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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3. 27.자 2002모81 결정

[재정신청기각에대한재항고][공2003.5.15.(178),1117]

판시사항

[1] 긴급체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 경우

[2] 긴급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를 이유로 원심결정을 파기한 사례

결정요지

[1]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2] 도로교통법위반 피의사건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재항고인이 그 후 혐의 없음을 주장함과 동시에 수사경찰관의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청에 제출함으로써 이루어진 진정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재항고인에 대한 위 피의사건을 재기한 후 담당검사인 자신의 교체를 요구하고자 부장검사 부속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재항고인을 위 도로교통법위반죄로 긴급체포하여 감금한 경우, 그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당시의 상황과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판례
재항고인

재항고인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소속 검사인 공소외 1(이하 '피의자'라 한다)이, 재항고인에 대한 위 지청 98형제48965호 도로교통법위반 피의사건(이미 기소유예처분이 되어 있던 위 지청 96형제22801호 피의사건이 재항고인의 진정에 의하여 재기된 사건)을 수사하던 중, 1999. 2. 18. 16:30경 위 지청 형사 제2부 부장검사실 부속실에서, 마침 담당검사의 교체를 요구하고자 위 부장검사를 방문하여 기다리고 있던 재항고인을 직권 남용하여 긴급체포한 후 그 다음날 17:25경까지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불법 구금하였다."라는 이 사건 피의사실에 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한 다음, 재항고인에 대하여 수사 중이던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은 장기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로서, 재항고인의 출석 불응 및 조사거부 행위, 재항고인에 대한 체포ㆍ구금의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재항고인에 대한 긴급체포ㆍ감금이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 , 제3호 소정의 증거를 인멸할 염려 및 도망의 염려나 긴급체포 사유를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도 없어 검사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이 사건 재정신청을 기각하였다.

2.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 제1항 제2호 제3호 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 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며, 여기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① 재항고인은 1996. 6. 15. 22:25경 서울 서대문구 주소 생략 앞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여 그 3차로에서 2차로를 가로질러 1차로로 진행하던 중 마침 1차로를 진행하던 피해자 공소외 2 운전의 승용차 우측 앞 펜더 부위를 위 버스 좌측 뒷바퀴 앞 부위로 충격하여 수리비 25만 원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정차하여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치 없이 도주하였다는 피의사실로 서대문경찰서에 입건되어 조사를 받은 다음, 1996. 7. 23.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서 '위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재항고인 운전의 버스 왼쪽 뒤 모서리 부분과 피해자의 승용차 오른쪽 앞바퀴 부분이 경미하게 접촉된 사고로 피해자의 과실도 적지 아니하고 그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이 참작되어 기소유예 처분(96형제22801호)을 받은 사실, ② 재항고인은 1998. 2. 9. 위 검찰청에 '담당 경찰관이 공권력을 남용하여 피해자인 재항고인을 가해자로 입건하였다.'는 취지의 진정(98진정제38호)을 하였으나, 2. 18. 원결정을 뒤집을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 종결되었고, 그 후 다시 1998. 7. 13. 같은 취지의 진정(98진정제258호)을 하였으나, 같은 해 9. 8. 기록을 보아도 종전 결정을 번복할 자료가 없고 피진정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의 부당한 일처리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역시 사건이 종결되자, 9. 16. 이의신청을 한 사실, ③ 이에 위 진정사건을 담당하게 된 피의자는 참고인 공소외 2에게 1998. 12. 2. 출석하도록 요구하였으나 당일 위 공소외 2가 출석하지 아니하자, 다시 위 공소외 2와 재항고인에게 1998. 12. 16. 출석하도록 요구한 결과, 당일 위 공소외 2가 출석하지 아니한 반면 재항고인은 출석을 하였으나, 대질조사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에 대하여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다음, 이미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결되어 있던 재항고인에 대한 위 도로교통법위반 피의사건을 1998. 12. 24.자로 재기(98형제48965호)한 사실, ④ 그 후 재항고인은 1999. 1. 14. 피의자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다른 검사가 위 사건을 담당하게 하여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다음, 1999. 2. 18. 11:00경 피의자의 사무실에 다시 전화를 걸어 피의자로부터는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하고, 같은 날 16:30경 위 지청 형사 제2부장검사 부속실에서 담당검사의 교체를 요구하고자 부장검사와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던 중 담당검사인 피의자에 의하여 위 도로교통법위반 피의사실에 기하여 긴급체포된 후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되기에 이른 사실, ⑤ 한편, 재항고인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당시 수사기록에는 실황조사서, 재항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경찰), 공소외 2의 진술서, 목격자 공소외 3의 명함, 합의서 및 반성문 등이 첨부되어 있으며, 그 후 담당검사인 피의자는 1999. 2. 3. 공소외 2를 상대로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는데, 당시 공소외 2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재항고인의 잘못으로 위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던 사실, ⑥ 그 후 담당검사인 피의자는 위 긴급체포 다음날인 1999. 2. 19. 재항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한 다음 17:25분경 재항고인을 석방하였고, 같은 해 3. 22. 위 도로교통법위반 피의사실을 공소사실로 하여 재항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한 사실(그러나 이 약식기소사건은 정식재판에 회부된 후 무죄로 확정되었다.)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긴급체포 당시 재항고인은 담당검사인 피의자가 위와 같이 종결된 도로교통법위반 피의사건을 재기함으로써 다시 수사의 대상자인 입장에 놓이게 되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항고인이 무혐의라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수사담당 경찰관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던 점, 검찰은 재항고인에 대한 위 도로교통법위반 피의사건에 관하여 나름대로의 증거수집이 마쳐졌다고 판단하고 제반 정상을 참작하여 재항고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의 종국처분을 한 다음, 재항고인의 진정에 따라 이를 재기하여 그 피해자인 공소외 2에 대한 확인 조사까지 마쳤던 점, 또한 재항고인은 이 사건 긴급체포 당시 수사대상자인 동시에 진정인의 지위도 아울러 가지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일련의 수사 과정에서 수사대상자로서 경찰과 검찰의 출석요구에 순순히 응하였을 뿐만 아니라, 진정인의 지위에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능동적인 입장에 있었고, 다만 최초 진정일인 1998. 2. 9.부터 1년 가까이 지난 1999. 1. 14. 이후에야 비로소 담당검사의 교체를 요구하는 태도를 취하였을 뿐인 점, 특히 이 사건 긴급체포 당시 재항고인은 진정인의 입장에서 담당검사인 피의자의 상관인 형사 제2부장검사를 면담하기 위하여 스스로 검찰청을 방문하여 대기하고 있었던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긴급체포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을 정도로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도저히 볼 수 없어 긴급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입장의 재항고인이 도망할 염려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는 만큼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 제3호 의 요건 또한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이를 실행한 피의자의 판단은 당시의 상황과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긴급체포는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의자에게는 직권을 남용하여 재항고인을 체포ㆍ감금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긴급체포가 그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단정한 나머지 그 이유만으로 이 사건 재정신청을 기각하였고, 이 사건에 관하여 원심이 기소유예 등 다른 불기소사유에 대하여 심리한 흔적도 기록상 나타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원심결정에는 긴급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