게 되며, ④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은 재생한 자동차 범퍼를 재생품임을 명시하여 신품(정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재생품과 신품을 혼동하게 되는 등 거래상 부당한 혼란이 생길 염려가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중고범퍼를 재생하여 판매한 행위가 의장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달리 피고인이 의장권을 침해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는, 피고인이 이미 범퍼로서 효용성을 상실한 폐범퍼를 대량으로 수거한 다음 폐범퍼의 손상 부위를 절단하고 그와 동일한 형태의 다른 폐범퍼에서 떼어낸 부분을 손상 부위에 접착한 후 이를 세척하고 도색하여 범퍼를 재생하였으므로 그 행위는 단순한 수리행위가 아니라 의장권자들의 등록의장과 동일한 새로운 범퍼를 창출한 것이고, 그렇게 창출된 재생범퍼는 원래 유통에 제공된 물건 그 자체가 아니어서 의장권의 효력범위에 관한 용진론이 적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심판결은 피고인의 범퍼 재생행위에 대한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의장권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주장한다.
4. 당심의 판단
의장법은 의장의 보호 및 이용를 도모함으로써 의장의 창작을 장려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록적으로 하는 것이고( 의장법 제1조 ), "의장"이라 함은 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지칭하고( 의장법 제2조 제1호 ), 의장권은 설정등록에 의하여 발생하며( 의장법 제39조 제1항 ), 등록을 마친 의장권자나 그로부터 전용실시권을 설정받은 전용실시권자는 업으로서 그 등록의장 또는 이와 유사한 의장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게 된다( 의장법 제41조 , 제47조 ). 그리고 이와 같은 의장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장권에 대한 침해죄로 규정하고 있는 바( 의장법 제82조 ), 의장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함은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등록의장 또는 이와 유사한 의장을 업으로 실시하거나 타인의 등록의장 또는 이와 유사한 의장물품의 모조를 업으로 실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때 "실시"라 함은 의장에 관한 물품을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품의 양도 대여의 청약(양도나 대여를 위한 전시를 포함한다)을 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의장법 제2조 제6호 ).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바, 그러한 사실관계 아래서 피고인이 일정한 작업과정을 거쳐 폐범퍼를 재생하는 행위가 의장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그러한 행위가 의장권자만이 독점하고 있는 "생산"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고, 그 판단은 이 사건 폐범퍼들에 대하여 의장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용진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가를 고려하고 아울러 의장권자의 이익과 구입자의 이익을 비교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까지 고려하여 어느 쪽이 사회통념 또는 건전한 상관습상 시인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할 것인바, 앞서 본 의장법의 목적과 의장권의 개념, 침해행위의 의미 등과 아울러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의 "폐차"라 함은 자동차를 해체하여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자동차의 장치를 그 성능을 유지할 수 없도록 압축·파쇄 또는 절단하거나 자동차를 해체하지 아니하고 바로 압축·파쇄하는 것을 말하고(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5호 ),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폐차대상 자동차장치 중에 '차체 및 차대'도 해당하나 '범퍼·문짝·본네트·캡·휀다'는 그 대상에서 명시하여 제외하고 있는 점(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제138조 제1항 제3호 ), 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폐기물의 발생억제,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촉진을 통하여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국민복지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에서 사용되었거나 사용되지 아니하고 버려진 후 수거되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재활용하는 것이 그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의 구조나 재질의 개선 등이 필요한 제품을 '제1종지정제품'으로 정의하고 '자동차'를 그 제품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제2조 제3호 , 위 법률시행령 제3조 제1호 ), 그외 원심이 설시하고 있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구기간 내에 있는 범퍼가 부분적으로 손상되어 폐차장 등에 버려졌다 하여 바로 검사의 주장과 같이 그 수명이 다된 것이고 용진의 효과도 소멸되었다 할 수는 없으며, 달리 문제의 범퍼들이 내구기간을 경과한 것들이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들도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앞서본 피고인의 행위는 손상된 부분을 부분적으로 수리하는 행위에 불과하고 의장권을 침해하는 생산이라 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그러한 취지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항소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9.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