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권설정등기절차이행·지상권이전등기절차이행][미간행]
[1]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매매 기타의 원인으로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었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그 건물을 철거하기로 특약을 한 경우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발생하지 않는지 여부(적극)
[2]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한 후 건물을 증·개축하거나 멸실 또는 철거 후 신축하는 경우,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적극)와 그 인정 범위
[3] 갑이 을에게 대지를 증여하면서 건물을 철거하고 그 지상에 갑 소유의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안에서, 그 합의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발생을 배제하는 ‘철거의 특약’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1984. 9. 11. 선고 83다카2245 판결 (공1984, 1641) 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279 판결 (공1988, 1325) [2] 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다19985 판결 (공1991, 1495) 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다40080 판결 (공1997상, 608)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대복외 2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형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채증법칙 위반 및 사실오인의 점에 대하여
관련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2가 피고 1에게 이 사건 대지를 증여할 당시 그 지상의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고 그 지상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들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여 피고 1로 하여금 이 사건 건물에 의하여 방해받지 않는 대지소유권을 보유케 하려는 건물 철거의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므로 피고 2는 이 사건 건물의 존립을 위하여 이 사건 대지를 사용할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고, 결국 원고는 피고 2에 대하여 위 법정지상권의 이전을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나. 「토지 또는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건물 또는 토지가 매매 기타의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때에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조건이 없는 이상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을 위한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하므로( 대법원 1984. 9. 11. 선고 83다카2245 판결 등 참조), 만약 당사자 사이에 그 건물을 철거하여 대지소유자에게 지상 건물에 의하여 방해받지 않는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약이 있으면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발생하지 않음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다.」 그리고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한 후에는 건물을 개축 또는 증축하는 경우는 물론 건물이 멸실되거나 철거된 후에 신축하는 경우에도 법정지상권은 성립하나, 다만 그 법정지상권의 범위는 구건물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유지 또는 사용을 위하여 일반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의 대지 부분에 한정되는 것이다」( 1997. 1. 21. 선고 96다40080 판결 등).
다.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2는 이 사건 대지의 증여 당시 그 지상에 있던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고 피고 2 소유의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기로 피고 1과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그와 같은 내용의 합의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발생의 소극적 요건인 건물 철거에 대한 특약으로 보아 법정지상권의 발생을 부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라. 즉, 지상 건물에 관한 철거의 특약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발생의 소극적 요건으로 한 취지는 그러한 특약이 없을 때라야만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후에도 건물소유자로 하여금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계속 사용케 하려는 묵시적 합의가 당사자 사이에 있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그 반대의 경우 즉, 철거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계속 사용케 하려는 의사가 당사자 사이에 없음이 명백하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피고들 사이의 합의 내용은 피고 2가 더 이상 건물의 소유의사를 포기하고, 그 지상 건물을 철거하며, 그로써 대지소유자인 피고 1에게 완전한 대지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주기 위한 의미에서 철거를 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철거는 하되, 그 지상에 자신의 이름으로 건물을 다시 새로 지을 의사로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법정지상권을 가지게 된 피고 2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통념상 그의 의사는 장래 발생할 법정지상권을 포기하고, 자기 소유의 새로운 건물을 신축한 다음 발생할 대지소유자와의 법률관계, 즉 무권원이 된 토지사용관계를 임대차계약 등 새로운 계약을 통하여 복잡하게 해결할 의사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정지상권이 발생한 후에도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신축되더라도 구건물의 범위 내에서 법정지상권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법정지상권에 기하여 이 사건 건물을 소유하다가 이를 철거하고 자기 소유의 새로운 건물을 신축한 경우에도 적어도 구건물의 범위 내에서는 종전의 법정지상권을 계속 유지하려 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지 소유자인 피고 1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동인이 그와 같은 합의를 통하여 대지에 관하여 건물이 없는 상태의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건물에 의하여 계속 소유권이 제한받는 것을 용인하고 그 건축을 위하여 대지사용승낙서를 교부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은 피고들 사이의 합의, 즉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고 그 지상에 피고 2 소유의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발생을 배제하는 "철거의 특약"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마. 그렇다면 피고들 사이에 원심판시와 같은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는 "철거의 특약"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은 그와 달리 피고들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