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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0.10. 선고 2017고합1079 판결

준강간

사건

2017고합1079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엄영욱(기소), 조도준(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태신

담당변호사 김은영, 윤태중

판결선고

2018. 10. 10.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4. 1. 저녁 무렵 피고인이 운영하는 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000(여, 24세)을 만나 어학원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시면서 식사를 한 뒤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C주점에서 남녀 접대부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택시를 이용하여 만취한 000을 데리고 서울 강남구 D 호텔로 이동하였다. 피고인은 2017. 4. 2. 01:00 ~ 01:51경 위 호텔 E호에서 술에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인 000의 옷을 벗긴 다음 000의 성기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간음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준강간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명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 법원 2005, 4. 15. 선고 2005도767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1) 000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000이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인 것을 이용하여 000을 간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000은 이 법정 및 경찰에서 C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만취하여 호텔에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없고 정신이 들었을 때 피고인이 성기를 삽입하려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000이 피고인, 남녀 접대부와 함께 2시간 동안 마신 술의 양이 양주 2병 이상이고, 000이 호텔에서 건물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 피고인이 이 사건 후 000에게 보낸 F 메시지 내용 등에 비추어 000은 이 사건 당시 상당히 술에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000은 피고인과 피고인의 영어학원 강사 채용 과정에서 알게 된 사이이고, 이 사건이 있은 당일인 2017. 4. 2. 06:00경 경찰에 신고하여 신고 경위에 달리 의문스러운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000의 이 법정 및 경찰에서의 각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000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러한 000의 상태를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000을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CCTV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 사건 직전 000의 거동을 보면, 000이 이 사건 당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에 만취한 상태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000은 2018. 4. 2. 00:52경 C주점에서 나올 때, 01:01경 택시에서 내릴 때, 01:03경 호텔 방으로 들어갈 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보행하는 데 어려움 없는 모습이다. 000은 호텔 카운터에서 피고인이 계산을 마치는 모습을 보고 바로 피고인을 뒤따라 이동하고, 피고인보다 먼저 방실에 들어가는 등 인지력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000이 2018. 4. 2. 06:00경 성폭력 응급키트 검사로 채취한 혈액의 혈중알코올농도도 0.035%여서 2018. 4. 2. 01:00경 당시 000이 멀쩡해 보이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잃을 만큼 만취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낮은 수치다.

나) 000의 주취 정도와 관련한 000의 진술은 일반적으로 혼동하기 어려운 내용이 변경되었다. 000은 마신 술의 양과 관련하여, 경찰에서는 폭탄주 20잔 정도 마셨다고 진술하고, 이 법정에서는 폭탄주를 8 ~ 9잔 마셨다고 진술하였는데, 기억력의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크다. 000은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점과 관련하여, 경찰에서는 피고인에게 집 주소를 보낸 직후 남자 접대부에게 '문신이 있네요' 말한 이후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는 C주점에서 1 ~ 2시간 뒤 남자 접대부와 같이 화장실을 간 이후 기억이 없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그런데 000의 위 경찰진술은 이 사건 직후 한 것임에도, 객관적 정황 및 000의 다른 진술과 모순된다. 000이 피고인에게 F으로 집 주소를 보내 준 시각은 22:45 이고(수사기록 34쪽), 접대부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22:48부터이므로(증 제5호) 22:45경 000이 만취 상태가 되려면 접대부들이 오기 전부터 이미 술을 마셨어야한다. 그러나 000은 이 법정과 경찰에서 접대부들과 술 게임으로 폭탄주를 마시고 만취하였다는 취지로, 위 경찰진술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

다) 000은 자신의 항거불능 여부와 관련된 F 대화내역, 부재중 전화 내역 등 증거 제출 과정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000의 부모는 000 과연락이 될 때까지 F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를 남겼을 것으로 보이고, 000이 이 사건 당시까지 부모의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는 사정은 000의 항거불능 여부를 인정하는 간접사실이 된다. 그런데 000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날인 2017. 4. 6. F을 새로 가입하였고, 이로 인하여 000의 핸드폰으로는 이전의 F 대화내역을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000은 2017. 4. 9. 부친과의 F 대화 내용이 담긴 자신의 핸드폰 캡처 화면을 출력하여 제출하였으나 위 캡처 화면으로는 2017. 4. 1. 23:37 이후 대화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000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이 있은 후 핸드폰 기기변경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핸드폰이 부서져서 바꿨기 때문에 자신에게 통화내역이나 F 내역이 남아 있지 않다.고 진술하였으며(증인 000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9, 31쪽), 부친의 핸드폰에 남아 있을 자료도 기기 교체를 이유로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17. 4. 1. 23:58부터 2017. 4. 2. 04:17까지 000과 000의 부모 사이에 어떠한 연락이 오갔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 피고인은 이 법정과 수사기관에서 '000의 동의하에 함께 호텔로 가게 되었는데, 000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고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오일로 마사지를 하다가 애무를 하며 성기를 삽입하려고 하였으나 발기가 되지 아니하였고, 이어서 손과 입으로 000의 음부를 애무하다가 000이 그만하라고 하여 중단하였으며, 000에게 집에 가겠느냐고 물었더니 있겠다고 하여 나왔다'라는 취지로 일관하여 변소하고 있다. 피고인의 변소를 뒷받침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변소는 쉽게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피고인이 000의 음부를 입으로 애무한 경우에도 질 내용물에서 피고인의 Y-STR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고(증 제3호), 000의 질 내용물에 포함된 정액이 2018. 4. 1. 15:00경 000과 성관계를 한 남성의 것인지, 피고인의 것인지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 다(증 제4호). 그런데 000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삽입을 하려고 했다.가 말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여 성기를 삽입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과 부합한다(증인 000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16쪽).

피고인은 000과 함께 호텔 방실에 들어갔다가 3분 후 호텔 근처 편의점까지 뛰어가서 오일과 콘돔을 사서 돌아왔다. 그런데 피고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000이 정신을 차려 탈출하거나 구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000이 방실에 들어갈 때까지도 거동에 어려움을 보이지 아니하였음을 고려하면, 준강간의 범의를 가진 자가 1 ~ 2분 남짓한 시간이나마 여성을 내버려 둔 채 간음행위에 꼭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오일과 콘돔을 사기 위하여 편의점까지 갔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000이 입었던 니트 원피스를 개어서 스타킹과 같이 놓아두는 등 000의 옷가지를 정리하기도 하였는데(수사기록 24쪽), 피고인이 000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간음행위에 이르렀고 범행 후 000을 방치하고 가면서도 굳이 000의 옷을 정리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역시 타인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이례적이다.

3. 결론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연학

판사김준영

판사장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