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의)][하집2003-1,246]
분만 도중 견갑난산으로 인하여 우측상완신경총이 마비된 태아에 대하여 의사의 의료과실책임을 부정한 사례
견갑난산은 분만 진통시 태아의 머리는 분만되었으나 어깨가 산모의 골반 내에 걸려 더 이상 분만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로서 발생빈도는 약 0.6∼1.4%인데, 견갑난산의 발생에 대한 위험인자가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현대 의학수준으로는 산전에 견갑난산을 예측하기 어렵고, 의사가 견갑난산의 발생시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분만기법(치골상방압방법)에 따라 합리적인 처치를 하였다면 분만 도중 태아가 우측상완신경총이 마비되었다고 하더라도 의사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750조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강 담당변호사 홍영균 외 1인)
피 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코리아 담당변호사 이영대 외 1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153,099,816원, 원고 2에게 금 7,315,927원, 원고 3에게 금 5,000,000원, 원고 4에게 금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1998. 4. 3.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1. 기초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4호증, 갑 제13호증의 1 내지 3, 을 제4, 5, 7, 9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아주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와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원고 3은 1997. 8. 22. 피고 운영의 수원시 장안구 정자2동 1-9 소재 효원산부인과(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처음으로 내원하여 임신진단을 받은 후(당시 임신 8주 1일, 분만예정일 1998. 4. 11.), 1998. 3. 28.까지 산전진찰을 받아 오다가 같은 해 4. 3. 임신 39주에 분만 진통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고, 같은 날 14:50경 입원하여 정상 질식분만을 통해 같은 날 18:02경 3.4㎏의 원고 1을 출산하였다.
나.원고 1의 분만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 3에게 1998. 4. 3. 15:20경 5% 포도당 500cc에 분만촉진제인 푸로스타글란딘 F2a를 혼합하여 투여하였고, 같은 날 17:35경에는 5% 포도당 500cc에 분만촉진제인 옥시토신 5유니트를 혼합하여 투여한 다음, 같은 날 17:50경 원고 3의 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리자 분만을 시도하였는데, 원고 1의 머리는 잘 나왔으나 오른쪽 어깨가 산모의 골반 내에 걸려 잘 나오지 않는 견갑난산이 발생하였고, 이에 피고는 조수로 하여금 산모의 치골상부에 압력을 가하도록 하면서 태아를 견인하는 방법(치골상방압방법)으로 원고 1의 분만을 마쳤다.
다.원고 1은 출산 후 오른쪽 팔의 변형과 구개열의 소견이 있어 1998. 4. 6. 수원시 팔달구 지동 93 소재 가톨릭대학교 성 빈센트병원으로 전원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현재 우측상완신경총 마비로 인하여 우측상지의 기능장애(상시 근력저하) 및 발달장애(팔길이 성장지연)가 영구적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원고 4는 원고 1의 언니이고, 원고 2는 원고 4, 1의 아버지이다.
2. 원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가 (1) 산전진찰과정에서 원고 3의 키가 149㎝이고 골반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태아 흉곽크기를 측정함으로써 정확한 태아(원고 1, 이하 같다)의 크기를 측정하였다면 사전에 견갑난산을 예측하고 제왕절개수술 등 안전한 분만방법을 택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태아 흉곽크기 측정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태아의 크기와 골반의 크기를 예측하여 질식분만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골반계측검사, 자궁저부 측정도 하지 않은 채 만연히 질식분만을 시도하였고, (2) 분만과정에서 원고 3에게 분만촉진제인 푸로스타글란딘과 옥시토신을 동시에 투여함으로써 분만과정을 무리하게 빠른 속도로 진행시킴으로써 견갑난산을 유발하였으며, (3) 견갑난산 발생 후에도 견갑난산시 취하여야 하는 정상적인 분만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원고 3에게 실혈량 1,000cc의 산후출혈을 유발시킬 정도로 원고 1을 무리하게 견인하여 강제로 분만한 과실로 원고 1로 하여금 우상완신경총 마비의 상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피고에게 견갑난산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피고가 원고 3에 대한 산전진찰 과정에서 태아의 흉곽크기를 측정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한편 앞에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0호증의 2, 을 제1호증, 을 제10호증의 2, 을 제11호증의 2,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종합하면, 견갑난산은 분만진통시 태아의 머리는 분만되었으나 어깨가 산모의 골반 내에 걸려 더 이상 분만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로서 발생빈도는 약 0.6∼1.4%인데, 견갑난산 발생에 대한 모성측 위험인자로는 임신부의 비만, 경산부, 당뇨병, 지연임신 등이 알려져 있고, 분만진통 중 위험인자로는 분만 제1기 및 제2기의 지연, 겸자분만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명확한 인자가 밝혀지지는 않고 있으며, 이에 현대 의학수준으로는 산전에 견갑난산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사실, 일반적으로 태아의 흉곽측정은 체중을 예측하기 위해 항상 이용되는 지표는 아닌 사실, 일반적으로 체격이 작은 여성은 골반도 작은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질식분만에 기여하는 점에서 볼 때 골반의 크기보다는 골반의 모양이 그 기여도가 더 높고, 동시에 체격이 작은 여성은 아기도 작게 낳는 경향이 있으므로 산모의 체격만으로 질식분만의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사실, 임신중 산모의 신장이 작다고 하여 무조건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여러가지 산전진찰 결과를 종합하여 태아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골반계측을 통하여 정상 질식분만이 가능할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데, 골반계측방법으로는 내진을 통하여 골반의 전체적인 형태 및 골반 입구와 출구길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으며, 그 밖에 영상 골반계측법으로 X-선 골반계측법, 컴퓨터단층촬영, 초음파검사, 자기공명단층 촬영 등의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방사선 검사는 태아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비용도 고려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시행하지는 않는 것이 보통인 사실, 피고의 원고 3에 대한 산전진찰 과정에서 임신성 당뇨, 산모 비만증, 태아의 과발육 등의 사정은 발견되지 아니한 사실, 원고 3은 1993. 1. 3.경 3㎏의 원고 4를 난산없이 정상 질식분만을 통해 출산한 바 있는 사실, 원고 3이 1998. 4. 3. 분만 진통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을 때, 피고는 내진을 통하여 약 2㎝의 자궁경관 개대, 75% 자궁경관 소실을 확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태아의 과발육이 의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고 3에 대한 내진을 통하여 골반의 전체적인 형태 및 골반입구와 출구길이를 확인하고서 질식분만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피고가 원고 3에 대한 산전진찰 과정에서 태아의 흉곽크기를 측정하지 않았다거나, 원고 3에게 X-선 골반계측법 등의 방사선 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태아의 견갑난산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데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피고가 사전에 견갑난산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으므로, 이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에게 견갑난산을 유발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원고 1의 분만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 3에게 1998. 4. 3. 15:20경 분만촉진제인 푸로스타글란딘 F2a를, 같은 날 17:35경 분만촉진제인 옥시토신 5유니트를 각 투여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위 두 가지 분만촉진제를 피고에게 동시에 투여하였다는 전제에서 피고가 견갑난산을 유발하였다고 하는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3)피고에게 견갑난산시 취하여야 할 정상적인 분만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 3에게 실혈량 1,000cc의 산후출혈을 유발시킬 정도로 원고 1을 무리하게 견인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 3의 산후출혈량은 100cc에 불과한 사실, 일반적으로 견갑난산이 발생한 경우 머리의 분만으로부터 몸체의 분만까지의 시간 단축이 태아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 경우의 분만을 위해서는 산모의 밀어내는 힘과 함께 조심스럽게 태아를 잡아당기는 것이 바람직한 사실, 견갑난산 발생시 시도할 수 있는 수기로는 태아의 머리를 하부견인하면서 조수가 적당한 치골상방압력을 주는 치골상방압 방법을 비롯하여, McRoberts 수기, Woods 나사방법, Rubin 수기, Hibbard 수기, Zavanelli 방법 등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피고가 원고 1 분만시 견갑난산이 발생하자 조수로 하여금 산모의 치골상부에 압력을 가하도록 하면서 태아를 견인하는 방법인 치골상방압방법으로 원고 1의 분만을 마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무릇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서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 중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인바,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 1의 분만과정에서 견갑난산이 발생하자 견갑난산 발생시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분만기법에 따라 합리적인 처치를 하였다고 보여지므로, 이와 반대의 견해를 전제로 피고가 정상적인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무리하게 원고 1을 견인하였다고 하는 원고들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에게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그 손해액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