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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4. 6. 19. 선고 2014노138,2014노848(병합) 판결

[살인{인정된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박수, 박성진(기소), 이광민(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상배(국선)

주문

제1심 판결들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3년에 처한다.

압수된 칼(손잡이 11cm, 칼날 10cm) 1개(증 제2호), 부러진 칼(손잡이 10cm, 칼날 10cm) 1개(증 제3호), 스웨터 상의 1벌(증 제4호), 바지 1벌(증 제5호), 휴대폰 1개(증제7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제1 제1심판결에 대하여

1) 피고인

제1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20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검사

제1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나. 제2 제1심판결에 대하여

제1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4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가. 병합심리

피고인에 대하여 인천지방법원 2013고합730호 인천지방법원 2014고단23호로 판결 이 선고되었다. 피고인은 위 각 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제1 제1심판결에 대하여 각 항소를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위 각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위 각 제1심의 범죄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에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 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제1심 판결들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공소장 변경

한편, 검사는 당심 제5회 공판기일에 이르러 피고인의 죄명 중 ‘살인’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으로, 적용법조 중 ‘ 형법 제250조 제1항 ’을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제1항 , 형법 제250조 제1항 ’으로, 공소사실을 아래 범죄사실 2.항 기재와 같이 택일적으로 추가·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위와 같은 이유로도 제1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 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에는 위에서 살펴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제1심 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행·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의 승용차 앞에 적혀 있던 피해자의 휴대전화번호(번호 1 생략)를 보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음을 기화로, 2013. 5. 29. 16:39경 인천 부평구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 2 생략)를 이용하여 위와 같이 알고 있던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잘 지냈죠 본지가 오래되어서 문자한번 드렸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3. 8. 17.까지 별지 범죄일람표와 같이 총 55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공포심 또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하였다.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의 점

피고인은 인천 부평구 (주소 생략) 다세대 주택 반지하방에서 90세의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사는 53세의 미혼 남성으로, 2013. 5.경 이웃 주민인 피해자 공소외 1(여, 51세)을 집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뒤 피해자의 인상이 마음에 들어 교제하고 싶은 마음에 피해자의 승용차 앞 유리창 쪽에 적혀 있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뒤, 2013. 5. 29. 피해자에게 “안녕하십니까 그 동안 잘 지냈지요 본지가 오래 되어서 문자 한 번 드렸습니다”, “연락이 없으시네요 나이트에서 만난 사람입니다”라는 등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며 마치 나이트클럽에서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그러한 사실이 없으니 신원을 밝히라는 답신을 받았으나, 자신의 체격이 왜소하고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신감이 부족하여 전화 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지 못한 채 피해자에게 계속 “△△씨 좋은 아침” 등의 문자메시지만을 수십 회에 걸쳐 반복하여 전송하였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감시받는 듯한 불안감을 느낀 피해자로부터 경찰에 진정을 당하여 2013. 9. 3.경 인천 부평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피고인은 위 경찰서 민원실에서 합의를 위하여 피해자를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계속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거절당하였고, 경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피해자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은 것처럼 거짓 진술하였다가 피해자로부터 사실대로 진술해 주면 합의를 해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사실대로 진술하였으나 합의를 해 주지 않자 피해자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 뒤 피고인은 2013. 9. 말경 피고인의 집 부근 슈퍼 앞에서 우연히 피해자를 다시 마주쳤고, 피고인을 본 피해자가 동네 주민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나이트에서 나를 만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동네 주민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였다고 생각하며 피해자에게 더욱 분한 감정을 가졌다.

피고인은 2013. 10. 24. 22:10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술집 등에서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신입직원 환영 회식을 하며 소주와 맥주 약 20병을 나누어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한 뒤, 위와 같이 피해자가 경찰서에 피해 신고를 하고 합의를 해 주지 않는 것과 동네 주민들 앞에서 모욕을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자 격분하여 진정서를 제출하여 수사단서를 제공하고 피해 진술을 한 것에 대한 보복의 목적 등으로 칼을 들고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할 것을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같은 날 23:40경 위 피고인의 집 부엌에서 과도로 쓰는 칼 2개(각 칼날 길이 10cm)를 바지 양쪽 호주머니에 한 개씩 넣어 가지고 나와, 피고인의 집으로부터 약 30m 떨어져 있는 피해자의 집 앞까지 걸어가 그곳에 주차된 승용차를 밟고 올라 담을 넘은 뒤 피해자의 집 마당을 거쳐 현관문에 이르러 현관문을 두드렸고, 피해자의 동생 공소외 2가 집안에서 현관문을 열어 주자, 그에게 “공소외 1씨 사세요?”라고 2회 물어보았다.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인기척을 느끼고 집 안쪽에서 위 공소외 2의 옆까지 걸어 나왔는데, 피고인은 피해자를 보자마자 피해자를 향하여 “너 오늘 죽인다!”라고 외치며 위 칼 2개를 바지 호주머니에서 꺼내어 양 손에 들고 피해자에게 그대로 달려들어 위 칼 2개로 피해자의 가슴 부분 가운데 2곳을 힘껏 찔러 그 칼 중 1개가 피해자의 오른쪽 제4번 및 제5번 늑간을 지나 심낭을 뚫고 대동맥 기시부(기시부)를 스치면서 우심방을 찔러 심장에 도달하게 하고, 이어서 위 칼 2개를 양손에 들고 피해자의 가슴 부분 왼쪽 윗부분 1곳, 가슴 부분 왼쪽 아랫부분 1곳, 목 부분 왼쪽 1곳, 목 부분 오른쪽 1곳을 각각 찌르고, 피해자의 얼굴 부분 3곳을 베어, 피해자로 하여금 다음 날 01:03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 ○○○○병원에서 치료 중 가슴 부분 가운데 오른쪽 길이 2.3cm, 깊이 7cm의 자창, 가슴 부분 가운데 왼쪽 길이 1.8cm의 자창, 가슴 부분 왼쪽 윗부분 길이 1.4cm의 자창, 가슴 부분 왼쪽 아랫부분 길이 2.4cm의 자창, 목 부분 왼쪽 길이 1.7cm의 자창 등 다발성 자창으로 인한 출혈성 쇼크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기의 형사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수사단서의 제공, 진술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공소외 2에 대한 검찰 및 경찰 각 진술조서

1. 공소외 1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1. 상황보고서, 변사사건 발생보고 및 지휘 건의, 수사보고(사건송치서 및 의견서 첨부), 수사보고(본건 관련 사건 기록 사본 첨부 보고), 수사보고(국과수 부검감정의 통화보고), 수사보고(피의자 통화내역 출력물), 피의자 메시지 내역 출력물

1. 현장사진 및 변사체 사진, 피의자의 범행 동선 사진

1. 각 압수조서

1. 사망진단서, 부검감정서, 감정의뢰 회보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자메시지 반복 발송의 점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항 제3호 , 제44조의7 제1항 제3호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몰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2013. 9. 말경 피고인의 집 앞에서 우연히 피해자와 만나게 되었는데, 동네 주민이 여러명 있는 가운데 피해자로부터 망신을 당하였다고 생각하며 분한 감정을 가지던 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지, 이 사건 살인 범행 당시 피해자가 진정서를 제출하여 피해 진술을 한 것에 대한 보복 목적은 없었다.

2. 판 단

가. 행위자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소정의 ‘보복의 목적 등’이 있었는지는 행위자의 나이, 직업 등 개인적인 요소, 범행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피해자와의 인적 관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09도12055 판결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감시받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고 경찰에 피고인을 진정하게 되었고, 이로써 피고인은 2013. 9. 3.경 인천 부평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던 점, ② 피고인은 위 경찰서 민원실에서 피해자를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계속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거절당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경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피해자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은 것처럼 거짓 진술하였다가 피해자로부터 사실대로 진술해 주면 합의를 해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사실대로 진술하였으나 합의를 해 주지 않자 피해자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던 점(수사기록 43쪽), ④ 피고인의 변소대로라면 피고인은 동네 주민이 여러명 있는 가운데 피해자로부터 망신을 당하였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범행 동기를 찾아볼 수 없다 할 것인데, 피해자로부터 망신을 당한데 대한 분노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기에는 범행 수법이 잔혹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점, 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의 ‘피해자 집에 과도를 가지고 간 이유에 대하여 피해자를 위협하려고 하였다. 그동안 감정이 안 좋아서 술도 마신 김에 위협을 하고, 겁을 주고 나한테 그러지 마라고 하려고 하였다’(수사기록 116쪽), ‘그동안 있었던 좋은 감정이 안 좋은 감정으로 바뀌면서 피해자를 위협하려고 갔다’(수사기록 337쪽)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피해자가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수사단서를 제공하고 피해 진술을 한 것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0년 ~ 31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비난 동기 살인(제3유형)

[특별양형인자] 가중 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권고형의 범위] 징역 18년 이상, 무기 이상(가중영역)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음

3. 수정된 권고 형량범위 : 징역 18년 이상, 무기 이상

양형기준이 설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 양형기준이 설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죄의 권고형량 범위의 하한을 준수

4. 선고형의 결정 : 징역 23년

가. 양형조건

○ 범행내용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자메시지를 수십회에 걸쳐 반복하여 전송하였다. 피고인은 위 사건으로 피해자로부터 경찰에 진정을 당하여 부평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였으나 거절을 당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범행도구인 과도 2개를 사전에 준비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평온하게 거주하고 있는 집에 들어가 피해자의 동생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칼로 잔인하게 찔러 살해하였다.

○ 전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5회에 걸쳐 벌금형을, 절도죄 등으로 2회의 집행유예의 형을, 음주·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죄로 3회에 걸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생활환경 및 성장과정

피고인은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은 술을 좋아하여 피고인이 3세 때 술병으로 돌아가시고, 모친은 현재 91세로 피고인이 부양하고 있다. 피고인은 20세 경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용접 기술을 배웠으며,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할 때 취사병 생활을 하며 요리를 배우게 되었다. 2002년까지 뷔페식당 등에서 요리사를 하다가 고기부페, 분식집 등 창업을 했으나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지게 되었으며 2004년에 살던 빌라가 경매로 넘어갔다. 그 이후로 노모와 단칸방 생활을 하며 노동일을 하다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 협력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였고, 그 후 용접업체에 2년 정도 근무하였으며, 2012년 다른 □□ 협력업체에 취헙하여 현재 포장나무상자 제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조장 직급이었다고 하며 세후 150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다. 회사 규모는 직원 16명 정도 되며 회식과 술자리를 자주(주 2-3회) 가졌다.

○ 범행 동기에서의 특수성 (당심 전문심리위원 공소외 3의 의견)

피고인은 내성적이고 자존감이 낮으며 감정에 대한 통찰이 낮은 성격의 소유자로서 대인관계에서도 피상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성격은 피고인이 과거에 폭행과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을 반복해서 저지른 것을 설명해 준다. 신체적으로 왜소하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90대 노모를 혼자 모시고 사는 것 등 피고인은 자신이 여성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이성에 대한 자존감은 특히 낮은 상태이다. 피고인은 50대가 될 때까지 한 번도 동거나 결혼을 해보지 않았고, 여성과 교제를 할 때에도 소극적이었고 자기 감정표현을 하지 못했으며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다소 낮아 보인다. 나이트클럽이나 채팅 등을 통해서 만난 여성들과도 피상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우연히 마주친 피해자에게 호감을 느껴 채팅을 통해 접근을 하여 피상적인 대화를 유지해왔으나, 피해자가 먼저 만나자고 하자 피고인은 계속 회피하면서 피해자의 의심을 받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피해자가 이웃 주민이었고 피고인의 실체를 알게 되어 피해자가 신고를 하는 바람에 피고인은 피해자와 구체적으로 얽히게 된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여 피고인이 몇 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건이 종결될 줄 알았는데, 한 달 여 지난 시점에서 피해자가 동네 사람들 앞에서 피고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니 좌절감과 화를 강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모르는 동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었다는 것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감을 강하게 느낀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감정을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심리적 자원과 기술이 부재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몇 달 간 누적되어 온 분노의 감정이 사건 당일 행동 억제력이 완화된 주취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극단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범행 당시 피고인은 극도의 흥분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알콜의 영향과 극도의 흥분 상태로 인해서 사건 이후 범행 당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감정적 살인 사건에서 종종 관찰되는 현상이다.

○ 범행 전후의 심리상태 (당심 전문심리위원 공소외 3의 의견)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나자고 할 때 진작에 만나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가진 것 없고 자신감이 없어서 만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안 만나주니 피고인을 ‘나쁜 남자’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며 피해자에게 지각된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서 언급할 뿐, 피해자가 그 동안 느꼈을 심적 스트레스나 불안감에 대해서는 깊은 통찰이 없어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고 사과를 받아주지 않은 것과 동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망신 준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원망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판 단

피고인은 우연히 알아낸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자메세지 등을 보낸 것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던 점, 보복 범죄는 피해자 보호에 터 잡은 올바른 사법권의 행사를 저해하고 더 나아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엄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점, 피고인은 미리 범행도구를 준비하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평온하게 거주하고 있는 집에 들어가 피해자의 동생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2개의 칼로 잔인하게 찔러 살해한 것으로 범행의 구체적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아니한 점,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격렬히 저항하였고, 피해자의 동생 또한 피고인을 저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가슴, 목 부위 등을 칼로 찔러 심장을 관통하게 하는 등 범행 수법이 몹시 잔인한 점, 피고인의 공격으로 죽어가면서 느꼈을 피해자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매우 컸을 것이고, 피해자의 유족들 또한 극심한 충격과 고통에 시달리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그럼에도 피해자의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키는 중형 선고의 필요성이 크다.

다만, 피고인이 대체적으로 이 사건 각 범행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당시 술에 취해 있었고, 열등감에서 비롯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에게 집행유예형을 넘어선 실형 전과가 없는 점, 불우한 환경 속에서 90세의 노모를 홀로 부양하며 살아왔던 점 등을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 결과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요소를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상준(재판장) 구광현 한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