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하집1998-1, 74]
[1] 시민단체가 외국 연예인의 내한공연을 반대하는 운동을 한 경우, 그 활동의 위법성 여부
[2] 시민단체가 외국 연예인의 내한공연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면서 입장권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 은행에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하여 은행이 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와 시민단체의 불매운동 위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한 사례
[1] 자유민주사회의 시민이나 단체는 외국의 연예인을 초청하여 공연을 개최할 자유를 가지고 그러한 초청 공연을 반대할 자유도 가지나, 이처럼 상반되는 자유는 병존하면서 아울러 존중된다 할 것이므로, 각자의 자유는 상반되는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허용된다 할 것인바,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마이클 잭슨의 초청 공연을 반대하고 그 취지와 이유를 공표하거나 관계자에게 우송하는 행위는 허용된 자유활동에 속한다고 보여지나 한편, 마이클 잭슨의 초청 공연을 주관하거나 후원 또는 협찬하는 공연주관 회사 등의 사무실에 항의전화 걸기를 집단적인 운동으로 전개하여 업무를 방해하거나, 공연주관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입장권을 판매하려던 은행 등에 대하여 입장권 예매 업무를 중단하지 않으면 소속 시민단체를 동원하여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는 상반되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한 것이다.
[2] 공연 주관회사와 계약을 맺고 입장권을 판매하려던 은행 등이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로부터 예매계획을 중지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항의 서한을 받았다고 하여 공연주관 회사에 대하여 입장권 판매 대행계약을 취소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또한 위 은행들이 위 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한 것은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의 위협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그 계약을 이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의 불매운동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영업손실을 비교하여 자신의 자율적인 영업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입장권 판매 대행계약이 취소됨으로써 발생한 손해는 위 은행들의 계약취소에 따른 손해에 불과하고, 불매운동 위협행위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태원예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수춘)
정광모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인철)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5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일부터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예능인의 국내외 공연 및 취업 알선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미국의 팝 가수인 마이클 잭슨이 히스토리 투어 인코퍼레이션(History Tour Incorporation)의 주관하에 모스크바, 싱가포르, 동경 등에서 순회공연(소위 월드 투어 스케줄, World Tour Schedule)을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위 순회공연에 서울 공연을 추가시키는 교섭을 진행한 결과 1996. 6. 25. 위 히스토리 투어 인코퍼레이션과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하였다.
나. 원래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이하 이 사건 내한공연이라 한다)은 1996. 10. 11.과 같은 달 13. 양일간에 걸쳐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고, 이에 따라 원고는 1996. 7. 6. 이 사건 내한공연에 대한 허가를 관할 관청인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신청하였다.
다. 한편, 위와 같이 이 사건 내한공연이 원고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50여 개의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 내한공연이 과다한 출연료를 지불함으로써 외화를 낭비하는 것이고, 청소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그 입장료가 지나치게 고액이어서 청소년들에게 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이 자국에서 성추행혐의로 민·형사상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국내에 초청하여 공연을 하게 하는 것은 연예인의 경우 그 도덕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주요한 반대이유로 삼아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을 반대하기로 결의한 다음 이러한 뜻을 관철시키고 이 사건 내한공연계획에 공동대처할 목적으로 1996. 7. 12. 피고 정광모 등 6인을 공동대표로 한 소위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라고 약칭한다)를 결성하였는데, 피고 임영신, 권장희는 '공대위'의 간사로서 '공대위'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강구하여 공동대표와 참여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다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항의서한을 발송하고, 시민단체들의 회원을 동원하여 원고 회사와 문화체육부 등의 담당자에게 항의전화를 거는 등 공연반대운동을 전개하였다.
라. 우선 '공대위'는 1996. 7. 13.경 내한공연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하였으나, 현대그룹 산하의 금강기획 주식회사가 1996. 7. 19.경 내한공연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계약을 원고와 체결하게 되자, 1996. 7. 29.경 금강기획 주식회사와 현대그룹 본사 앞으로 내한공연에 대한 후원을 중지할 것을 요청함과 아울러 만약 후원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금강기획 주식회사와 현대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공대위' 명의로 발송하였는데, 이러한 서한을 접수한 금강기획 주식회사는 1996. 8. 13.에 이르러 이 사건 내한공연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마. 한편,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 사건 내한공연에 대하여 각계의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①무대의상과 분장 등 공연 전반에 걸쳐 우리 정서에 어울리도록 할 것, ②공연장의 안전을 위하여 전문경호업체와 체결한 경호용역계약서 사본을 1996. 8. 31.까지 제출할 것, ③청소년은 가급적 보호자를 동반하도록 권유하는 안내문구를 입장권 뒷면에 기재하고, 청소년대상 입장료는 가급적 하향 조정할 것, ④공연자 및 관람객을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 등 모두 11가지의 허가 조건을 붙여 1996. 7. 30. 이 사건 내한공연을 허가하였다.
바. 그러나 '공대위'는 1996. 7. 30. 문화체육부가 이 사건 내한공연을 허가한 것을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다음, 1996. 8. 5.경 이 사건 내한공연을 중계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방송(S.B.S.) 앞으로 중계방송계획을 철회할 것과 아울러 만약 중계를 하는 등 이 사건 내한공연에 협력하면 서울방송 프로그램의 시청거부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공대위'는 1996. 8. 20.경 원고와 경호용역계약을 체결하려던 한국보안공사(CAPS) 및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될 보험회사들의 대표격인 손해보험협회 앞으로 계약체결을 중지할 것과 함께 계약체결시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는데, 이러한 서한을 접수한 한국보안공사와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등 몇몇의 회사가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공대위'에게 보냈다. 이와 같이 원고는 '공대위'의 반대운동으로 인하여 경호용역계약과 보험계약의 체결에 어려움을 겪기는 하였으나, 주식회사 백호기획과 경호용역계약을, 현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 사건 내한공연에 부수된 허가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사.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내한공연의 입장권을 1996. 8. 28.부터 예매하기로 하고, 1996. 8. 21.을 전후하여 입장권 판매대행계약을 주식회사 한일은행 및 주식회사 서울은행 등과 체결하였는데,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공대위'는 1996. 8. 26. 한일은행 및 서울은행 등 입장권 예매처로 지정된 회사들 앞으로 입장권 예매를 중단할 것과 함께 예매를 계속할 경우 고객들의 예금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항의서한을 보냈고(갑 제3호증의 6, 7), 서울은행과 한일은행은 이러한 항의서한을 접수한 직후 '공대위'의 반대운동을 이유로 원고와의 입장권 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하였다(갑 제4호증의 1, 2). 위와 같이 은행과의 판매대행계약이 취소되자 원고는 은행전산망을 통하여 입장권을 판매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여 시간당 수당을 주는 소위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일이 전화예매를 받아 입장권을 판매하였다.
아. 한편, '공대위'는 1996. 9. 12.경 원고로부터 가급적 대학생(18세) 이상의 성인층을 주요 관람객으로 삼아 이 사건 내한공연을 진행하겠다는 등의 협의안을 제시받자 이 사건 내한공연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운동을 삼가하고 이 사건 내한공연이 위 협의안에 따라 진행되는 것인지를 감시하는 감시운동으로 그 방향을 전환하였으며, 원고는 예정된 계획에 따라 1996. 10. 11.과 같은 달 13. 이 사건 내한공연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원래 서울은행과 한일은행 등의 은행전산망을 통하여 이 사건 내한공연의 입장권을 판매하려고 하였으나, 피고들이 주동한 '공대위'가 위 은행들 앞으로 예매계획을 중지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지의 항의서한을 보냄으로써 결국 위 은행들이 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는 이미 위 은행들을 예매처로 기재하여 제작한 광고지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새로운 광고비를 지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산망을 통한 예매가 아니라 전화예매를 함으로써 추가인건비를 지불하여야 했으므로, 피고들은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즉, ① T.V. 광고에 소요된 금 105,721,366원, ② 사과문 및 변경예매처 고지에 소요된 금 14,600,000원, ③ 변경예매처 광고에 소요된 금 76,200,000원, ④ 예매처 변경 후에 소요된 광고비 금 431,732,500원, ⑤ 기자회견 등에 소요된 금 4,879,392원, ⑥ 광고인쇄물제작에 소요된 금 122,309,177원 등 합계 금 755,442,435원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우선 일부 청구로써 금 500,000,000원의 손해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자유민주사회의 시민이나 단체는 외국의 연예인을 초청하여 공연을 개최할 자유도 가지고 그러한 초청 공연을 반대할 자유도 가진다. 이처럼 상반되는 자유는 병존하면서 아울러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각자의 자유는 상반되는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공대위'가 마이클 잭슨의 초청 공연을 반대하고 그 취지와 이유를 공표하거나 관계자에게 우송하는 행위는 허용된 자유활동에 속한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의 초청 공연을 주관하거나 후원 또는 협찬하는 원고 등의 사무실에 항의전화 걸기를 집단적인 운동으로 전개하여 업무를 방해하거나, 원고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입장권을 판매하려던 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하여 입장권 예매 업무를 중단하지 않으면 소속 50개 시민단체를 동원하여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는 상반되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은행과 한일은행이 '공대위'로부터 위와 같은 서한을 받았다고 하여 원고에 대하여 입장권 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은행들이 위 판매대행계약을 취소한 것은 '공대위'의 위협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계약을 이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공대위'의 불매운동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영업손실을 비교하여 자신의 자율적인 영업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위 은행들의 계약취소에 따른 손해에 불과하고, 피고들의 행위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판단할 것 없이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