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배임][공2014상,802]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공2009상, 401)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공2011상, 482)
피고인
검사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법한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고소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고소인 회사’라 한다)는 자산운용사인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가 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되어 2009. 2. 4.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에 의하여 설정한 투자신탁의 수탁자인 사실, ② 공소외 2 회사, 고소인 회사,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 한다), 공소외 4 유한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한다) 등은 2007. 12. 24. 이 사건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따라 공소외 3 회사는 한우사육사업을 영위하는 공소외 4 회사를 설립하고, 중소기업은행은 공소외 4 회사에 대하여 70억 원을 대출하며, 고소인 회사는 공소외 2 회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중소기업은행의 위 대출채권을 양수하여 이를 신탁재산으로 보유한 사실, ③ 이 사건 공동사업약정에 의하면, 공소외 4 회사는 위 대출금으로 한우를 사육하여 판매한 다음 그 대금으로 고소인 회사에 대한 대출원금 및 이에 대한 연 8%의 이자를 약정기일마다 분할 변제하되, 그 대출원리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소외 4 회사 소유의 한우를 고소인 회사에 양도담보 목적물로 제공하고, 한우의 폐사로 인한 손해 발생 위험에 대비하여 공소외 4 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는 가축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채무상환기간 동안 이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며, 공소외 3 회사는 공소외 4 회사가 사육한 한우의 매입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실, ④ 한편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4 회사 등은 2007. 12. 24. 이 사건 업무위탁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공소외 3 회사는 한우의 사업소득이 위 대출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차액을 공소외 4 회사 명의로 개설된 자금관리계정에 입금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공소외 4 회사와 고소인 회사 사이의 관계는 동업재산을 합유하면서 이를 기초로 공동사업을 경영한 후 그 이익을 공동으로 분배하고 손실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동업관계가 아니라, 한우사육사업의 성패나 그 사업소득의 규모와 무관하게 채무자인 공소외 4 회사가 채권자인 고소인 회사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대출원리금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공소외 4 회사의 모회사인 공소외 3 회사가 그 채무 이행을 실질적으로 보증하는 대출채권채무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공소외 4 회사는 양도담보권자인 고소인 회사가 양도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양도담보 목적물인 한우를 보관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와 관련하여서는 고소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공소외 4 회사의 보험료 부담 아래 공소외 4 회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한 것은 공소외 4 회사의 사업 목적물인 한우의 폐사로 인한 손해 발생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공소외 4 회사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사건 공동사업 약정에서 위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하기로 약정하였고 위 가축보험계약이 궁극적으로 고소인 회사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가축보험계약의 체결·유지가 고소인 회사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고소인 회사 스스로도 양도담보 목적물에 관하여 피보험이익을 갖고 있어 공소외 4 회사의 협력 없이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위 가축보험계약의 체결·유지 의무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고, 이러한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서 상호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전형적·본질적으로 양도담보 목적물을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하는 의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공소외 4 회사가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라 한우에 관하여 가축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유지하는 것은 고소인 회사에 대한 민사상 채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공소외 4 회사 자신의 사무이지 이를 가리켜 타인인 고소인 회사의 사무라고 할 수 없다.
4. 원심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공소외 4 회사가 한우의 폐사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가축보험을 체결, 관리, 유지하기로 한 것이 공소외 4 회사의 사무라고 보고, 이와 달리 그 사무가 고소인 회사를 위한 사무임을 전제로 하여 공소외 4 회사가 위 가축보험계약을 임의로 해지함으로써 임무에 위배하였다는 업무상 배임의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