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피고사건][하집1987(3),513]
신호기 또는 안전표지가 없는 교차로에서의 좌회전허용여부
신호기 및 안전표지가 필요한 도로에서의 그것의 설치관리는 행정기관의 의무로서, 그것이 설치된 경우 차량등은 당연히 그 신호나 지시에 따라야 하나, 그점이 교차로에서의 좌회전은 좌회전신호등이나 안전표지가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도로교통법이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은 교차로에서의 좌회전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교차로에서의 좌회전은 그것을 금지하는 신호기 또는 안전표지가 없는 한 허용되는 것이다.
피고인
검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이건 사고장소에서 차량들이 원심판결이 설시하는 방법에 따라 좌회전하는 것은 편법일 뿐이고, 법률적으로 보면, 일반적으로 교차로에서의 좌회전은 이를 허용하는 신호기 또는 안전표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할 뿐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이건 사고장소에는 좌회전허용 신호기가 없으므로 좌회전이 금지된 곳이라고 볼 것인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보건대, 도로교통법 제3조 , 제5조 에서는 서울특별시장 등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신호기 및 안전표지를 설치하고 이를 관리하여야 하며 보행자나 차마는 신호기 또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와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의 신호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같은법 제22조 내지 제24조 에서의 교차로에서의 통행방법을 규정하면서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은 교차로에서의 직진, 우회전, 좌회전 차량의 통행방법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는 바, 위 규정들을 종합하면 신호기 및 안전표지가 필요한 도로에서의 그것의 설치, 관리는 행정기관의 의무로서, 그것이 설치된 경우 차량 등은 당연히 그 신호나 지시에 따라야 하나, 그 점이 교차로에서의 좌회전은 좌회전신호등이나 안전표지가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근거는 되지 않는 것이고 달리 위와 같이 볼 근거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도로교통법이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은 교차로에서의 좌회전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교차로에서의 좌회전은 그것을 금지하는 신호기 또는 안전표지가 없는 한 허용되는 것이라고 못볼 바 아니다.
한편 이 사건 사고장소의 도로상황을 살펴 보면, 검찰주사보 공소외 1 작성의 실황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사고장소는 원심판시 별지 `교통사고지점 부근 약도'상의 표시와 같이 구파발 방면에서 연신내 방면으로 통하는 편도 3차선의 도로(아래에서는 `넓은 길’이라고 한다.)와 갈현동 방면에서 넓은 길로 나오는 편도 1차선의 도로(아래에서는 `좁은 길’이라고 한다.)가 직각으로 만나는 삼거리 교차로로서, 여기에는 위 별지도면상의 표시와 같이 넓은 길의 구파발방면 교차지점에 한 곳, 그리고 좁은 길 쪽의 교차지점에 한 곳, 모두 두 곳에 보행자신호기가 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가 있고 또한 넓은 길에는 구파발방면과 연신내 방면을 직진하는 차량의 진행을 위한 교통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으나 좁은 길에서 나와 구파발 방면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에서 보면, 삼거리 진입지점에 이르러 전방에 어떤 신호등이나 안전표지가 없고, 한편 넓은 길에 설치되어 있는 교통신호가 차량정지신호로 되면 위 양 횡단보도상의 보행자신호가 동시에 진행신호로 되는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위 삼거리는 비록 구파발방면과 연신내방면을 직진하는 차량들을 위한 신호등은 설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좁은 길에서 나와 구파발방면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입장에서는 따라야 할 신호나 지시가 없는 셈이 되는 바, 이러한 도로상황하에서 위 좌회전차량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22조 제3항 , 제23조 제1항 , 제24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라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고 연신내 방면과 구파발 방면을 직진하는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방법으로서 넓은 길의 차량신호가 진행신호일 때(위 양 횡단보도상의 보행자신호가 적신호일 때) 좁은 길의 횡단보도를 지나 좁은 길쪽의 교차지점에서 일단 정지하여 대기하다가, 넓은 길의 차량신호가 적신호로 바뀌면(횡단보도상의 보행자신호가 진행신호일 때) 좌회전하여 구파발 방면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정지한 후, 다시 신호가 바뀔 때 구파발 방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당심증인 공소외 2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의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 위 실황조서의 기재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좌회전한 사실, 또한 통상 위 사고장소에서는 차량들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좌회전하여 왔고 경찰도 이를 묵인하여 온 사실 등이 인정된다.
결국 위 도로교통법의 제규정, 위 사고장소의 도로상황, 차량들의 통행관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교통신호나 안전표지를 위반하였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므로 같은 취지로 피고인에게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한 원심은 타당하고 검사의 항소논지는 이유없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