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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1984. 10. 18. 선고 84나650 제4민사부판결 : 상고

[구상금청구사건][하집1984(4),36]

판시사항

철도건널목설치의 하자와 사고발생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영조물 내지 공작물이 그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안전시설의 미비가 구체적 사건에 있어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되었는가 하는 점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철도건널목의 보안시설이 일반적으로 예견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건널목 직전에 반드시 일단 정지하였다가 안전함을 확인한 후 통과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충분히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무시하고 통과한 행위는 사고를 자초한 것이고 사고의 발생과 건널목의 하자와의 간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참조조문
원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중앙택시

피고, 항소인

대한민국

주문

원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71,076,262원 및 이에 대하여 소장부본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원고회사의 피용운전사인 소외 1이 1982. 1. 25. 13:30경 원고회사 소속 (차량번호 생략)호 영업용 포니택시에 승객 4명을 태우고 이를 운전하여 경북 금호읍 냉천동 쪽에서 대미동 방면으로 진행중 위 냉천동 소재 냉천 제1건널목(대구선 동대구 기점 21.102킬로미터 지점)을 건너가다가 때마침 피고 산하 철도청소속 기관사인 소외 2가 운전하여 우측에서 진행하여 오던 제523호 완행열차의 우측 앞부분에 위 택시 우측 뒷범퍼를 충돌당한 후 약 12.7미터 가량을 퉁기어져 나감으로써 그 충격으로 위 택시가 대파됨과 동시에 승객 3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나머지 승객 1명은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위 사고건널목은 평소 주민과 주민들이 이용하는 차량이나 경운기등의 통행이 빈번하고 열차도 하루에 60회 이상을 통과하는 곳으로서, 위 건널목 부근에서 철도가 약 40도 우측으로 곡각을 이루고 있고, 철도주위는 수목과 주택 및 담장으로 가리워져 그 가시거리가 약 180미터 정도에 지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더우기 위 건널목을 중심으로 도로 양쪽이 약 10미터까지는 약 30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이를 통과하는 차량은 10미터 지점에서 일단 정차하면서 기어를 변속하지 아니하면 올라갈 수 없는 곳으로서 건널목 설치 및 설비기준 규정상 제3종에 해당하는 곳이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시야를 방해하는 장해물을 제거하여 충분한 가시거리를 확보한다든가, 건널목을 통과하는 차량 또는 통행인들로 하여금 가시거리 밖에서 기차가 접근함을 미리 알 수 있는 경보기나 차단기를 설치하는등 안전시설을 갖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건널목이 제4종에 해당하는 곳이라 하여 단순히 위험표지판만을 설치하여 두었고, 또한 위 사고열차를 운전한 소외 2로서도 위 건널목이 위와 같은 안전시설을 하지 아니한 위험한 곳임을 평소의 운전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으므로 마땅히 서행을 하거나 기타 장해물이 나타날 경우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사전에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진행함으로써 때마침 위 택시운전사인 소외 1이 위 열차의 접근을 모르고 위 건널목을 건너가다가 위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는 위와 같은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가 있는 공작물의 소유 및 점유자로서, 혹은 소외 2의 사용자로서 이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원고는 위 사고로 소유택시 1대가 손괴됨으로써 그 싯가 상당인 금 782,187원의 손해를 입었고 피해승객들에 대한 손해금으로서 금 99,964,951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차량손괴로 인한 손해액 및 원고의 출재로 인하여 면책된 위 금원중 상환액으로서 합계금 71,076,262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1) 그러므로 먼저 원고에게 공작물설치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살피건대,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7호증(검증조서)의 일부기재와 원심에서의 현장검증결과 일부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사고지점은 금호읍 냉천동과 대미동간의 남북으로 연결된 노폭 4.5미터의 비포장도로와 대구-포항간의 대구선 단선철도가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위 건널목에서 위 사고당시 열차가 진행하여 온 동쪽으로 약 97미터 떨어진 지점에는 철교가 가설되어 있고, 그 지점 후방으로부터 철도가 선로반경 약 400미터의 30도 곡선을 이루고 있고, 또한 위 택시의 진행방향으로 보아 위 건널목앞 약 30미터지점 우측에 주택이 있고, 그 주택을 통과하여도 위 건널목과 위 철교 중간쯤 되는 지점 우측에 주택이 세워져 있어서 그 주택담장과 그 주위의 수목 등으로 인하여 위 철교 방향이 보이지 아니하다가 위 건널목 직전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서 약 189미터 가량의 가시거리가 생기는 지점에 위 건널목이 설치되어 있는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위 사고당시 피고가 위 사고지점 건널목에 대하여 이를 4종 건널목에 해당한다 하여 위 건널목을 향하여 위 택시의 진행방향으로 가다보면 위 건널목 전방 30미터지점 우측에 있는 주택담장앞에 전방에 건널목이 있다는 교통표지판을 세우고, 위 건널목 바로 앞에는 약 2.5미터의 거리를 두고 건널목임을 표시하는 높이 약 1미터 가량의 지주목을 길 양편으로 세우고 또한 그 옆에는 우선 멈춤 표지판을 설치한 외에 따로 경보신호기나 차단기를 설치한바 없는 점은 피고가 이를 자인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때 사고지점의 건널목은 그것이 소유관리자인 국가의 행정적 판단에 따른 안전장치의 설치기준에 합당한 것인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철도영조물 내지 공작물로서 일반적으로 예견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통상의 안전성을 갖춘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떠한 영조물 내지 공작물이 일반적으로 볼때 그 설치 관리상 하자가 있어 안전시설을 강화함이 바람직하다는 것과 그와 같은 안전시설의 미비가 구체적 사건에 있어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되었는가 하는 점은 별개의 문제라 할 것인바, 위 갑 제7호증에다가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6호증의 2, 3(의견서, 범죄인지 보고), 같은 갑 제8호증의 2 내지 7(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일부기재(믿지않는 부분 제외)에 원심증인 소외 2, 정정식, 당심증인 김인제의 각 증언과 원심의 현장검증결과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소외 1이 평소 원고회사 소속 영업용 차량의 운전기사로서 이도로를 자주 왕래함으로써 위 사고지점에 건널목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위 건널목 앞까지 시속 약 25내지 3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진행하여 오다가 위 건널목 앞에서 일단 정지함이 없이 진행하여 오던 속력 그대로 위 건널목에 진입하였다가 위 건널목을 다 건너기 전에 때마침 그 곳을 통과하던 위 열차에 충돌당함으로써 일어나게 된 것으로서 사고당시 위 열차는 위 지점을 제한시속인 80킬로미터 범위내에서 시속 6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진행중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좌우할 증거가 없으니 만큼 사고지점에서 위 열차가 제한최고속력인 시속 80킬로미터로 진행하였다고 가정하더라고 위 건널목에서 열차를 발견할 수 있는 약 189미터 전방에서 열차가 진행하여 위 건널목에 이르는 데에는 약 8.5초 〔180÷(80,000÷3,600)〕가량이 소요되고, 만약 6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는 경우에는 약 11.3초 〔189÷60,000÷3,600)〕가량이 소요되는데 반하여 위 건널목을 통과하는 차량이 위 건널목 약 1.5미터 전방에 설치되어 있는 위 지주목 앞에서 일단 정지하고, 좌우를 살펴 진행하여 오는 열차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후 그 곳을 출발하여 폭 1.5미터의 위 철길을 건넌 후 다시 그 곳으로부터 약 1.5미터를 더 진행하여 안전지대인 위 건널목 반대편 입구에 세워져 있는 지주목이 있는 곳까지 합계 4.5미터 가량을 진행하는 데에는 그곳을 시속 5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진행한다 하더라도 약 3.2초〔4.5÷(5,000÷3,600)〕가량이 소요됨에 불과하여 사고택시가 출발한 직후에 진행하여 오는 열차가 가시거리내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적어도 약 5.3초 가량의 시간여유가 있음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인정과 달리 사고당시 사고택시의 운전자인 소외 1이 표지판 기타 외관상의 표시불비로 사고지점이 철도 건널목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거나 건널목 직전에서 일단 정지하여 열차의 진행여부를 확인하였더라도 사고가 불가피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사고는 소외 1이 당국으로부터 운전면허를 받아 영업용 차량의 운전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고지점이 건널목임을 인식하였으면 신호기등이 표시하는 신호에 따른 때를 제외하고는 건널목에 경보기나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가의 여부를 불문하고 도로교통법 제20조 에 따라 건널목 직전에서 반드시 일단 정지하였다가 안전함을 확인한 후 통과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충분히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고의로 무시하고 그대로 통과한 반법규적 행위에 의하여 자초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사고지점의 건널목이 위소외인의 그와 같은 반법규적 행위까지를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었다고 하여 그것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내지 손해의 확대를 가져온 무슨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사고와 사고지점에 설치된 건널목의 하자와의 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다음 사고열차의 기관사인 소외 2의 운전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피건데, 앞서 든 증거들을 종합하면 위 열차기관사인 소외 2는 위 사고당시 위 건널목 약 200미터 지점에서 기적을 울리면서 위 열차를 시속 6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진행하다가 위 커브길을 돌아 위 건널목 위에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계속 같은 속력으로 진행하여 위 건널목 약 80미터 전방에 이르렀을 무렵 갑자기 위 택시가 나타나 빠른 속력으로 위 건널목을 향하여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기적을 울리면서 즉시 급제동조치를 취하였으나 그 당시의 속력으로 제동거리가 약 190미터가 필요한 위 열차를 미처 정차시키지 못하고 위 열차로 위 건널목에 진입한 위 택시를 충격하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에 나온 증거중 위 인정에 어긋나는 부분과 원심증인 김광수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이와 달리 열차가 직전의 건널목에 차량이 갑자기 진입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거나 그 밖에 사고 발생에 원인이된 무슨 잘못을 범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소외 2가 이 사건 사고를 예견 내지 피양할 가능성이 있었음을 전제로 피고에게 국가배상책임 내지 사용자책임을 묻는 원고의 위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에게 원고 및 소외 승객들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유없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근완(재판장) 성기창 이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