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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도4450 판결

[사기][공2004.1.15.(194),202]

판시사항

외환위기 후 생계형 신규창업자금대출을 받으면서 대출자격 및 대출금 용도를 기망한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명의상의 학원 원장에 불과한 자가 외환위기 후 신규창업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제도의 목적 및 대출금의 용도에 반하여 창업자금 대출금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속이고 위 대출금을 위 학원 운전자금 용도로 사용하겠다면서 보증을 신청한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학원강사인바, 외환위기 이후 서민들의 생활안정 및 중산층 육성을 위하여 신용보증기금에서 신규창업을 하는 영세 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제도인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제도를 시행하면서 서민들의 금융편의를 위하여 점포임대차계약서,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손쉽게 대출보증을 해주는 것을 기화로 피고인이 마치 강남보습학원의 창업용도로 대출금을 소비할 것처럼 가장하여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을 받아 개인채무 변제 등 용도로 사용할 것을 마음먹고, 2000. 8. 말경 경기 양주군 회천읍에 있는 국민은행 회천지점에서 사실은 피고인이 원장으로 되어 있는 위 강남보습학원은 공소외 1이 피고인의 명의를 빌려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위 학원을 창업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은 이미 공소외 1이 투자하였고 피고인은 명의상으로만 학원장이었을 뿐이고 당시 증권투자로 인한 손실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위 창업자금을 대출받더라도 창업자금 용도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개인부채 변제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을 모르는 여신거래담당 직원에게 '경기 양주군 회천면 덕계리에 있는 남양상가 303호 25평 크기의 사무실에 강남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기업운전자금 용도로 쓰려고 하니 중소기업자금 2,55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용보증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점포전세계약서, 학원설립·운영등록증, 사업자등록증 등을 제출하여 마치 위 대출금을 학원운영에 사용할 것처럼 가장하여 이에 속은 담당직원으로부터 보증원금 2,550만 원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다음, 2000. 10. 17. 국민은행 회천지점에서 위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생계형 창업자금 3,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 중 2,550만 원에 대하여 피해자 신용보증기금으로 하여금 이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사실인정

이 사건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1은 2000. 8.경 경기 양주군 회천읍 덕계리에 있는 남양상가 303호를 임대하여 실제로 강남보습학원을 설립하고 등록하여 운영하였고 다만, 임차인과 학원장 명의를 피고인으로 하였으며 피고인은 실제로는 위 학원의 수학강사 겸 교무실장의 일을 하였는데, 피고인은 창업자금대출금을 일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으로 공소외 1의 동의를 얻어 피해자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이를 담보로 창업자금 3,000만 원을 대출받아 그 중 1,000만 원은 공소외 1에게 지급하여 학원운영비로 사용하게 하였고, 나머지 2,000만 원은 피고인이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보증자격 및 자금용도에 관한 기망행위 여부

먼저, 보증자격에 관한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 학원 건물의 임차인 명의 및 위 학원의 설립·운영 등록 명의가 피고인으로 되어 있기에 위 학원의 실제 설립·운영자와의 합의 아래 피고인 명의로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을 신청한 것인바, 위와 같이 명의와 실제가 다를 경우 보증신청은 대외적인 대표자 명의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 보증자격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설령 보증자격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러한 기망과 보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다음으로 자금용도에 관하여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이라는 명칭의 보증을 받고 그에 터 잡아 이루어지는 대출금의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으로 보증을 신청한 후 실제 그 대출금의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은 인정되므로, 이 점에 있어서 피해자인 신용보증기금을 기망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

다. 위 기망행위와 보증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

그런데 이 사건 보증을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위탁받아 처리함과 아울러 그에 기한 대출을 담당하였던 정진용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명의상 학원장과 실제 학원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단지 명의상 학원장이 신용불량자인 경우에 보증이 안될 뿐이고,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은 이미 다른 자금으로 창업을 한 후 보증을 신청하면 창업 여부를 확인한 후 보증을 하는 것이어서 창업자금대출금이 실제로 창업과 관련된 비용에 사용되는지 여부는 담당기관이 문제삼지 않고 대출 이후 확인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이 점에서 위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은 그 명칭과 달리 일정한 자격 요건만 충족되면 그 용도에 구애됨이 없이 금융편의를 제공하여 대출이 실행되도록 하는 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보증대상자가 신용불량자인지 여부, 보증대상자 명의의 창업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보증의 가부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보증은 피고인이 신용불량자가 아니고 피고인 명의의 학원이 실제로 설립되었기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인이 명의상 학원장에 불과하였음에도 이를 밝히지 아니하고 창업자금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음에도 학원운전자금용도로 쓰겠다고 보증을 신청한 행위와 이 사건 보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그 이외에 달리 피고인의 편취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기록에 의하면,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서민들의 생활안정 및 중산층 육성을 위하여 신용보증기금에서 신규창업을 하는 영세 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로 그 대상기업도 창업일로부터 보증신청일까지 기간이 1년 이내인 영리사업을 영위하는 생계형 창업중소기업이어야 하는 등 보증대상기업이 한정되어 있고, 그 재원도 소위 공적자금인 것으로 보이며, 그 신청서류로 사업자등록증, 사업장임대차계약서, 사업계획점검표 등의 서류를 제출토록 되어 있다.

나. 한편, 원심이 채용한 증거인 제1심 증인 정진용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함에 있어서는, 생계형 창업특별보증 업무는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은행이 위탁받아 처리하여 왔는데, 생계형 창업특별보증 및 대출 신청이 있게 되면 은행에서 신청자의 신용상태 등을 점검하고, 신청서(사업계획점검표)와 구비서류 등을 제출케 한 후 대출 여부를 결정하게 되나, 실무상으로는 대출로 인한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신청자가 일단 창업을 한 다음 대출신청을 하게 되면 은행직원이 창업 현장을 확인한 후 대출을 해주는 방식을 취하여 왔고, 피고인의 경우에도 위 강남보습학원의 운영자라는 자격요건에 기하여 이 사건 대출을 하게 된 것인데 만약 피고인이 실제로 위 학원의 운영자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 대출을 하여 주지 않았을 것이며, 은행에서는 피고인의 이 사건 보증 및 대출 신청 후 위 강남보습학원 현장을 답사하였으나 위 학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피고인이 아닌, 공소외 1인 것을 알아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면서, 피고인이 실제로 창업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이 사건 대출금을 기업자금 용도가 아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의도인 것을 알았다면 이 경우 역시 대출하여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제1심 법정에서는 외부자금으로 창업을 한 사람이 나중에 대출자금을 신청하게 되므로 창업사실이 확인되면 대출을 하여 주게 되고 추후 대출 신청자가 그 대출금을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지까지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등의 증언을 하였는바(정진용은 위 증언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같은 취지의 증언도 하고 있다), 정진용의 이와 같은 제1심에서의 증언 내용은 그 밖의 증언 등 전반적인 증언의 취지 및 앞서 본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은행이 생계형 창업특별보증 및 대출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사실상 창업 후 사후 대출을 하여 주었고, 대출 후 대출금의 사용 용도를 확인하지 않아 왔다는 것에 불과할 뿐, 명의상의 창업자와 실질적인 창업자가 다른 경우에도 명의상의 창업자가 생계형 창업특별보증 및 대출 신청을 하게 되면 그가 신용불량자가 아닌 한 위 보증 및 대출이 가능하다거나, 위 보증 및 대출 신청자가 일정한 자격 요건만 갖추면 대출금의 사용 용도에 관계없이 보증 및 대출을 하여 준다는 취지의 증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위 보증 및 대출신청서류 중 하나인 사업계획점검표에 의하더라도 창업할 기업체의 예상 매출액, 대출받을 자금의 용도(운전자금 또는 시설자금), 사업장 구입·임대·일반운전자금 등 소요자금의 자체조달가능액·추가필요액 등의 명세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말미에 유의사항으로서 "위 사업계획점검표는 대출 및 신용보증을 받는 데 중요한 자료이므로 사실과 다르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에는 대출 및 신용보증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고소·고발조치될 수 있다."는 내용이 명기되어 있다}.

다. 오히려 정진용의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전체적인 진술의 내용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제도의 시행 취지 및 창업자금 대출금의 재원, 보증 및 대출 신청서류상 반드시 대출금의 용도가 창업과 관련되어 있음을 소명토록 하고 있고, 대출시 은행직원이 창업 현장을 확인하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창업자금 대출은 그 용도가 서민들의 신규창업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고, 신용보증기금은 신규창업을 하는 서민들의 금융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 대출에 대하여 보증을 하여 왔다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명의상의 학원 원장에 불과한 피고인이 이와 같은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제도의 목적 및 대출금의 용도에 반하여 창업자금 대출금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속이고 위 대출금을 위 학원 운전자금 용도로 사용하겠다면서 보증을 신청한 행위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기망행위와 이 사건 보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같은 이 사건 생계형 창업특별보증제도의 목적 내지 성격과 창업자금 대출금의 용도, 증인 정진용의 증언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나머지 피고인의 이 사건 보증신청행위와 이 사건 보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는바, 그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강신욱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3.7.10.선고 2002노12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