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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22. 8. 25. 선고 2022노1504 판결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성혜진(기소), 이거량(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소정(국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개월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등(공소사실 제2항 기재 범죄에 대하여)

피고인은 분양대행업체에서 근무하는 피해자의 부탁으로 자신과 아들이 위 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명의를 빌려주었는데, 이로 인하여 건강보험료가 너무 많이 부과되는 바람에 피해자로부터 피고인과 그 아들이 위 업체를 그만두었다는 자료(이하 ‘이 사건 자료’라 한다)를 발급받고자 피해자에게 연락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연락을 받지 않고 전화번호를 차단하여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번호 등으로로 피해자에게 연락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4월 및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가. 관련 법리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 기재 범죄에 관하여,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 행위 전부가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다.목 에서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음향을 도달하게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반복적으로 음향을 보냄(송신)으로써 이를 받는(수신)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전화기의 벨소리’는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반복된 전화기의 벨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더라도 이는 같은 법 위반이 될 수 없다(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7615 판결 취지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누구든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21. 10. 29. 15:24경 피해자가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를 차단하였음에도 타인의 휴대전화(전화번호 생략)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전화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21. 11. 2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순번 제1, 3, 5항 기재와 같이 총 3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전화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글·말을 도달하게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

다. 판 단

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1회 통화하거나(위 제1항),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받지 않았다는 것(위 제3, 5항)인데, ① 우선 위 제1항 전화통화와 관련하여, 그 통화 내용이 밝혀지지 않는 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타인의 휴대전화로 피해자에게 1회 전화 통화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말’을 도달하게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한 증거가 없으며, ② 위 제3, 5항 전화와 관련해서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상대방의 전화에 ‘부재 중 전화’가 표시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고 ‘글’이나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각 행위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 에서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소 결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스토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등 주장에 대한 판단(공소사실 제2항의 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 중 별지 범죄일람표2 순번 제1, 3, 5항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등 주장은 그 나머지 점에 대한 주장으로 보고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연락한 것에는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자료를 받기 위한 것이므로 이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우선 피고인은 경찰 수사 당시 피해자를 만나기 위하여 연락한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2 제6항 기재 문자메시지(2021. 11. 26.자)를 보낸 이유에 대하여만 피해자가 이 사건 자료를 보내지 않아서라고 진술한데다가(증거기록 202면).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자료를 발급받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통해 피해자에게 연락한 횟수, 일시, 문자메시지 내용 및 첨부된 사진 의 영상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자료를 발급받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위 문자메시지를 받고 상당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넉넉히 추단된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피고인의 행위에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1.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누구든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21. 11. 2. 10:31경부터 20:33경 사이에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의 주거지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여 피해자에게 전송하고 ‘매일 2회 방문하고 매일 진주가고 있다. 연락해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1. 11. 2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순번 제2, 4, 6번 기재와 같이 총 3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주1)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글을 도달하게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

증거의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항 제3호 , 제44조의7 제1항 제3호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 반복적 도달행위의 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스토킹범죄의 점), 징역형 선택

1. 누범가중

1. 경합범가중

1. 이수명령

양형의이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의 내용 및 그 횟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느꼈을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넉넉히 추단된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불량한 점, 이 사건 범행은 누범기간 중에 저지른 것인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당심에 이르러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을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20년 이상 연인관계로 지내던 중 경제적 문제 등으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두루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데,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판시 스토킹범죄로 인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아니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윤영(재판장) 권준범 양우석

주1)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라는 기재가 없으나, 기소된 스토킹범죄로 인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의 경우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한 때(동법 제2조 제2호)에 성립한다는 점에서, 이 부분 기재가 공소사실에 누락되어 있음이 명백하고,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직권으로 이 부분을 추가 기재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