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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집행유예
광주지법 2017. 8. 18. 선고 2017고합146 판결

[유기치사·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항소[각공2017하,665]

판시사항

택시 운전기사인 피고인 갑이 술에 취한 승객 을을 태우고 왕복 6차선의 자동차전용도로를 진행하다가 을이 횡설수설하며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야간에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시키고 방치하였는데, 그 후 을이 약 28분간 방향감을 잃고 헤매다가 피고인 병이 운전하던 후행 차량에 들이받혀 즉시 사망하게 된 사안에서, 피고인 갑에게 유기치사죄를 인정하고, 피고인 병에 대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택시 운전기사인 피고인 갑이 술에 취한 승객 을을 태우고 왕복 6차선의 자동차전용도로를 진행하다가 을이 횡설수설하며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야간에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시키고 방치하였는데, 그 후 을이 약 28분간 방향감을 잃고 헤매다가 피고인 병이 운전하던 후행 차량에 들이받혀 즉시 사망하게 된 사안에서, 피고인 갑에게는 을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주의의무가 있고,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심야시간대에 승객을 하차시킬 경우 진행하는 다른 자동차에 의해 사고를 당하거나 여타 다른 위해요소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과 특히 술에 취한 승객의 경우 사고와 행동이 정상적이지 못하여 보호자의 부조가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인 갑에게 유기치사죄를 인정하고, 반면 후행 차량 운전자 피고인 병은 제한속도를 상당한 정도 초과하여 과속한 사실은 인정되나, 을이 당시 상·하의 모두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있어 원거리에서 미리 발견하기가 어려웠던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병에게 자동차전용도로 운전자로서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피고인 병의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어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병에 대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이상길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신유리 외 1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1에 대하여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피고인 2는 무죄.

이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차량등록번호 1 생략) K5 택시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1. 14. 22:30경 광주 서구 치평동 센트럴호텔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 공소외 1(남, 27세)을 승객으로 승차시켜 목적지인 광주 광산구 (주소 생략)를 가기 위하여 자동차전용도로인 빛고을대로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 술에 취한 피해자를 손님으로 태운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주의의무가 있고, 그곳은 자동차전용도로로 자동차만이 통행하는 곳으로 사람의 통행이 불가능하며 도로구조상 걸어서는 쉽게 그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는 심야시간대이어서 시야가 매우 불량한 관계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으며, 위와 같은 장소와 상황에 승객을 하차시킬 경우 진행하는 다른 자동차에 의하여 사고를 당하거나 여타 다른 위해요소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과 특히 술에 취한 승객의 경우 사고와 행동이 정상적이지 못하여 보호자의 부조가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같은 날 22:37경 피해자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면서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광주 북구 코오롱 하늘채아파트 공사현장 부근 빛고을대로에 하차시키고, 하차한 피해자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함으로써, 같은 날 23:05경 피해자가 약 28분간 방향감을 잃고 입구를 찾아 헤매다가 피고인 2 운전의 (차량등록번호 2 생략) 인피니티 승용차에 들이받혀 즉시 그곳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허리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의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1의 법정진술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공소외 6의 진술서

1. 교통사고초동조치, 실황조사서

1. 사고현장사진

1. 시체검안서

1.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제7, 8, 12, 20, 34, 40, 44, 47, 58번, 각 첨부된 서류 포함)

1. 차적조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을 거듭 참작)

1. 사회봉사명령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15년

2.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학대 〉 유기·학대 〉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 제1유형(유기·학대치사)

[특별양형인자]

- 감경요소: 사망의 결과가 피고인의 직접적인 행위로 인하지 않은 경우, 처벌불원(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포함)

[권고영역의 결정] 특별감경영역

[권고형의 범위] 9월~3년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택시기사로서 승객인 피해자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야간에 자동차전용도로에 유기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

반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술에 취한 피해자가 먼저 요구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하차시키게 되었던바,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 및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하여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는 (차량등록번호 2 생략) 인피니티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1. 14. 23:05경 광주 북구 코오롱 하늘채아파트 공사현장 옆 빛고을대로 편도 3차로 도로 중 3차로를 따라 상무지구 방면에서 첨단2지구 방면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므로 시야가 좋지 아니하였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에게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도로에 사람이나 사고차량, 비산물 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규정속도보다 약 24~55㎞ 과속한 과실로, 마침 술에 취하여 3차로를 걷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1(남, 27세)을 피고인의 차 앞 범퍼 부분으로 충격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즉시 그곳에서 피해자를 허리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의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2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공소장 기재와 같이 과속하여 운행한 사실이 없고, 사고 장소인 자동차전용도로에 보행자가 지나다닐 것을 예견하지도 못하였으므로 피해자의 사망에 피고인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로서는 일반적인 경우에 자동차전용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하여 보행자와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급정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가 없고, 다만 자동차전용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라도 운전자가 상당한 거리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고,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자동차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도2671 판결 ,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다2624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으로 진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먼저 피고인의 과속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공소장 기재와 같은 과속 정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으나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사고 지점 후방 약 92.1m에 있던 무인단속카메라 지점에서는 이 사건 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80km 정도로 진행하다가 그곳을 지나고 나서부터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기까지는 차량의 속도를 가속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점, ②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서는 이 사건 사고의 최초혈흔 지점으로부터 최종정지 지점까지의 거리를 100.1m, 최초충돌 추정지점은 최초혈흔 지점으로부터 후방으로 약 16.3m~25.1m 지점, 최초정지 지점과 최종정지 지점의 차이는 5m로 전제한 후 주1) 제동거리 를 111.4m(= 100.1m + 16.3m - 5m)~120.2m(= 100.1m + 25.1m - 5m)로 추산하고 다만 이 사건 사고의 경우 스키드마크가 발생하지 않아 정확한 제동거리를 측정할 수 없어 앞서 추산한 제동거리에 주2) 공주거리 가 포함되어 있을 여지를 고려하여 마찰계수를 통상적인 교통사고의 경우에 적용되는 0.8이 아닌 0.4 내지 0.6에서 사고 지점이 내리막길이었던 점을 감안하여 0.01 내지 0.015를 차감한 0.385 내지 0.59를 적용하여 주3) 속도추정방정식 에 따라 사고 당시의 속도를 시속 내지 로 추정한 점, ③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최초충돌 지점(최초혈흔 지점)으로부터 최종정지 지점까지의 거리가 90m, 피고인이 피해자를 최초로 발견한 지점은 최초충돌 지점 후방 약 5m, 공주거리가 약 25m, 최초정지 지점과 최종정지 지점의 차이가 12m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의 제동거리는 약 58m(= 90m + 5m - 25m - 12m)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바, 위 주장에 따라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최초충돌 추정지점 역시 최초혈흔 지점과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이를 속도추정방정식에 따라 계산하더라도 사고 당시의 속도는 시속 약 주4) 로 추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제한속도인 80km를 상당한 정도 초과하여 과속한 사실은 인정된다.

(주3)

그러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자동차전용도로 운전자로서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고 당시 피해자를 약 5m 전방에서 발견하였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을 걸었으나 결국 충돌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사고 당시 피고인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하고 있던 증인 공소외 7 역시 이 법정에서 피해자를 처음 발견하였을 때 차량과의 거리가 약 10m 내지 15m 정도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 사건 사고가 심야시간에 발생하였으며 피해자가 사고 당시 상·하의 모두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있어 원거리에서 이를 미리 발견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

② 이 사건 사고 발생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80km로 진행하는 차량의 경우 공주거리와 제동거리를 더한 정지거리는 약 54.2m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약 5m 내지 15m 전방에서 발견한 이상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 외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③ 이 사건 사고 발생 도로는 왕복 6차선의 자동차전용도로이고 시속 80km가 제한속도인 구간인바, 피고인에게 위 도로에서 술에 취하여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하여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수 있어서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면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④ 앞서 본 사고 당시의 도로 사정 및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충돌 직전에 발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사고 당시 전방 및 좌우주시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 등도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손화정 오한승

주1) 브레이크가 실제로 작동한 순간부터 차량이 멈출 때까지 진행한 거리

주2) 운전자가 위험을 최초로 인식하고 브레이크를 실제로 작동하기까지 차량이 진행한 거리

주4)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교통사고분석서에서는 제동거리에 공주거리까지 포함되어 있을 여지를 감안하여 통상적인 교통사고의 경우보다 낮은 마찰계수를 적용하였으나,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가장 유리하도록 공주거리를 25m로 보고 이를 공제하여 제동거리를 산정한 이상 이에 따른 속도추정방정식에서는 통상의 마찰계수인 0.8에서 내리막길임을 감안하여 0.015를 차감한 0.785의 마찰계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