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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해고무효확인]〈갱신기대권을 가지는 기간제 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재위촉 거부의 무효를 주장하며 단원 지위 확인 등을 구한 사건〉[공2017하,2111]

판시사항

[1]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이에 위반하는 사용자의 부당한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효력(무효) 및 이때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한지 여부(적극)

[2]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사용자) /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 거절을 한 경우, 사용자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1]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

[2]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특히 사용자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가점 부여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 거절을 한 경우, 이는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이를 회피하거나 갱신 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 그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성배)

피고, 피상고인

김천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강훈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

가. 피고는 ‘김천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라고 한다)에 따라 김천시립교향악단(이하 ‘이 사건 교향악단’이라고 한다) 등으로 구성된 김천시립예술단(이하 ‘이 사건 예술단’이라고 한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이 사건 교향악단이 설립된 2004. 12. 1. 이후 피고 시장으로부터 단무장 또는 단원으로 위촉된 사람들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2년 단위로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교향악단에 비상임 단원으로 근무하여 그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정기평정을 거쳐 단원으로 재위촉되어 왔고, 최종적으로는 위촉기간을 2009. 2. 1.부터 2011. 1. 31.까지로 정하여 재위촉되었으나, 피고 시장은 2011. 1. 31. 원고들의 위촉기간이 만료되자 원고들을 재위촉하지 않았다(이하 ‘이 사건 재위촉 거부’라고 한다). 이 사건 재위촉 거부 이전까지 기존 단원에 대한 재위촉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다. (1) 피고는 2010. 11. 8. 이 사건 예술단의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2011년 단원 모집과 관련하여 위촉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단원들에 대해 재위촉전형을 하지 않고, 일제히 신규전형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자’라는 취지로 의결하였고, 2010. 11. 23. 실기(또는 서류심사) 및 면접 전형을 통해 이 사건 예술단의 비상임 단원을 공개모집하기로 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2) 피고는 2010. 12. 30. ‘2011년 김천시립예술단원(비상임) 모집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고 한다)를 하면서 2011. 1. 31.자로 위촉기간이 만료되는 이 사건 교향악단의 기존 비상임 단원 59명에게 이 사건 공고에 따라 실시될 2011년도 단원위촉을 위한 공개전형(이하 ‘이 사건 공개전형’이라고 한다)에 응시하도록 하였다.

(3) 이 사건 공고는 공통응시자격으로 ‘공고일 현재 주소가 대구·경북으로 되어 있는 자’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재정상의 이유로 이 사건 교향악단의 튜바 파트를 폐지하며 이 사건 공고 당시 튜바를 응시분야에서 제외하였다.

(4) 피고는 2011. 1. 17.부터 1. 18.까지 이 사건 공개전형을 실시하였다. 이 사건 공개전형에는 127명(이 사건 교향악단의 기존 단원 59명 중 54명 + 신규 응시자 73명)이 응시하였고, 총 47명(기존 단원 중 26명 + 신규 응시자 중 21명)이 합격하였다.

(5) 이 사건 교향악단의 기존 단원 중 튜바를 담당하던 원고 2, 이 사건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각 밀양, 서울, 부산이던 원고 4, 원고 14, 원고 21은 각 응시자격을 구비하지 못하여 이 사건 공개전형에 응시하지 못하였고, 원고 5는 이 사건 공개전형에 응시하지 아니하였다. 나머지 원고들은 2011. 1.경 응시원서를 제출하고 이 사건 공개전형에 응시하였으나, 점수가 각 분야별 모집인원 내 순위에 미치지 못하여 불합격하였다.

(6) 피고는 2011. 2. 1. 기존 단원 중 합격자에 대한 재위촉 및 신규 응시자 중 합격자에 대한 신규위촉을 하였다(위촉기간: 2011. 2. 1.~2013. 1. 31., 2년).

라. (1) 이 사건 조례 중 재위촉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다. ① 자격과 전형방법: 지휘자를 포함한 모든 단원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공개전형과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장이 위촉한다(제6조 제1항). ② 위촉연령과 기간: 단원의 위촉기간은 2년으로 한다(제9조 제2항). 위촉기간이 만료된 단원은 전형위원의 전형을 거쳐 재위촉할 수 있다(제9조 제3항).

(2)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은 단원 실기평정에 관하여 “각 단원의 자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정기 실기평정을 실시한다. 실기평정 결과에 따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단원은 해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8조).

2. 원심판단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① 이 사건 조례는 제9조 제2항에서 이 사건 교향악단 단원의 위촉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9조 제3항에서 “위촉기간이 만료된 단원은 전형위원의 전형을 거쳐 재위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재위촉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재위촉을 위한 요건 및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점, ② 피고는 정기 실기평정 결과에 따라 원고들을 매 2년마다 재위촉하여 온 점, ③ 이 사건 이전까지 이 사건 교향악단의 기존 단원 중 재위촉을 거부당한 사람은 없었던 점, ④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 제8조는 실기평정 결과에 따라 단원 간의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단원을 직책강등 또는 해촉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로서는 정기 실기평정 결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재위촉되리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에게 재위촉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가 이 사건 재위촉을 거부한 데에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재위촉 거부에 의한 원고들의 위촉계약의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조례 제9조 제3항은 위촉기간이 만료된 기존 단원의 재위촉에 관하여 “전형위원의 전형을 거쳐 재위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피고에게 위촉기간이 만료된 자를 재위촉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전형위원의 전형’의 구체적인 실시 방법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기존 단원에 대한 재위촉 가능성을 규정한 위 조항이 재위촉에 대한 기대권을 넘어 전형방법까지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따라서 위촉기간이 만료된 기존 단원을 다시 위촉할 것인지 여부 및 그 심사를 위한 전형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여부는, 그 전형방법이 불합리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치·운영의 주체로서 위촉권자인 피고 시장의 판단에 따른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조례 제6조는 지휘자 및 신규 단원의 전형방법에 관하여 “공개전형과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장이 위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을 가지고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기존 단원과 신규 단원의 위촉 절차가 분리되어 기존 단원의 재위촉의 경우에는 공개전형이 애당초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3)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 제8조 제3항은 “실기평정 결과에 따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단원은 해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문언을 반대해석하여도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되지 않으면 해촉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정기평정절차를 둔 기본적인 취지와 재위촉 관련 규정 등에 비추어 보아도 위 조항은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단원들을 해촉할 수 있다는 규정에 불과하고, 이를 기존 단원들에 대한 재위촉 여부와 재위촉 방식에 관한 규정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4)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목적, 단원들의 위촉과정, 단원들 업무의 특성이나 그 전문성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교향악단을 구성·운영함에 있어 기존 단원만을 재위촉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연주자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연주 기량 및 열의가 뛰어난 단원을 새로이 선발하여 이 사건 교향악단의 수준을 유지·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기존 단원을 포함한 응시자 전부에 대하여 실기 심사 및 면접을 통해 단원을 공개모집하도록 한 이 사건 공개전형은 위와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이며, 달리 피고가 공개모집 방법의 채택 과정에 있어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거나 그 기준이나 평가방법의 설정에 있어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5) 피고는 이 사건 교향악단의 모집계획을 수립하고 이 사건 공개전형을 마련하여 기존 단원을 포함한 응시자들에 대한 실기 심사 및 면접을 실시하였는데,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심사과정을 거쳐 부당하게 원고들의 재위촉을 거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6)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창달을 목적으로 피고의 예산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이 사건 교향악단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공개전형 응시자격을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연주자로 제한하고 예산 사정에 따라 교향악단의 구성을 조정한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 참조).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특히 사용자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가점 부여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 거절을 한 경우, 이는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이를 회피하거나 갱신 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 그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8225 판결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7035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을 살펴본다.

우선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정기 실기평정 결과 기량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재위촉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재위촉을 거부한 데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첫째로, 이 사건 재위촉 거부를 하여야 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에게는 이 사건 교향악단을 구성·운영함에 있어 연주 기량 등이 뛰어난 단원을 새로이 선발하여 그 수준을 유지·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위하여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할 수 있는 재량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교향악단은 전형위원의 전형 등과 같이 재위촉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두고 있고, 정기 실기평정을 실시하여 그 평정 결과에 따라 기량이 미달하는 단원을 해촉할 수 있는 절차 등을 갖추고 있어서 그 적절한 운영을 통하여 교향악단의 수준을 유지·향상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반면에, 기존의 방식 때문에 교향악단의 수준이 하락하였다거나 또는 그러한 방식만 가지고는 그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추단할 만한 사정에 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목적, 단원들의 위촉과정, 단원들 업무의 특성이나 그 전문성 등을 막연히 거시하면서 이 사건 공개전형이 이 사건 교향악단의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단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로, 피고가 위촉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단원들에 대해 재위촉 전형을 하지 않고 일제히 신규전형을 통해 단원을 선발할 목적으로 사전 동의 또는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 사건 공개전형을 실시한 것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조치이다. 그런데 재위촉 절차와 관련한 이 사건 조례의 내용과 그 취지, 그간 재위촉 제도가 운영되어 온 실태, 원고들이 재위촉에 대하여 가지는 갱신 기대의 내용 및 2010. 11. 8. 개최된 예술단운영위원회 의결 내용 등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조례나 시행규칙 등에 피고가 갱신기대권을 가지는 기존 단원에 대하여 일제 신규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로서는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조례나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근거를 마련하거나 또는 단원들과 사전 협의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침으로써 재위촉에 대한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셋째로, 피고가 이 사건 공개전형 응시자격을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연주자로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판단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예술단의 설치 목적은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창달에 있다는 것이고(이 사건 조례 제1조),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주 평균 3시간의 의무근무(연습) 시간이 부과되며, 이 사건 교향악단은 연 2회 정기공연 및 필요시 특별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단원들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대구·경북지역 외의 지역으로 되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교향악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는 데 어떠한 장애가 있다거나 그 설치 목적인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창달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 취지가 김천시민들 중에서 단원을 선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민들의 예술활동을 지원·장려하는 데 있다면 이 사건 조례에 그 근거 규정을 두어 그와 같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 취지가 그와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공개전형을 실시하면서 그 응시자격을 주민등록상 특정 지역 거주자로 제한한 것은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아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개전형 실시를 통하여 원고들을 재위촉하지 아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