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미간행]
피고인 1외 1인
피고인들
박성훈
변호사 최동규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①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2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국제5호의 용선계약은 선박임대차계약이 아닌 정기용선 내지 항해용선계약에 해당하므로 국제5호의 선장인 피고인 2가 출항여부 및 항로 선택 등 항해에 관한 일체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고, 피고인 2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지 못한 용선자 공소외 1 주식회사 및 피고인 1로서는 국제5호의 출항을 지시할 권한이 없음은 물론 출항하지 말도록 하여야 할 법적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할 것이며, ② 또한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회의에서 결정된 출항시간을 통보하였을 뿐 무리하게 출항을 강행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고, 국제5호의 출항은 오로지 피고인 2 자신의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며, 나아가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2의 운항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지 피고인 1의 출항시간 통보와는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다.
나. 피고인 2(사실오인 및 양형부당)
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1이 사고 발생위험이 높은 시간에 무리하게 출항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피고인 2는 출항시간 변경 건의, 예·부선 연결부위 강화, 투묘 제안, 충돌 직전 부선인 현대로얄 10001호에 대한 투묘 지시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안전조치를 다하였고 사고 후에도 인명구호 및 각종 안전조치를 다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어떠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②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벌금 300만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 1의 주장 및 피고인 2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기초사실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공소외 4 주식회사는 한국해양연구원으로부터 울돌목시험조류발전소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그 중 ‘R.C.D.굴착 및 재킷(Jacket) 주1) 거치공사 ’를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하도급을 주어 이를 시공하도록 하였고,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위 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공소외 5 주식회사로부터 재킷을 적재할 무동력 부선 현대로얄 10001호를 임차하는 한편, 공소외 2 주식회사와 예인선 국제5호 및 국제1호에 대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국제5호에 대하여는 ‘2007. 4. 20.부터 같은 해 4. 27.까지 1일 용선료 800만원의 요율을 적용하여 용선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국제1호에 대하여는 별도의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필요한 시간 동안 사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 울돌목시험조류발전소가 건설될 명량해협은 조류의 변화가 극심하고 유속이 매우 강하여 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이어서, 공소외 4 주식회사와 공소외 1 주식회사가 가능한 정조시점에 맞추어 공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당초 이 사건 공사는 2007. 4. 22. 16:00경 해상크레인을 먼저 운반한 후, 다음날인 4. 23. 11:00경 재킷을 운반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었고, 국제5호(선장 피고인 2)와 국제1호(선장업무대행 항해사 공소외 3)는 공소외 1 주식회사 측의 지시에 따라 2007. 4. 22. 오전경 이 사건 공사현장 부근에 위치한 전남 진도군 군내면 벽파항에 도착하였다.
㈐ 그런데 작업 개시 직전에 해상크레인부선의 소유자인 공소외 6 주식회사 측으로부터 작업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작업 순서를 변경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따라 같은 날 15:00경 공소외 4 주식회사의 현장 사무실에서 공사관련자들이 모인 사전회의가 열리게 되었으며, 위 사전회의에서는, 공소외 4 주식회사의 현장소장 공소외 7의 주재 하에 공소외 1 주식회사 현장소장 피고인 1, 공소외 6 주식회사의 사장 공소외 8과 현장소장 공소외 9, 국제5호의 선장 피고인 2, 국제1호의 선장업무대행 공소외 3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상크레인부선의 운반방법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고, 재킷의 운반에 대하여는 같은 날 22:00경 정조시점에 맞추어 운송하기로 결정한 것 외에 별도로 논의된 사항은 없었다.
㈑ 사전회의와 현장답사를 마친 후 높이 32미터, 길이 36미터, 폭 16미터, 무게 약 790톤의 재킷을 현대로얄 10001호에 선적하는 작업이 시작되어 같은 날 21:30경에야 선적작업이 완료되었고, 국제5호를 비롯한 예인선단(예인선 국제5호 및 국제1호, 부선 현대로얄 10001호)은 같은 날 22:00경 벽파항 선착장을 떠나면서 부선에서 투묘했던 닻을 감아 올린 후, 같은 날 22:30경에야 목적지인 전남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부근 물양장을 향해 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 출항 전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무전기로 ‘야간인데다 이미 정조시점(22:00경)을 지나 유속이 빨라지면서 조류가 진도대교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위험하니, 다음 날 오전 정조시점(11:00경)에 역조를 받으면서 작업을 실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라는 취지로 출항을 연기할 것을 건의하였으나, 피고인 1은 ‘다음 날 11:00경에는 해상크레인부선의 예인작업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지금 재킷이 운반되어야만 다음 날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다, 이미 회의에서 논의하여 결정된 사항인데 이제 와서 출항시기를 바꾸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대답하였고, 그 후 피고인 2는 예정대로 예인선단을 지휘하여 출항하였다.
㈓ 예인선단은 예정된 항로를 따라 약 4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항해를 하다가 23:00경 물양장 앞 해상에 도착하였고, 피고인 2는 예인선단을 물양장을 향해 사선방향으로 진행시킨 후 부선의 오른쪽 선미부에 결합된 국제5호는 물양장을 향해 45도 방향으로 밀게 하고 부선의 오른쪽 선수부에 결합된 국제1호는 물양장을 향해 정면으로 밀게 하는 방법으로 부선을 물양장에 접근시키려고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부선의 선수부가 물양장쪽을 향해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조류에 의해 진도대교 쪽으로 떠밀리게 되었다.
㈔ 이에 피고인 2는 국제5호와 국제1호의 예인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예인선단의 선수미 방향이 조류와 평행이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조류의 영향이 너무 강하여 계속 진도대교 쪽으로 떠밀리게 되었고, 예인선단이 진도대교와 약 100미터 정도까지 가까워지자 피고인 2는 부선 선수부에 있는 공소외 10에게 부선의 닻을 투묘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응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하여 떠밀리다가, 결국 같은 날 23:13경 재킷의 상부가 제1진도대교에 부딪히게 되었다.
㈕ 그 후 국제5호와 국제1호는 부선의 승무원들을 태운 뒤 부선을 이탈하였고, 예인선과 분리된 부선 현대로얄 10001호는 재킷의 상부가 제1진도대교와 접촉한 상태로 조류를 받으며 걸려있다가 다음날 00:08경 재킷이 부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해저로 추락함으로써 같은 해 5. 10.경까지 부근 해상의 선박교통을 방해하였다.
(2) 이 사건 용선계약의 성질( 피고인 1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선박의 이용계약이 선박임대차계약인지, 항해용선계약인지 아니면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제3의 특수한 계약인지 여부 및 그 선박의 선장·선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이 이용권자에게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는 그 계약의 취지·내용, 특히 이용기간의 장단, 사용료의 고하, 점유관계의 유무 기타 임대차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19090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 즉 ①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로부터 예인선 국제5호 및 국제1호를 선장 및 선원이 딸린 채로 빌리면서, 국제1호에 대해서는 필요한 시간 동안, 국제5호에 대하여는 2007. 4. 20.부터 같은 해 4. 27.까지 1일 용선료 800만원의 요율로 사용하기로 하였던 점, ② 본건 재킷 운반작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인선 선장들은 용선자가 지정하는 부선을 용선자가 지정하는 장소로 예인하여야 하고, 더구나 재킷 운반작업과 해상크레인부선의 운반작업이 함께 이루어지므로 원만한 작업 수행을 위하여는 작업시간이나 작업순서에 대한 용선자의 결정과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점, ③ 실제로 해상크레인을 먼저 운반하고 재킷은 2007. 4. 23. 11:00경에 맞추어 운반하기로 했던 당초의 계획이, 예인선 선장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재킷을 2007. 4. 22. 22:00경에 먼저 운반하고 해상크레인을 다음 날 11:00경에 운반하는 내용으로 변경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용선계약은 정기용선 내지 항해용선계약이라고 볼 수 없고, 선박임대차와 유사하게 선박사용권과 아울러 용선자가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게 되는 노무공급계약적 요소가 수반된 특수한 계약관계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비록 항해 중의 기술적인 부분은 전적으로 피고인 2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고, 지휘·감독권자로서 재킷 운반작업 중의 위험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여 사고의 위험이 높은 시각에 예인선단이 출항하지 못하도록 방지할 법적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사고발생의 원인(피고인들의 각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
피고인 1은 이 사건 공사의 시행사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시공사인 공소외 4 주식회사와 함께 공사전반의 계획을 수립하고 작업현장을 감독하며, 부선 및 예인선들을 지휘·감독하여 각 해상운반작업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은 사고의 위험이 높은 이 사건 해상에서 재킷 및 해상크레인 운반작업을 함에 있어, 재킷의 선적작업이 지연되어 그대로 출항할 경우에는 정조시점을 맞출 수가 없는데도 출항을 연기시키거나 대책을 강구한 사실이 없었으며, 나아가 피고인 2로부터 출항을 연기할 것을 건의받았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일정을 들어 출항을 강행하도록 지시한 결과, 예인선단이 강조류에 휩쓸려 제1진도대교와 충돌하게 되었으므로,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인 2의 업무상 과실
피고인 2는 예인선 국제5호의 선장으로서, 예인선 국제1호를 지휘하여 재킷을 적재한 부선 현대로얄 10001호를 안전하게 물양장까지 예인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할 것이다.
특히 항해에 대한 일체의 권한과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 할 것인데도, 피고인 2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사고의 위험이 높은 시점에 출항하였고, 특히 물양장 앞 해상에 진도대교 방향으로 강조류가 흐르고 있었으므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중하게 예인선을 운항하여 물양장에 접근하여야 했음에도 무리하게 예인선을 운항한 결과 예인선단이 조류에 휩쓸려 제1진도대교와 충돌하게 되었으므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 2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사고에 있어 피고인 2의 과실 정도, 선박의 교통이 방해된 기간 및 정도, 기타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전과관계,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조류발전은 조류가 강하게 발생하는 해역에 수차발전기 설치를 위한 철골 구조물(재킷, Jacket)을 설치하고 그 내부에 조류에 의해 회전하는 수차를 설치하여 이 수차의 회전력을 이용해 조류의 흐름에 의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방법을 말하는데, 공소외 1 주식회사는 그 중 굴착 및 재킷 거치공사 부분을 하도급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