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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811 판결

[업무상배임,직무유기][공1990.4.1.(869),699]

판시사항

택시공제조합의 지부 보상과장으로 있던 자에게 교통사고의 피해자측에 보상금이 많이 지급되도록 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에 불과하고 업무상 배임을 공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택시공제조합의 지부 보상과장으로 있던 자에게 교통사고의 피해자측에 보상금이 많이 지급되도록 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에 불과하고 업무상 배임을 공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문영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하여,

기록을 살펴보면, 제1심은 피고인의 아들인 공소외 1이 오토바이에 피해자 조현주를 태우고 가다가 공소외 김정우가 운전하고 가던 영업용 택시와 충돌하여 위 피해자가 사망한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전국택시운송사업연합회 택시공제조합이 인정하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인정기준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은 도로상황하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관하여는 공소외 1의 과실비율이 60% 위 김정우의 과실비율이 40%로 인정되고 그에 따르면 보상금으로 합계 금 4,340,835원만을 지급하면 되는데 위 조합의 지부 보상과장으로 있던 제1심 상피고인 은 이를 보상함에 있어 피고인이 위 교통사고를 손쉽게 마무리하고자 위 피해자의 유족에 대한 최대한의 보상과 위 김정우에 대한 합의를 받기위해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자 공모하여 위 교통사고 현장의 도로상황을 주도로, 간선도로의 구분이 없는 도로상황으로 바꾸어 공소외 1의 과실비율을 35%, 위 김정우의 과실비율을 65%로 계산하여 금 7,000,000원을 위 피해자의 부친인 공소외 조창수에게 지급함으로써 위 조합에 그 차액상당의 손해를 입혀 배임한 것이라고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항소이유로서 제1심 상피고인의 배임행위에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에게 위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최대한 보상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다 할지라도 이를 가지고 제1심 상피고인의 배임행위를 교사하였다거나 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 제1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내지 업무상배임의 공범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이에 대하여 제1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 특히 제1심 상피고인이 검찰에서 공소외 1이 교통사고를 낸 직후 피고인으로부터 위 사고 피해자에게 보상금이 많이 지급되도록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는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좁은 도로에서 넓은 도로로 나온 공소외 1에게 60%의 과실이 있으나 공소외 1이 넓은 도로에서 진행하여 온 것으로 사고내용을 조작, 변경한다면 공소외 1의 과실비율을 위 판단보다 줄일 수 있고 그렇다면 위 사고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7,000,000원까지 줄 수 있다"고 말한 후 제1심판시와 같이 도로상황을 사실과 달리 관계서류를 작성하여 무리하여 과다하게 보상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업무상배임의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1심 상피고인이 위와 같이 금 7,000,000원을 지급한 소위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할지라도 위 판시와 같은 사실관계하에서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에게 위 사고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보상금이 많이 지급되도록 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바 있다고 하여 이것만 가지고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의 업무상배임행위를 공모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검사 작성의 제1심상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1, 2회)와 피의자신문조서를 살펴보면, 제1심 상피고인은 검찰에서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의 과실이 커서 금4,340,835원 정도밖에 지급할 수 없다고 하였더니 피고인이 과실이 없는 것으로 하면 안되겠느냐고 하였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니 어떻게든 합의를 봐 달라고 요구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고, 또 제1심 상피고인은 피고인에게 사례 88과, 사례 90을 예로 들면서 실제로는 90인데 88로 변경하면 피해자 유족에게 금 7,000,000원까지 줄 수 있다고 설명하니 알았다고 그냥 돌아갔고, 제1심 상피고인은 피고인의 부탁도 있고 자기의 관내인 점을 감안해서 그렇게 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되어는 있으나( 제1심 상피고인에 대한 제2회 진술로서) 원심판시와 같이 진술은 되어 있지 아니하고, 또 공소외 1의 아버지인 피고인이 찾아와서피해자에게 충분히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여 기준보다 과하게 지급하였다. 사실상 오토바이 운전사가 피고인의 아들이고 피고인은 관내 경찰서 형사계장이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말을 거절할 수 없는 처지여서 그의 말을 감안하여 좀 무리하게 기준보다 과다보상하였고, 상사에게도 피고인 관계로 인한 것이라고 건의를 하여 처리를 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제1심 상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또한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보상금 지급은 위 조합자체의 조사에 의하여 조합 스스로 작성한 관계서류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되어 있고(수사기록 43면 이하) 제1심이 들고 있는 증거를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위 조합의 보상금지급이나 그 소요서류의 작성에 간여하거나 도로상황과 과실비율을 정하는데 어떠한 역할을 한바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는 보이지 아니하고 일건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이 점에 관하여 심리한 흔적이 보이지 아니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정도의 피고인의 소위만 가지고서는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의업무상배임의 실행행위의 일부를 분담하였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에게 피해자측에 보상금이 많이 지급되도록 하여 합의를 보아달라고 부탁하는 범위를 넘어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과 업무상배임행위를 모의하였다거나 공동의 범의를 실현시키려는 의사를 가지고 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은 증거만에 의하여 피고인이 제1심 상피고인과 공모하여 판시와 같은 업무상배임행위를 한 것이라고 인정한 것은 심리를 미진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할 것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덕주(재판장) 윤관 배만운 안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