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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창원지방법원 2012.12.27.선고 2012고합49 판결

살인

사건

2012고합49 살인

피고인

A

검사

최현철(기소), 정재신(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판결선고

2012. 12. 2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2. 1. 21. 22:50경 경남 함양군 E 소재 돼지축사 부근에 설치된 직원 기숙용 컨테이너에서, 피해자 F(남, 24세)등 10여명의 베트남인, 필리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가 같이 있던 필리핀 여성들에게 심한 농담을 하고, 피해자의 형인 G이 술에 취해 빈 맥주병으로 일행 중 1인의 머리를 내리쳐 술자리가 안 좋게 끝마쳐지자 이에 화가 나 피해자와 다투던 중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바로 옆 부엌에 있던 위험한 물건인 식칼(칼날 길이 19㎝)을 방으로 가져와 피해자의 오른쪽 목 부위를 1회 힘껏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쇄골정맥 창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그 무렵 사망케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요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그 장소에 있기는 하였으나, 칼로 피해자를 찔러 살해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가장 유력한 증거로는, 이 사건의 목격자라 할 수 있는 G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이 있다.

G 진술의 주요내용은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나간 후 피해자와 G, 피고인과 그 친구인 H 등 4명이 남았고 G과 H은 부엌에서 싸움을 하였는데, 부엌 옆방에서 피해자가 피를 흘리면서 들어왔고 피고인이 칼을 든 채로 피해자를 따라와 재차 찌르려고 하였으나 G의 설득으로 다시 찌르지는 않고 칼을 든 채로 H과 함께 집을 나갔다는 것인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먼저 G과 피해자의 관계에 관하여, G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피해자의 친형이라고 진술하였고, 제1회 공판기일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는데, 제9회 공판기일에서는 사실 자신은 피해자의 친형이 아니라 피해자와 친하게 지내다가 27세 무렵에 피해자 부모의 양자가 되었고, 법률상 입양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지 관습적으로 가족이 인정해주는 양자일 뿐이라는 취지로 전과는 다소 다르게 증언하였다.

(2) G이 술자리에서 맥주병으로 I의 머리를 때려서 맥주병이 깨진 사실이 있는지에 관해서도, G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자신이 맥주병으로 I의 머리를 때린 사실은 없고 자신이 방바닥에 맥주병을 내리쳐서 깨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I가 이 법정에서 G으로부터 맥주병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진술하였고, 그 술자리에 있었던 J과 K 역시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I가 술을 조금만 마시자고 하니 G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맥주병을 들어 I의 머리를 한 번 내리쳐서 맥주병이 깨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G에게는 진술내용과 태도에 있어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점이 있다.

(3) G은 제1회 공판기일에서 자신이 H에게 끌려 부엌으로 갔다고 진술하였으나 제9회 공판기일에서는 H에게 끌려간 것이 아니라 H이 갑자기 부엌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불안해서 자신이 부엌으로 따라 들어갔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가 부엌으로 들어온 순서에 대해서도 경찰 제1, 2회 조사시에는 피고인이 먼저 옆방에서 칼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오면서 G을 찌르려고 했고, 이어서 피해자가 피를 흘리면서 피고인을 뒤따라 들어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경찰 현장검증시에는 피해자가 먼저 피를 흘리면서 부엌으로 들어와 쓰러진 후 피고인이 칼을 들고 피해자를 뒤따라 부엌으로 와서 다시 피해자를 찌르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그와 같이 진술한바, 핵심적인 부분에서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한편 H은 자신은 술에 취해 자다가 피고인이 깨워서 가자고 하여 집을 나선 것만 기억할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만일 G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H이 당시의 경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도 납득하기가 어렵다(더구나 피고인은 자다가 깨어보니 H이 칼을 들고 피고인에게 자신이 피해자를 찔렀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4) 무엇보다도 피해자는 오른쪽 어깨와 목 사이를 칼에 찔려 과다출혈로 사망하였고, G 역시 피해자의 몸에서 피가 세게 튀어나와 자신의 얼굴과 옷에도 피가 많이 묻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범행현장 사진 등을 보아도 이 사건 당시 상당한 출혈이 있었음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해자를 찌른 범인의 옷과 몸에도 피해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상당한 양의 피가 묻게 된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경찰에서 피고인과 H, G을 촬영한 사진(수사기록 제15~16쪽, 피고인과 H은 이 사건 당시 입고 있었던 상의를 그대로 입은 채로 출석하여 그 모습이 촬영되어 있고, G은 피해자의 피가 묻은 겉옷은 버리고 안에 입었던 티셔츠만 입고 출석하였다)을 보면 피고인의 옷에는 피가 거의 묻어 있지 않고, 얼굴과 목에서만 약간의 혈흔이 확인되는데 이것이 피해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비산혈흔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G 진술대로라면 진범일 리가 없는 H의 옷에는 비산혈흔으로 보이는 다량의 피가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찔러 살해하였다는 G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고, 자다가 피고인이 깨워 집을 나섰을 뿐이라는 H의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나. 피고인은, H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 같고, 피고인은 당시 자다 깨어나 보니 H이 칼을 들고 서서 자신이 피해자를 찔렀다는 취지로 말하여 급히 H에게서 칼을 빼앗고 함께 집을 나섰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는바, 그 내용이 전반적으로 구체적이고 일관된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처음에는 자신이 아니라 H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 같다고 하면서 혐의를 부인하였으나 그 후 태도를 바꾸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겠다는 듯한 취지로 보이는 진술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G의 진술과 피고인이 집에서 칼을 들고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사람들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이 진범이 아니냐는 취지로 강하게 추궁당하게 되자 피고인이 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기억은 나지 않으나 주위 사람들의 진술이 그렇다면 인정하겠다는 취지이고, 피고인의 기억은 여전히 피해자가 쓰러져 있고 H이 칼을 들고 있었는데 자신이 H을 말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인바, 이와 같은 진술경위에 비추어 수사기관에서의 피고인 진술에 근거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기도 어렵다.다. 그밖에 J, K, I 등은 이 사건 직전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나, 귀가하던 중 피고인과 H을 마주친 일에 대해서만 진술을 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자체는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며, J과 K의 진술 중 피고인이 칼을 든 채로 집에서 나와 걸어가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 진술에 의하더라도 자신은 H이 칼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다른 범행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칼을 빼앗아 들고 나왔다는 것이므로 J과 K이 목격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사망진단서나 감정서 역시 피해자의 사망사실 및 그 원인에 대한 증거가 될 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직접증거라 할 수 없다.

라. 따라서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G의 각 진술을 비롯한 검사 제출의 각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권순호

판사권세진

판사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