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무죄집행유예의료사고
red_flag_2서울동부지방법원 2016. 11. 25. 선고 2015고합203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비밀누설·의료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정훈(기소, 공판), 이윤희, 김상현(공판)

변 호 인

변호사 박진석 외 1인

주문

피고인을 금고 10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비밀누설의 점 및 의료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이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범죄사실

주1) 범죄사실

피고인은 외과 전문의로서, 2010. 12.경부터 서울 송파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병원(이하 ‘□□□병원’이라고 한다)을 운영하며 환자들의 진료·수술 등 업무에 종사하였다.

피고인은 2014. 10. 17. 16:45경 위 병원 3층 수술실에서 피해자 망 공소외 1(46세)을 상대로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서는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숙지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복강 내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정확한 시술을 하여야 하고, 만약 천공하더라도 그에 따른 응급조치를 제때 하여야 하며, 수술 후 환자의 상태가 통상과 다를 경우 수술의 합병증으로 복강 내 장기가 손상되어 복막염, 패혈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에게 수술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복부 엑스레이, 복부 단층촬영(CT : Computed Tomography) 등의 조치를 포함하여 피해자의 통증 등의 원인을 파악하여 집중적인 치료를 병행하는 등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피해자를 상대로 위장관유착박리 등의 수술을 시행하면서 그 수술로 인하여 피해자의 상부 소장 70~80cm 하방 부위에 1cm의 천공 및 심낭 부위에 3mm의 천공이 각 생기게 하여 피해자에게 복막염 및 패혈증을 유발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같은 달 19.경 흉부 엑스레이 촬영결과에서도 위 심낭 부위 천공에 따른 심낭기종 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고 위 수술 이후부터 피해자가 마약성 진통제로도 해소되지 않는 극심한 복통·흉통을 호소하였고, 같은 달 20.경에는 38.8도에 이르는 발열증상 등이 나타나 복막염 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단순히 위 수술에 따른 통상적 회복과정인 것처럼 안일하게 판단한 나머지 같은 달 22.경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기까지 그 통증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달 27. 20:19경 서울 송파구 (주소 2 생략)에 있는 ○○○○병원에서 범발성 복막염에 의한 심낭압전에 따른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1.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의 각 증언

1.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9의 진술기재,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0의 진술기재

1.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13, 공소외 14, 공소외 2, 공소외 15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경찰 2014. 11. 1.자 압수조서

1. 수사보고(□□□병원 CCTV 영상자료 첨부) 및 사진, 수사보고(피의자 수술 당시 CCTV 영상자료) 및 사진

1. 부검감정서(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1. 각 감정촉탁회신(대한의사협회), 각 감정서(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1. ◇◇□□□병원 진료기록 등 사본, 진료기록 등(증거목록 12번), 계산서, 약봉투, 엑스레이 비교사진, 심전도결과지

1. 사망진단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금고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양형의 이유’에서 드는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요지

○ 피고인이 2014. 10. 17. 피해자를 상대로 위장관유착박리 등의 수술을 하면서 소장 천공이나 심낭 천공을 발생시키지 않았다.

○ 피고인은 위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복막염, 패혈증 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였고, 피해자가 2014. 10. 17. □□□병원을 방문한 때부터 2014. 10. 22. ○○○○병원으로 전원될 때까지 피해자의 상태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취하였다.

○ 피해자가 2014. 10. 20.까지는 복막염이라고 확진할 만한 증상을 보인 바 없고, 그 이후에는 피해자가 2014. 10. 20. 피고인의 입원 지시를 어기고 무단으로 귀가하고 2014. 10. 21. 예약된 진료를 받지 않아 복막염 발생 여부를 진단할 수 없었다.

○ 심낭 천공은 복막염만 없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피해자는 복막염으로 발생한 복강 내 액체가 심낭 천공을 통해 심낭에 유입되어 심낭압전이 발생함으로써 사망하였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소장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이 발생한 것과 피해자에 대한 복막염 진단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과실이 없으므로, 설령 피고인이 심낭 천공을 간과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 피해자가 2014. 10. 19. 퇴원 후 금식 지시를 어기고 음식물을 섭취한 행위로 인하여 복막염이 발생하였거나 악화되었고, 피해자가 2014. 10. 22. 12:40경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으나 피고인이 심폐소생술 등을 통하여 피해자의 심장기능을 정상화시켜 같은 날 14:10 피해자를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위 수술 및 수술 처치과정 등에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와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 결국 피고인은 위 수술이나 수술 후 처치과정 등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바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2.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피해자는 2014. 10. 17. 13:37경 좌상 복부에 쥐가 나는 것처럼 심하게 당기면서 아픈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을 거쳐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방문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복부 CT, 흉부 엑스레이, 내시경 검사 등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장폐색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과 잔존 위밴드 제거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14. 10. 17. 16:45부터 20:00경까지 복강경과 복강경용 초음파 절삭기 등을 이용하여 소장, 대장, 위, 복막 사이에 유착된 부위를 박리하고 그 과정에서 약해진 소장 부위를 봉합하였으며, 위 대만 부위를 따라 길이 15cm의 위벽을 위 내강 쪽으로 1회 집어넣어 주름을 만든 후 봉합하는 수술 등(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고 한다)을 시행하였다.

○ 피해자는 이 사건 수술 직후인 2014. 10. 17. 20:10경부터 통증을 호소하여 페치딘(마약성 진통제)을 투여받았고, 같은 날 21:33경 가슴이 뻐근하고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하여 산소 3ℓ와 니트로글리세린(혈관확장제)을 투여받았으며, 같은 날 22:00경 심한 흉통을 호소하여 몰핀(마약성 진통제)을 투여받았다. 피고인은 같은 날 21:00경부터 22:00경까지 사이에 병실 회진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개복한 것이 아니라 회복은 빠를 것이니 내일 오후 상태를 봐서 몸을 가누지 못하면 모레 퇴원을 하면 될 것이다, 10월 23일 방송국 녹화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통증은 몇 시간 후면 가라앉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 피해자는 2014. 10. 18. 02:20경 디아제팜(신경안정제)을, 같은 날 02:40경 통증을 호소하여 페치딘을 각 투여받았고, 같은 날 05:00경 다시 통증을 호소하여 듀로제식 패치(진통제)를 붙였으며, 같은 날 22:20경 가수면 상태에서 통증을 호소하며 계속 간호사를 호출하여 트라마돌(진통제)을 투여받았다. 한편 피고인은 같은 날 혈액검사 상 백혈구 수치가 좋아지고 있는 점, 압통과 반발통이 심하지 않은 점을 들어 피해자에게 단순한 ‘수술 후 통증’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였고, 피해자로부터 퇴원 요청을 받고는 ‘상태를 봐서 괜찮으면 내일 예정대로 퇴원을 하라’고 말하였다.

○ 간호사는 피해자가 2014. 10. 19. 01:20경 통증을 호소하여 트라마돌을 투여하였다가 같은 날 01:40경 4층 입원실에서 5층으로 올라와 소리를 지르면서 통증을 호소하자 진통제를 페치딘으로 교체하여 투여하였고, 같은 날 04:00경 심한 통증을 호소하여 몰핀을 투여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는 소파에 앉아 ‘아, 아’하는 소리를 지르며 아파한 것으로 간호기록지에 기재되어 있다.

○ 피고인은 피해자가 퇴원하기를 원하자, 2014. 10. 19. 09:05경 피해자의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같은 날 09:14경 이 사건 수술 당시 피해자에게 설치한 배액관을 제거한 다음 물을 조금씩 마셔보고 괜찮으면 퇴원해도 좋다고 하였다. 한편, 위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좌측 횡격막 상부에 공기 음영이 있어 심낭기종과 종격동기종의 소견을 보이고 있는데,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나 보호자에게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도 않았다.

○ 피해자는 2014. 10. 19. 13:17경 피고인으로부터 퇴원 허락을 받고 7일분의 위 보호제, 소화제 등을 처방받아 □□□병원에서 퇴원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식사는 이틀간은 미음을 끓여 반 공기 정도 먹어 보고 괜찮으면 더 걸쭉한 미음, 죽, 밥의 순서대로 식사를 하면 된다고 하였고, 만일 열이 나면 위험하니 반드시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 피해자의 체온이 집에서 2014. 10. 19. 16:00경 38.3도, 같은 날 16:30경 38.7도로 측정되어 피해자의 배우자가 □□□병원에 전화하였으나 간호사는 수술 후 보통 있는 일이라고만 하였다. 피해자는 같은 날 21:00경까지 통증으로 인해 미음 반 공기를 채 먹지 못하였다.

○ 피해자는 계속된 통증에 2014. 10. 20. 05:10경 □□□병원을 방문하여 ‘어제 미음을 먹은 후 복통이 심해졌다’고 호소하였고, 간호사는 피해자에게 몰핀을 투여하였다. 당시 병원에서 측정한 피해자의 체온은 37.6도였다. 피해자는 통증이 경감되자 피고인을 기다렸다가 진료를 보지 않고 같은 날 08:02경 그대로 귀가하였다.

○ 피해자는 2014. 10. 20. 16:57경 다시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피해자의 체온은 38.8도, 맥박은 분당 137회(참고치 분당 60~100회)로 측정되었다. 피고인은 간호사에게 지시하여 피해자에게 세프티손(복막염 등에 반응하는 약제), 에취투주(소화성궤양 등에 반응하는 약제)를 투여하고, 산소 3ℓ를 비강을 통해 공급해 주었다. 피고인은 복부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장 부종이 있고 피해자에게 압통은 있으나, 수분저류가 발견되지 않았고 반발통이 없다고 보아 복막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같은 날 17:20경 피해자와 면담한 자리에서 ‘지금은 복막염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열이 있으므로 항생제를 추가하고, 혈액 검사를 비롯한 추가 검사를 할 테니 다시 입원하라’고 하는 한편, 복막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에게 메트리날(복막염에 반응하는 항생제)을 처방하고, 간호사에게 다음 날인 2014. 10. 21. CRP(C 반응성 단백시험, 세균성 감염 등 급성질환 환자의 염증반응 검사), CBC(일반혈액 검사,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에 대한 지표 검사), LFT(간기능 검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피해자는 위 항생제를 거부하고 같은 날 18:15경 무단으로 귀가하였다.

○ 피해자는 2014. 10. 22. 04:40경 왼쪽 가슴 통증, 복통, 오심을 호소하며 □□□병원에 방문하여 같은 날 04:45 페치딘, 메트리날을 투여받았고, 같은 날 04:50경에는 복부팽만 증상이 관찰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같은 날 06:05경 왼쪽 가슴을 부여잡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자 간호사에게 지시하여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하게 하고 몰핀을 투여하였다. 피해자는 같은 날 08:09경 가슴의 답답함과 좌측 어깨 방사통을 호소하면서 침상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고인이 같은 날 08:28경 무렵 피해자의 심전도를 검사한 결과 피해자의 맥박은 분당 145회(참고치 60~100회)로 심각한 빈맥 상태였고, 심장전압은 0.19mV로 현저히 낮은 상태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위와 같은 증상을 허혈성 심혈관 질환으로 의심하여 피해자에게 혈관확장제와 진통제를 투여하고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여, 같은 날 08:45경 페치딘을, 10:53경 트라마돌을 각 투여하였다. 간호사가 같은 날 11:04경 피해자로부터 흉통이 있으면서 식은땀이 난다는 호소를 듣고 피고인에게 보고하였으나, 피고인은 진통제로 조절할 것을 지시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11:32경 회진을 돌면서 피해자에게 ‘가슴 통증은 혈관이 반 정도 막혀 있어서 심장으로 가는 피가 모자라 그런 것인데 심전도는 이상 없으니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혈액 검사도 수치가 돌아오고 있으니 수술했던 내부는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고, 간호사에게 지시하여 피해자에게 앤지덤 패치(니트로글리세린으로 혈관확장제)를 부착해 주었다.

○ 피고인은 2014. 10. 22. 12:40경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병실에 내려왔다가 화장실 변기에 구토하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다시 침상으로 옮기고 산소를 다시 공급해 주려는 순간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심폐소생술, 기도삽관 등 응급조치를 취한 후 피해자를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 피해자는 2014. 10. 22. 14:10경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는데, 동공이 6mm 열려 있고 사지 반응이 없는 상태였다.

○ ○○○○병원 의료진은 각종 검사 결과 피해자에게 복막염, 장 유착, 심낭압전의 소견을 확인하고, 흉부외과와 위장관외과가 협진하여 응급으로 개복수술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우선 ○○○○병원 위장관외과 의료진이 2014. 10. 22. 20:00경 피해자의 복막을 열고 심한 장 유착과 이로 인한 심한 장 팽만 소견, 중증도의 복막염 소견을 확인하고 상복부에 강하게 유착된 소장과 대장을 박리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부 소장 70~80cm 하방 부위에서 1cm의 천공을 발견하여 그 부분을 포함하여 소장 일부를 절제한 후 복강세척술을 시행하였다. 이어 ○○○○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이 피해자의 흉골 아래쪽으로 횡격막을 절개하자마자 심낭 안에 있던 액체가 600cc~700cc 정도 배출되었고, 이로써 심장의 내부압력이 내려가자 심장 활력징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위 의료진은 소장 천공과 복막염으로 인해 복막 안에 있던 액체가 심낭으로 유입된 것으로 의심하였으나 좌측 횡격막에 지름 6cm~7cm 정도 크기로 궤사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발견하였을 뿐 천공된 부분을 육안으로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위 의료진은 심낭을 세척하고 배액관을 설치한 다음 횡격막과 심낭을 봉합한 상태에서 수술을 마쳤다.

○ 피해자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는 2014. 10. 27. 20:19경 범발성 복막염에 의한 심낭압전에 따른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여 배 안에 지저분한 삼출액이 들어 있고 배 안 장기 표면은 전반적으로 화농성 물질이 덮여 있으며, 심낭 내강에도 다량의 지저분한 삼출액이 들어 있고 심장 표면에도 화농성 물질이 덮여 있으며, 심낭 내면에 심낭절개술(○○○○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이 2014. 10. 22. 한 응급수술을 의미한다) 자국의 왼쪽 끝에서부터 약 3cm 떨어진 곳에서 약 0.3cm 크기의 심낭 천공이 있는 것과 횡격막 아래쪽에서 보았을 때 위 심낭 천공에 대응하는 위치에서도 횡격막 천공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위 대만을 따라 약 15cm 길이의 위벽을 위 내강 쪽으로 접어 넣어 주름을 만든 후 봉합한 수술이 시행된 것을 확인하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소장의 천공에 의해 소장 내용물이 복강 내로 유출되어 복막염이 발생하였고, 복강과 심낭을 연결하는 횡격막과 심낭의 천공으로 인해 복강 내 염증이 심낭 내로 파급되었으며, 이로 인한 심낭염, 이에 동반한 염증성 삼출액 및 심낭기종 등에 의하여 심낭압전 등이 발생하여 심기능 이상이 발생하였고, 여러 시술을 하였으나 뇌를 비롯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3. 판단

가.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소장 천공과 심낭 천공이 발생하였는지 여부

○○○○병원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실시한 응급수술에서 피해자의 상부 소장 70~80cm 하방 부위에서 1cm의 천공이 발견되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심낭 내면에서 0.3cm의 심낭 천공과 횡격막 아래쪽에서 위 심낭 천공에 대응하는 위치에서도 횡격막 천공(이하 위 심낭 천공과 횡격막 천공을 통틀어서 ‘심낭 천공’이라고 한다)이 발견되었으므로, 우선 위 각 천공이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살펴보건대, 위 인정 사실과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위 각 천공은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던 도중에 발생하였거나, 또는 이 사건 수술 중 손상을 입은 위 각 부위에 수술 이후 지연성으로 발생하는 등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 복강경을 이용한 장유착박리술 자체가 고열을 일으키는 초음파 절삭기 등을 이용하여 유착된 부분을 떼어내고 지혈을 하므로 수술 과정에서 수술 부위에 화상 등의 손상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위 수술을 하는 도중에 소장에 천공이 발생할 수도 있고, 위 수술 중 초음파 절삭기 등의 접촉에 의한 열 손상으로 조직이 손상되어 수술 후 지연성으로 천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

○ 횡격막은 가슴과 배를 나누는 가로무늬근육으로 위로 휘어져 있는데 가장 올라간 부분에는 심낭을 사이에 두고 심장이 있고, 아래쪽에는 복막을 사이에 두고 복강 내에 소장 등 장기가 위치하고 있다. 심낭은 심장을 둘러싼 막으로 횡격막과 붙어 있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병원에서 실시한 피해자에 대한 응급수술에서 적출된 소장에 대한 ○○○○병원의 병리조직 검사 및 추후 제출된 남아 있는 소장에 대한 병리조직 검사 결과 소장에 천공을 유발할 만한 특기할 병적 소견은 확인되지 않는 반면, 장막(소장 바깥)면에서는 심한 염증이 확인되므로, 그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하여 천공되었거나 수술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한 후 일정시간이 지난 후 지연성으로 천공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고,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같은 내용으로 회신하였다.

○ 이 사건 수술 당시 촬영한 사진에서 횡격막 쪽에서 유착을 박리한 흔적이 발견되었고, 2014. 10. 17. 이 사건 수술 직전에 촬영한 피해자에 대한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는 관찰되지 않던 심낭기종과 종격동기종이 이 사건 수술 후인 같은 달 19.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 관찰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2014. 10. 17. 엑스레이를 촬영한 이후부터 2014. 10. 19. 엑스레이를 촬영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심낭 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천공 역시 소장 천공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하여 천공되었거나 수술 과정에서 손상이 발생한 후 일정시간이 지난 후 지연성으로 천공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병원 수술 기록지, 이 사건 수술 이후 피해자가 호소한 통증의 양상, 2014. 10. 19. 촬영한 피해자에 대한 흉부 엑스레이 사진 등을 근거로, 심낭 천공은 이 사건 수술로 인한 의인성 손상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수술 당시 피고인이 사용한 복강경 기구의 크기가 10mm, 5mm이므로 위 기구로 인하여 3mm의 심낭 천공이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복강경 기구의 끝이 수술에 적합한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그 기구가 조직에 직접 손상을 입혔다고 하여 반드시 그 손상 크기가 직경과 동일하다고 할 수 없고, 또한 복강경 기구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하여 조직이 손상을 입어 지연성으로 천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수술에 사용된 복강경 기구 등의 직경과 피해자의 심낭 천공의 직경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을 들어 위 심낭 천공이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수술 및 수술 후 처치과정 등에서 피고인의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1)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 사실 및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이 인정된다.

○ 이 사건 수술 당시 피해자의 장 유착 상태는 심각했고, 위, 대장, 소장, 횡격막 등 주변 장기들이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피고인도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수술 부위 중 약해진 소장 부분을 봉합하기도 하였다. 지연성 천공은 유착박리술 시행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통상 수술 후 2-3일이 경과한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와 같이 그 유착의 정도가 심하고 유착 부분도 많이 약해져 있는 경우에 유착박리술 이후 지연성 천공은 예상되는 합병증이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지연성 천공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피해자의 경과를 관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게다가 피해자는 이 사건 수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강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는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개복술에 비하여 통증이 적은 것이 보통이므로 환자가 수술 후 2일이 지났는데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때는 진통제로 증상을 호전시키기 전에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은 피해자의 증세를 이 사건 수술 시행 후 통상 발생하는 통증으로만 판단하고 그 통증 원인을 찾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진통제와 안정제만을 처방하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복부 및 장 유착으로 수술한 환자의 퇴원이 가능한 상태는 대변 배출, 구강 음식섭취 가능, 경구용 진통제로 통증 조절이 가능한 상태이어야 하는데(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 피고인은 2014. 10. 19. 피해자가 퇴원을 원하자 위 퇴원 가능한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피해자에게 퇴원을 허락하였다.

○ 2014. 10. 19. 09:05 촬영한 피해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 보이는 좌측 횡격막 상부의 공기 음영은 종격동기종과 심낭기종의 소견으로 확인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심낭 천공이 없다면 심낭기종이 발생하지 않고, 심낭에 가스가 차면 일반적으로 심장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므로, 심낭기종이 발생하면 흉부 엑스레이 검사, 흉부 CT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통해 그 원인을 찾고 그 경과를 추적 관찰하여 활력징후의 변화를 잘 살펴 필요한 경우 감압술 등의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며, 위 엑스레이 사진과 피해자가 이 사건 수술 직후 호소한 가슴 통증을 고려해 볼 때 종격동기종과 심낭기종에 대한 판단은 충분히 가능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2014. 10. 19. 피해자의 퇴원을 허락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회신하였다. 그런데 진료기록부 상 피고인이 위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하여 적절한 처치 등을 한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실제로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종격동기종이나 심낭기종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 별다른 조치 없이 피해자에게 퇴원을 허락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흉부 엑스레이 사진 판독과 그에 따른 처치 등을 위하여 영상의학과 의료진과 협진을 하지도 않았다.

○ 피고인은 2014. 10. 20. 발열로 인하여 오전과 오후에 □□□병원을 방문하였다. 특히 그날 오후에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진료하였는바, 피해자의 고열(38.8도), 복통, 메슥거림 등의 증상과 통증의 정도 및 지속기간, 높은 백혈구의 수치(2014. 10. 18.경 16.9, 2014. 10. 19.경 14.9, 참고치 4.0~10.0), 빈맥(맥박 분당 137회, 참고치 분당 60~100회) 등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는 마땅히 피해자의 복막염 가능성을 의심하였어야 한다. 복막염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복부 진찰 소견으로 압통(눌러서 아픈 소견)과 강직(복벽이 딱딱해지는 느낌)이 대표적이고 일반적으로 복막염의 진단과 원인 파악에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영상 진단은 복부 CT 검사이다(대한의사협회 감정촉탁회신). 따라서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에게 복부 CT 촬영 등 복막염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복막염 진단에 필요한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백혈구 수치가 참고치를 훨씬 초과함에도 단지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점, 피해자에게 압통이 있음에도 반발통이 없다는 점, 장 마비가 있을 경우 공기 음영으로 인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복부초음파 상 복강 내 체액저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을 들어, 만연히 피해자의 당시 상태가 복막염이 아니라고 속단하였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증상에 비추어 피해자가 2014. 10. 20. 오후에 □□□병원을 방문하였을 당시 복막염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진단 검사를 하였다면 피해자의 무단 귀가 이전에 복막염을 확진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 피고인은 2014. 10. 20. 오후에는 피해자가 복막염일 가능성을 염두에는 두었다는 것이므로, 피해자에게 복막염의 발생 가능성과 복막염이 발생한 경우 그 진행 경과, 그 악화를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사항이나 행동지침을 고지하되, 현 상태의 위험성을 피해자 스스로 판단하여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상태, 성향 등에 맞추어 이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와 같이 복막염이 아니라고 속단하고 피해자에게 ‘현 상태는 복막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을 뿐 위와 같은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설명하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입원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대한의사협회는 2014. 10. 22. 피해자에 대한 심전도 검사 결과는 심낭압전에 대한 심박출량 감소로 인한 보상성 빈맥의 소견을 보이는데 심장 내과 전문의가 아니면 이러한 상황을 의심하기 어려우므로 빨리 심장 전문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회신하였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위 심전도 검사 결과 피해자의 심장의 좌측 편위와 시계방향 편위의 소견을 보이고 심박수가 전체적으로 상승되어 있으며 전위가 감소되어 있어서 환자의 전신 상태를 감안한다면 복막염에 의한 탈수증 또는 임박한 패혈성 쇼크를 의심할 수도 있었으므로 즉시 내과 전문의와 협진을 했어야 한다고 회신하였다.

○ 피고인은, 피해자가 2014. 10. 22. 04:40부터 심한 흉통을 호소하는 등 통증의 양상이 기존과 달라졌고, 심전도 검사 결과가 정상소견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으므로, 심장 전문의 또는 내과 전문의와 협진을 하여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인적·물적 설비가 구비된 병원으로 피해자를 전원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10. 17. 피해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할 때부터 위와 같은 심전도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님에도 피해자의 상태를 만연히 허혈성 심혈관 질환으로만 의심하고 같은 날 12:40경 피해자가 심낭압전에 의하여 심기능이 상실되어 의식을 잃을 때까지 혈관확장제와 진통제만을 투여하고 위와 같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3)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이 인정된 사실과 사정들, 특히 ○ 피해자의 2014. 10. 19. 당시 상태나 영상 검사 결과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원을 계속 유지시켜 피해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통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 없이 진통제만을 투여하고 같은 날 09:05경 촬영한 피해자의 흉부 엑스레이 상 관찰되는 심낭기종의 소견을 간과한 채 그대로 피해자의 퇴원을 허락한 점, ○ 피해자가 2014. 10. 20.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마땅히 복막염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이를 진단하기 위한 적절한 검사를 시행해야 함에도 만연히 복막염이 아니라고 속단한 채 적절한 진단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복막염의 가능성과 그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도 않았던 점, ○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온 2014. 10. 22. 그때라도 피해자의 통증 양상과 심전도 검사 결과 등에 비추어 심장 전문의 등과의 협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따른 필요한 처치를 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하지 않은 채 만연히 허혈성 심질환으로 의심하고 이에 대한 조치만을 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수술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후유증 내지 합병증을 처치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심낭 천공과 소장 천공이 발생하였고, 소장 천공으로 인하여 발생한 복막염에 의하여 발생한 염증 등 복강 내 물질이 심낭 천공을 통하여 심낭에 유입되어 심장을 압박하고 이로 인하여 심박출량 감소, 급성 심부전, 허혈성 뇌손상, 다발성 장기부전의 순차적 경과를 거쳐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할 것인바,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수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한 통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퇴원이 가능한 몸 상태가 아닌 피해자를 2014. 10. 19. 퇴원시켰고, 2014. 10. 19.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심낭기종의 소견을, 2014. 10. 22. 한 심전도 검사에서는 심낭압전 등의 소견을 간과하였으며, 2014. 10. 20. 방문한 피해자의 증상에 비추어 복막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어야 함에도 복막염이 아니라고 속단하여 그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켰으므로,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위와 같은 순차적 경과를 거쳐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2014. 10. 20. 피고인의 입원 지시를 어기고 2014. 10. 21.로 예약되어 있던 외래진료를 받지 않았으며, 2014. 10. 19. 퇴원한 이후 미음, 게살죽, 보신탕 국물 등의 음식물을 섭취하기는 하였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상황에서 의심하여야 하는 증상과 그 위험성, 피해자가 지켜야 할 행동지침 등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정확하게 설명·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위와 같은 피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원하기 전에 피고인이 실시한 심폐소생술에 의하여 피해자의 심장기능이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는지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대한의사협회의 감정촉탁회신에 의하면, 심낭압전으로 인하여 심부전이 온 경우 감압술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만으로는 뇌기능과 심장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당시 피해자의 심박수가 분당 80회였으나 이는 정상적인 심장기능이라기보다는 에피네프린, 아트로핀 등의 약제가 투여되고 있었으므로 약물에 반응을 잘하지 못하는 심장의 기능 저하 소견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피해자가 ○○○○병원에 도착할 당시 피해자의 심장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앞서 본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됨으로써 피해자가 ○○○○병원으로 옮겨진 이후의 여러 상황이 피해자 사망의 주요한 원인으로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들은 모두 이유 없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금고 5년 이하

2. 양형기준의 적용 여부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6.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양형기준은 양형기준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 법원에 공소제기된 범죄에 대하여 적용하므로(양형위원회 운영규정 제20조), 2015. 8. 26. 공소제기된 판시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하여 위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3. 선고형의 결정

○ 불리한 정상 :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식을 신뢰하여 생명과 신체를 맡긴 환자에 대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수술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원인을 규명하여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였고, 그러한 피고인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하게 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배우자와 어린 두 자녀를 비롯한 유족들은 회복할 수 없는 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였고,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피해 보상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 유리한 정상 :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다. 피고인이 2014. 10. 20.에 이르러서는 복막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에게 관련 검사를 위한 입원을 지시하는 등 미흡하나마 자신의 능력 범위에서는 일정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2014. 10. 20. 피고인의 입원 지시에 따르지 않았는바, 그러한 사정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그 밖에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의사는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의료인은 의료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 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12. 초순경 □□□병원에 있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국내 의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터넷 주소 생략) 게시판에 ‘의료계 해명자료’란 제목으로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수술한 피해자 공소외 1의 유족과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설명한 글을 올리면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를 비롯하여 2012.경 위밴드 제거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 2009.경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인 수술을 한 사실 및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의사로서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함과 동시에 의료인으로서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발표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규정의 해석

형법 제317조 제1항 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제사, 약종상, 조산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증인, 대서업자나 그 직무상 보조자 또는 차등의 직에 있던 자가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의료법 제19조 는 “의료인은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88조 본문에서 “ 제19조 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형법 제317조 제1항 에서 정한 ‘타인’이나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 생존하는 사람 뿐 아니라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에서 알 수 있는 위 각 법률조항의 규정 문언과 그 내용, 위 각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와 보호법익, 형법, 형사소송법구 의료법의 규정체계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위 ‘타인’이나 ‘다른 사람’은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형법에서 통상 ‘사람’이나 ‘인(인)’이라 함은 자연인 또는 법인, 경우에 따라서는 법인격 없는 단체를 지칭하는데, 여기에서 자연인이란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할 뿐, 이미 사망한 사람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점은 형법에서 일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범죄를 규정하면서 사망한 사람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성요건을 두고 있는 것(예컨대 형법 제308조 의 사자명예훼손죄, 형법 제159조 의 사체등오욕죄)에 비추어 보더라도 명확하다. 따라서 특별한 규정 없이 형법 제317조 제1항 에서 정한 ‘타인’과 구 의료법 제88조 ,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의 범위를 확대해석하여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물론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도 가능한 문언의 의미 내에서 당해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그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그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할 수 있는바, 형벌법규에서 ‘타인’이라고 규정하였더라도, 그 형벌법규의 보호법익에 사회적 법익도 포함할 때에는 그 ‘타인’의 의미에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자도 포함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형법 제317조 제1항 에 정한 업무상비밀누설죄와 구 의료법 제88조 , 제19조 에 정한 의료법 위반죄의 보호법익은 모두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으로서, 위 각 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비밀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개인이며, 위 각 죄는 비밀 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의 일방적인 소추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모두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 형법 제318조 , 구 의료법 제88조 단서).

○ 또한 위 각 죄의 행위의 객체인 ‘비밀’이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의 사람에게만 알려져 있는 사실로서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하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인바, 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비밀로 할 것을 원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비밀로 할 이익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이는 행위자와 공범자를 제외한 타인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사망한 사람에게는 그와 같은 비밀이익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사망한 사람은 위 각 죄의 비밀의 주체가 될 수 없다.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법 제317조 제1항 에 정한 업무상비밀누설죄와 구 의료법 제88조 , 제19조 에 정한 의료법 위반죄는 모두 친고죄로서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한바,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본문은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는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업무상비밀누설행위가 있은 이후에 피해자인 비밀의 주체가 사망한 경우의 고소권자에 관한 조항으로서, 이 사건과 같이 ‘비밀의 주체가 이미 사망한 이후에 비밀의 누설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고, 법익 주체가 이미 사망한 이후에 범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의 고소권자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227조 에서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에 대해서만 이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형법 제317조 제1항 에 정한 업무상비밀누설죄 소정의 ‘타인’과 구 의료법 제88조 , 제19조 에 정한 의료법 위반죄 소정의 ‘다른 사람’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경우에는, 위 각 죄가 모두 친고죄임에도, 그 비밀의 주체가 이미 사망한 이후에 범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의 고소권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게 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규정체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각 죄에서 비밀의 주체로 정한 ‘타인’ 또는 ‘다른 사람’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체계적이고도 논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4. 12. 초순경 피해자에 대한 각종 의료자료 등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였는데, 피해자는 그 이전인 2014. 10. 27.경 이미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가사 그러한 의료자료 등이 피해자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법 제317조 제1항 에서 비밀의 주체로 정한 ‘타인’이나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비밀의 주체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이 이미 사망한 피해자에 관한 위와 같은 자료들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행위는 위 각 법조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이상윤(재판장) 이지혜 김웅재

주1)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라 범죄사실을 일부 수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