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6다91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국가의 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의 내용 및 상당인과관계

[2] 경매절차에서 매각물건명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취지

[3] 집행법원이 매각물건명세서의 작성에 관하여 부담하는 의무

[4] 집행법원이나 경매담당 공무원이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관한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국가의 배상책임 유무(적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 그 수행하는 직무의 목적 내지 기능으로부터 예견가능한 행위 후의 사정,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다62747 판결 등 참조).

민사집행법제105조 에서 집행법원은 매각물건명세서를 작성하여 현황조사보고서 및 평가서의 사본과 함께 법원에 비치하여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경매절차에 있어서 매각대상 부동산의 현황을 되도록 정확히 파악하여 일반인에게 그 현황과 권리관계를 공시함으로써 매수 희망자가 매각대상 부동산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여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 대법원 2004. 11. 9.자 2004마94 결정 참조). 따라서 집행법원으로서는 매각대상 부동산에 관한 이해관계인이나 그 현황조사를 실시한 집행관 등으로부터 제출된 자료를 기초로 매각대상 부동산의 현황과 권리관계를 되도록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하여야 하고, 만일 경매절차의 특성이나 집행법원이 가지는 기능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매각대상 부동산의 현황이나 관리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그 부동산의 현황이나 권리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를 매각물건명세서에 그대로 기재함으로써 매수신청인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 하에 매각대상 부동산의 매수신고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집행법원이나 경매담당 공무원이 위와 같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매각물건명세서에 매각대상 부동산의 현황과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을 제출된 자료와 다르게 작성하거나 불분명한 사항에 관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매수인의 매수신고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쳐 매수인으로 하여금 불측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면, 국가는 이로 인하여 매수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주식회사 하나로상호저축은행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청주지방법원 2002타경20288호 로 이 사건 토지 및 이 사건 건물에 일괄경매를 신청한 사실, 이 사건 건물은 9세대로 이루어진 다가구주택으로서 각 세대별로 9건의 전세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었는데, 그 중 3세대의 전세권자들만 위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한 사실,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6건의 전세권은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으로 인하여 그 권리가 소멸되지 아니함에도, 집행법원은 제4차 매각기일에 앞서 작성한 2003. 7. 19.자 매각물건명세서의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권리 또는 가처분으로 매각허가에 의하여 그 효력이 소멸되지 아니하는 것(이하 ‘매수인이 인수할 부담’이라고 한다)’란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기재한 사실, 원고는 제4차 매각기일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수신청을 하여 2003. 8. 21. 집행법원으로부터 매각허가결정을 받았으나, 집행법원은 2003. 9. 19. ‘최선순위 전세권자인 소외인이 배당요구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그 전세권을 인수하여야 하는데 매각물건명세서에 그러한 취지의 기재가 없었다’는 이유로 매각허가결정을 취소한 사실, 집행법원은 그 후 제5차 매각기일에 앞서 다시 작성한 2003. 10. 7.자 매각물건명세서의 ‘매수인이 인수할 부담’란에도 매각으로 말소되지 않는 전세권을 특정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말소되지 않을 최선순위 전세권설정 있음’이라고 기재하였고, 집행법원의 경매담당 공무원 역시 그 무렵 원고의 문의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인으로서는 최선순위 전세권자인 소외인의 전세권만을 인수하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사실, 이에 원고는 제5차 매각기일에 종전 매수신고가격에서 소외인의 전세금에 상당하는 금원만을 공제한 가격으로 매수신고를 한 결과 2003. 10. 30. 집행법원으로부터 매각허가결정을 받았고, 이에 따라 2003. 11. 7. 그 매각대금을 납부한 사실, 집행법원은 2003. 11. 14. 원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촉탁하면서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외인의 전세권만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권설정등기 모두에 대하여 말소등기를 촉탁한 사실, 그 후 집행법원은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나머지 5건의 전세권설정등기가 매각으로 인하여 말소될 수 없음을 확인한 후 2003. 12. 17. 비로소 그 각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회복등기를 촉탁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 아래에서 원고로서는 2003. 9. 19.자 매각허가취소결정 및 2003. 10. 7.자 매각물건명세서상의 불분명한 기재와 경매담당 공무원의 잘못된 답변으로 최선순위 전세권자인 소외인보다 후순위로 이루어진 나머지 전세권설정등기가 매각으로 인하여 모두 말소되는 것으로 오인한 상태에서 매수신고가격을 결정함으로써 그 각 전세권을 인수하여야 하는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경매담당 공무원 등의 직무의무 위반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8다31837 판결 참조).

또한, 원고가 관련 법령을 숙지하고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의 등기부등본 등을 상세히 검토하였다면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나머지 전세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함을 알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사집행법이 매각물건명세서를 작성, 비치하여 매수 희망자들에게 이를 열람토록 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관련법령이나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아니한 원고의 잘못을 들어 이를 과실상계 사유로 참작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거나, 경매담당 공무원 등의 직무위반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심은 단순히 2003. 10. 7.자 매각물건명세서의 ‘매수인이 인수할 부담’란에 ‘말소되지 않을 최선순위 전세권설정 있음’이라고 기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어 그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상 하자에 관한 법리오해나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 안대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12.6.선고 2005나38364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