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2002. 4. 25. 선고 2001헌가19 2001헌가20 공보 [구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12호 부분 위헌제청]

[공보(제68호)]

판시사항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법 소정의 필요

한 구호조치와 신고를 하지 아니한 때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 제6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12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나 행복추

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사람을 사상한 후, 그에 필요한 피해자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경찰관서에 신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그 행위에 이중의 반규범성을 나타내는 아주 제한적인 경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고,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그 구성요건 해당성이 더욱 엄격히 제한될 여지가 있으며, 그 면허취소 후 면허취득결격기간이 사정에 따라 1년, 4년, 5년으로 되는 등,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반영할 여지를 어느 정도 두고 있으며, 특히 과도한 교통량, 높은 교통사고발생률, 이른바 “뺑소니” 사범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현실과 국민의 교통질서의식과 문화 등을 감안할 때, 면허정지처분의 여지를 전혀 두지 않고 반드시 면허취소하도록 규정하였다고 하여, 교통질서유지와 공공복리, 그리고 교통사고 피해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를 위하여 국민의 행복추구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교통질서확립이라는 일반적인 교통행정 규제뿐만 아니라 나아가 피해자 구호와 관련하여 교통사고가 야기된 후 발생할 지도 모를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최대한 경감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국가의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를 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발생시킨 자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되는 자연법상의 의무인 구호조치의무를 법규로 확인한 그 법적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한 행정적 제재라는 점과 이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도 가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도로를 사용하여 자동차 등의 운행을 할 수 있는 혜택이나 특권을 누리고, 그것을 영업의 수단으로 사용할 이익은 상대적으로 더 제한받을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공공 도로를 이용하여 자동차 등을 운행할 기본적인 자격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는 확실한 징표로서, 법이 규정하는 다른 필요적 면허취소 사유와 비교하여도 경하다고 할 수 없으며, 기타 운전 중 고의 또는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때 등 다른 임의적 면허취소·정지 사유에

비하여도 훨씬 중하다고 할 것이고, 교통사고 야기 후 구호 등 조치를 하였더라도 사상자 수가 일정 수 이상일 경우에는 벌점초과로 면허취소처분을 받게 되는 등, 도로교통법상 면허취소·정지 사유간의 체계를 파괴할 만큼 형평성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발생할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교통질서확립을 위하여, 도로를 사용하여 운행하는 혜택을 누리고 그것을 영업의 수단으로 하는 국민의 이익을 제한함에 있어서 법익균형성의 원칙을 위배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윈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헌법 제10조의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입법자가 임의적 규정으로도 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을 둔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을 우리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설사 교통질서의 확립과 피해자의 구호가 긴요하여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구법의 임의적 면허취소·정지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규제권한의 범위내에서도, 사고당시의 정황, 피해의 정도, 도주에 이르게 된 경위, 위반행위의 태양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법의 정도에 상응하게 면허의 취소나 정지 등의 제재수단을 선택함으로써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이나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그 사유에 해당하기만 하면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재량의 여지없이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덜한 임의적 취소·정지 제도의 적절한 운용을 통하여 입법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한층 큰 필요적 취소제도를 도입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편의적 발상

으로서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현대 사회·가정·경제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수단인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면허를 취소하는 것으로 직업의 선택이나 수행 등 직업의 자유와 행복추구권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제한을 규정하는 것이고, 그 취소 후에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결격기간이 사안에 따라 1년, 4년, 5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그 중 1년의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일반적으로 4년 또는 5년으로 되어 있어, 자동차의 운행을 직업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국민에게는 특히 생계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만큼 중대한 제약을 과도하게 오랫동안 받게 한다. 교통질서의 확립과 피해자의 구호가 대단히 중요한 공익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이 자동차의 운전으로 생업을 영위하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장기간의 운전면허취소는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한다. 이러한 사익의 침해를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당국이나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조치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를 전혀 부여하지 않고 모두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공익침해의 정도가 현저히 낮은 경우에도 반드시 면허를 취소할 수 밖에 없게 하고 있으니, 이는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기본권침해의 정도가 과중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따라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참조판례

헌재 1998. 5. 28. 96헌가12 , 판례집 10-1, 560, 568

헌재 2000. 6. 1. 99헌가11 등, 판례집 12-1, 575, 585

당사자

제청법원 부산지방법원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2000구5593, 2001구2577 자동차운전면허취소 처분 취소

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1헌가19

부산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은 2000. 12. 19. 제청신청인 한○호에 대하여, ‘한○호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구호조치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제12호를 적용하여 한○호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

이에 한○호는 부산지방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같은 법원 2001구2577), 그 소송계속 중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12호 부분의 위헌여부가 그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며, 부산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우리 재판소에 위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같은 법원 2001아164 위헌제청).

부산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은 2000. 6. 1. 제청신청인한○길에 대하여, 위 한○길이 2000. 4. 3. 20:20 경 부산 강서구 녹산동에 있는 ‘삼성전기’ 앞길 1차로를 진해방면에서 부산방면으로 부산 27너○○○○호 아반떼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인적 피해를 수반하는 교통사고를 야기하고도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한 조치 및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법 제78조 제1항 단서, 제12호를 적용하여 위 한○길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위 한○길은 부산지방법원에 위 부산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의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같은 법원 2000구5593), 그 재판 계속 중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12호 부분의 위헌여부가 그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며, 부산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우리 재판소에 위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같은 법원 2001아153 위헌제청).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도로교통법(2001. 1. 26. 법률제6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다만 “법”이라고 한다)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12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그 법률조항 및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78조(면허의 취소·정지)①지방경찰청장은운

전면허(연습운전면허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안에서 그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제1호 내지 제3호, 제5호 내지 제7호, 제10호 내지 제12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1.~11. 생략

12.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한 조치 및 신고를 하지 아니한 때

법 제50조(사고발생시의 조치)①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그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경우 그 차의 운전자등은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있는 때에는 그 경찰공무원에게,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없는 때에는 가장 가까운 경찰관서(경찰지서·파출소·출장소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지체없이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밖의 조치상황 등을 신속히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운행중인 차만이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도로에서의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법 제70조(운전면허의 결격기간)②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당해 각호에 규정된 기간이 지나지 아니하면 운전면허를 받을 자격이 없다. 이 경우 제1호 내지 제4호에 있어서는 벌금이상의 형(집행유예를 포함한다)의 선고를 받은 자에 한한다.

1.제40조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자동차등을 운전한 경우에는 그 위반한 날(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기간중 운전으로 인하여 취소된 경우에는 그 취소된 날)부터 2년(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의 경우에는 6월). 다만, 사람을 사상한 후 제50조제1항 및 제2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위반한 날부터 5년으로 한다.

2.제41조 또는 제42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사람을 사상한 후 제50조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한 경우에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5년

3.제40조 내지 제42조외의 사유로 사람을 사상한 후 제50조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한 조치 및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4년

6.제1호 내지 제5호에 정한 경우외의 사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된 날부터 1년. 다만, 적성검사를 받지 아니하여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 또는 제1종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적성검사에 불합격되어 다시 제2종 운전면허를 받고자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부산지방법원의 제청이유

입법자가 임의적 규정으로도 입법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을 둔다면, 이는 과잉금지의 원칙의 한 내용인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하게 한 자가 피해자의 구호 등 필요한 조치 및 신고를 하지 아니하기만 하면, 사고당시의 정황, 피해의 정도, 도주에 이른 경위, 위반행위의 태양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여지를 전혀 두지 않고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운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극히 낮은 경우에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법 제70조 제2항 제2호는 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을 위반한 경우로서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5년간이나 운전면허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현실적으로 도주차량의 경우 선택형으로 벌금형이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면허취소된 자는 반드시 5년간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 자동차운전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국민에게는 그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에 위반한 모든 경우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게 할 것이 아니라, 행정당국의 법 집행과정이나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조치(예컨대 긴 기간의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등)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의 여지를 부여하는 것이 법익형량의 요청을 충족하는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고당시의 정황 등 제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할 여지를 전혀 두지 않고 비난가능성이 극히 낮은 운전자에 대하여도 반드시 그의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나아가 향후 5년간 그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과중하다고 할 것이어서 직업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

법에 위반된다.

나. 경찰청장의 의견

현행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단서 중 제12호 관련 조항 및 시행규칙에 의하면,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사상자 구호 등 필요한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필요적 면허취소를 하고, 구호 등 조치는 하지 않았으나 신고기한(3시간 또는 12시간)내 자진 신고한 경우에는 벌점 30점을, 신고기한 후에 자진 신고를 한 경우에는 벌점 60점을 각 그 법규위반 및 사고결과에 대한 벌점과 별도로 부과하고 있고, 구호 등 조치는 하였으나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는 법규위반 및 사고결과에 대한 벌점만을 부과하여 그에 따라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처분을 하고 있으며, 운전면허시험 응시제한기간(결격기간) 역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하고,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병행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각각 구분하여 처분하도록 함으로써, 객관적 기준에 따라 법규위반행위의 태양을 구분하여 행정처분을 하므로, 행정처분의 형평성 유지는 물론 개별화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혈중알콜 농도가 0.1%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경우, 음주운전 여부에 대한 측정불응, 운전면허증을 다른 사람에 빌려주어 운전하게 한 경우에도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교통사고 야기 후 구호 등 조치를 하였더라도 사상자가 일정 수 이상일 경우 벌점초과로 면허취소 처분을 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람을 사상한 후 구호 등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반드시 취소처분을 하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의 과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사회적 비난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난가능성이 낮은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사 객관적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각 기준에 따른 처벌을 모두 달리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법원에서 선고유예를 할 수 없는 정도의 비난가능성이 인정되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4년 또는 5년의 결격기간을 부여하고, 비난가능성이 낮아 선고유예를 한 경우에는 1년의 결격기간만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로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경위와 입법취지

(1)도로교통법이 1961. 12. 31. 법률 제941호로 제정

될 당시 필요적 면허취소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임의적 면허취소·정지 규정만으로 규제하고 있었는데,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자동차 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교통사고가 증가하게 되어 교통질서 확립이 사회질서의 기본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수 차례에 걸친 법개정(1973. 3. 12. 법률제2591호, 1984. 8. 4. 법률제3744호, 1991. 12. 14. 법률제4421호, 1995. 1. 5. 법률제4872호, 1999. 1. 29. 법률제5712호 등)을 통하여 필요적 면허취소 규정을 둠과 아울러 그 사유를 확대하여 왔고, 그 일환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1999. 1. 29. 법률제5712호 개정법률로 신설된 것이다.

(2)제청법원도 지적한 바와 같이 법 제50조 제1항, 제2항의 입법취지는 경찰공무원으로 하여금 교통사고의 발생을 신속하게 알게 하여 교통질서의 안전유지 및 도로상의 위험과 그에 따른 피해의 확대를 방지하며, 피해자의 구호와 교통질서회복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교통사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 사범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여 그 위반시 엄격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 입법취지를 관철하여 바람직한 교통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고 건전한 교통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데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도로교통에서 일어나는 국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과 장애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에 그 목적이 있다.

(3)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법 제50조 제1항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법 제50조 제2항에 의한 필요한 신고도 하지 않은 경우는, 교통상의 장애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교통질서행정상의 규제목적을 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추가적인 위험 또는 위해를 방지하고 그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형사적 제재로는,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궤도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당해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로서,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피해자를 치상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

도록 규정함으로써 특히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아울러 그에 대한 행정적 제재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의 의무이행 확보수단으로,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한 구호조치 및 신고를 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그 운전자의 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고, 법 제70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 또는 제6호에 의하여 그 취소 후 1년, 4년 또는 5년의 운전면허 결격기간을 부여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나. 기본권제한의 최소침해성 위배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게 되면, 현행법상 면허정지나 면허의 유지의 여지는 없고, 반드시 면허취소를 받게 된다. 다만,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에도 도주차량으로 처벌받으면서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그 면허취소 후 결격기간이 1년이고, 징역형이나 그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로서,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한 경우는 그 결격기간이 위반한 날로부터 5년 간이고(법 제70조 제2항 제1호), 주취중이거나 과로·질병·마약의 영향을 받아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염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된 경우는 그 결격기간이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5년이며(제2호), 위 2가지 사유외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그 결격기간이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4년간이다(제3호).

(2)그런데 운전면허 취소와 그 취소 후 면허결격기간 등 운전면허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필요적 취소제도를 두고 있는 예도 있고, 임의적 취소제도로 규율하고 있는 예도 있다)에서 보더라도, 교통질서의 확립을 관철하는 방법은 각각 나라마다 교통량, 교통사고발생률, 준법정신, 교통질서에 대한 시민의 의식수준이나 문화풍토 등에 따라 그 규정상 의무이행의 확보 수단과 그 규제의 강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제청법원도 인정하였듯이,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바람직한 교통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건전한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교통사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 사범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특히 그러한 도주차량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의하여 다른 교통

사범에 비하여 최소한 1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그에 해당하는 경우 위와 같은 우리의 교통현실과 국민의 교통질서의식, 문화 등을 감안하여 그에 상응하는 행정적 제재수단으로 입법자가 필요적 면허취소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규정은 자동차와 교통사고의 격증에 상응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그 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행위에는 강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2869 판결)라고 판시하는 등, 도주차량의 경우, 그 법정형이 징역형만으로 되어 있고 가중처벌하고 있는 점을 감안, 사안의 개별성과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고 있어서, 그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가벌성이 없는 경우 그 범죄성립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필요적 면허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된다. 나아가 그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징역형으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선고유예를 선고받는 경우)에는 그 취소 후 면허결격기간은 1년에 그치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일체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교통질서의 확립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호에도 만전을 기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운전면허정지처분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였다고 하여 그것으로 인하여, 공공의 도로

를 이용하여 자동차 등을 운행할 이익이나 그것을 영업의 수단으로 이용할 편익을 과도하게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물론 제청법원의 의견처럼 피해자의 구호와 도로교통의 안전이라는 공익목적에 아무리 무게를 둔다고 하더라도,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덜하게 필요적 취소를 원칙으로 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간을 다소 길게 한 면허정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소 완화된 필요적 취소에 의하여도 철저한 단속, 엄격한 법 집행 등 그 운용여하에 따라서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므로,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사람을 사상한 후, i) 그에 필요한 피해자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ii) 경찰관서에 신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그 행위에 이중의 반규범성을 나타내는 아주 제한적인 경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고(그 대상은 법원의 해석여하에 따라 더욱 축소될 여지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면허취소 후 그 면허결격기간이 1년, 4년, 5년으로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반영할 여지를 어느 정도 두고 있으며, 특히 교통량, 교통사고발생률 등 우리나라의 교통현실, 국민의 교통질서의식과 문화 등을 감안할 때, 제청법원의 주장처럼 면허정지처분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교통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행복추구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이점과 관련한 입법자와 제청법원의 인식의 차이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선택하거나 평가함에 있어서, 우리나라 국민의 교통질서의식이나 수준에 대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비관적이거나 낙관적 입장의 차이 정도에 불과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입법자가 그 수단의 선택에 있어서 그 입법재량을 일탈하여 헌법위반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 기본권제한의 법익균형성 위배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교통질서확립이라는 일반적인 교통행정 규제목적 뿐만 아니라 나아가 피해자 구호와 관련하여 교통사고가 야기된 후 발생할 지도 모를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최대한 경감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국가의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도 그 형량의 대상이 된다. 더군다나 이 사건의 경우는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발생시킨 자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되는 자

연법상의 의무인 구호조치의무를 법규로 확인한 그 법적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한 행정적 제재라는 관점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형사법규에 의하여 이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도로를 사용하여 자동차 등의 운행을 할 수 있는 혜택이나 특권을 누리고, 그것을 영업의 수단으로 사용할 이익은 상대적으로 더 제한받을 소지가 있는 것이고, 위와 같은 목적을 위하여 위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자에게 구체적 사정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거쳐 1년, 4년 또는 5년 동안 위 이익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상 과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사람을 사상하고도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경찰관서에 신고도 하지 않는 자에 대한 것으로, 이는 공공 도로를 이용하여 자동차 등을 운행할 기본적인 자격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는 확실한 징표로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거의 예외없이 면허취소사유로 보고 있는 일반적 면허결격 사유인 정신병자·정신미약자·간질병자, 농아 등 신체장애자, 마약 등 의약품·알코올중독자 등과 비교하여도 결코 경하다고 할 수 없고, 그 외 허위 또는 부정한 수단으로 운전면허를 받은 자,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자, 음주측정거부자 등 법상 다른 필요적 면허취소사유와 비교하여도 중하면 중하지 경하다고 할 수 없으며, 기타 법상 운전 중 고의 또는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때나 교통단속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에 대하여 폭행한 때 등 다른 임의적 면허취소·정지 사유에 비하여도 훨씬 중하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도로교통법상 면허취소·정지 사유간의 체계를 파괴할 만큼 형평성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3)또한 도로교통법과 그 시행규칙의 관계규정에 의하면, 경찰청장도 의견으로 제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 구호 등 조치를 하지 않았으나 신고기한(지역에 따라 3시간 또는 12시간)내 자진 신고한 경우나 신고시한 후 48시간이내에 자진 신고한 경우에는 법규위반 및 사고결과에 대한 벌점과 별도로 각 벌점 30점, 60점을 부과하고 있고, 구호 등 조치는 하였으나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규위반 및 사고경과에 대한 벌점만을 부과하고 있어, 벌점점수에 따라 운전면허정지나 취소를 하게 된다. 그래서 교통

사고 야기 후 구호 등 조치를 하였더라도 사상자 수가 일정 수 이상일 경우에는 벌점초과로 면허취소처분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발생할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교통질서확립을 위하여, 도로를 사용하여 운행하는 혜택을 누리고 그것을 영업의 수단으로 하는 국민의 이익을 제한함에 있어서 법익균형성의 원칙을 위배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윈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헌법 제10조의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우리도 교통질서의 확립과 피해자의 구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하여 필요한 입법조치를 하고 행정제재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다만, 운전면허의 임의적 취소·정지만으로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적 취소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규제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되어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혀둔다.

가. 피해의 최소성

입법자가 임의적 규정으로도 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을 둔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을 우리 헌법재판소는 여러차례 확인한 바 있다(헌재 1998, 5. 28. 96헌가12 , 판례집 10-1, 560, 568, 헌재 2000. 6. 1. 99헌가11 등, 판례집 12-1, 575, 585).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하게 한 자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필요한 구호조치 및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의 행정제재 수단으로 필요적 면허취소 규정은 없었고 임의적 면허취소·정지 규정만으로 규제하고 있었는데, 설사 교통질서의 확립과 피해자의 구호가 긴요하여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구법의 임의적 면허취소·정지조항이 규정하

고 있는 규제권한의 범위내에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고당시의 정황, 피해의 정도, 도주에 이르게 된 경위, 위반행위의 태양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법의 정도에 상응하게 면허의 취소나 정지 등의 제재수단을 선택함으로써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면서도 그에 필요한 범위내에서만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 가능하여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침해도 최소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이나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그 사유에 해당하기만 하면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법의 정도나 비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경우까지도 재량의 여지없이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전의 임의적 취소·정지 제도로도 철저한 단속, 엄격한 법집행 등 그 운용을 하기에 따라서는 위의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덜한 임의적 취소·정지 제도의 적절한 운용을 통하여 입법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한층 큰 필요적 취소제도를 도입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편의적 발상으로서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나.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현대 사회·가정·경제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수단인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필요한 면허를 취소하는 것으로 직업의 선택이나 수행 등 직업의 자유와 행복추구권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제한을 규정하는 것이고, 그 취소 후에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결격기간이 사안에 따라 1년, 4년, 5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그 중 1년의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일반적으로 4년 또는 5년으로 되어 있어, 자동차의 운행을 직업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국민에게는 특히 생계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만큼 중대한 제약을 과도하게 오랫동안 받게 한다.

교통질서의 확립과 피해자의 구호가 대단히 중요한 공익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이 자동차의 운전으로 생업을 영위하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장기간의 운전면허취소는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한다. 이러한 사익의 침해를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경우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면허를 취소하게 할 것이 아니라 행정당국이나 법원의 재판과정

에서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조치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를 부여하는 것이 법익형량의 요청을 충족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체의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모두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공익침해의 정도가 현저히 낮은 경우에도 반드시 면허를 취소할 수 밖에 없게 하고 있으니, 이는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기본권침해의 정도가 과중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따라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권 성 김효종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