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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므1213 판결

[이혼및재산분할][공1999.11.15.(94),2324]

판시사항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되는 경우

[2] 피고가 사실심 조사기일이나 조정기일에서 유책배우자인 원고가 피고 제시의 위자료 등 금액에 동의하면 이혼하겠다고 진술한 사정만으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 없이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청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

[2] 피고가 제1심 조사기일과 원심 조정기일에서 원고가 이혼에 따른 위자료나 금전청산에 관하여 피고가 제시하는 금액에 동의하면 이혼하겠다고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충식)

사건본인

사건본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와 피고는 1969. 12. 31. 혼인신고를 마친 후 1983. 2. 25. 협의이혼 하였다가 1984. 4. 9. 다시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소외 1(1969. 8. 8.생), 차남 소외 2(1971. 1. 25.생) 와 막내딸인 사건본인(1985. 8. 21.생)을 두었다.

(2) 원고는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에 재학중이던 1968.경 고려대학교 우석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형외과 레지던트 2년차이던 피고를 만나 교제하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혼인하였다.

(3) 피고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다음 공군 군의관으로 3년간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여 인천 도립병원과 제천의 개인병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1979. 3.경 충주시에서 정형외과의원을 개설, 운영하게 되었다.

(4) 그 무렵부터 원고는 교육문제 등으로 자식들과 서울에서 거주하면서 피고와 떨어져 살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분별하게 금전을 차용하는 등의 문제로 피고와 자주 마찰을 일으켜 1980. 2.경에는 원고가 자식들을 놔둔 채 상당기간 가출을 하였으며, 이러한 연유 등으로 피고와 사이에 가정불화가 계속되어 결국 원·피고는 1983. 2. 25. 협의이혼을 하게 되었다.

(5) 그러나 가족들과 주변 친지들의 권유로 원·피고는 재결합하기로 하여 이듬해인 1984. 4. 9. 다시 혼인신고를 하고 1985. 8. 21. 사건본인을 출산하였다.

(6) 피고는 1981.경 충주시 소재 대 274㎡ 등을 매입하여 1983. 9.경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한 다음 그 곳에서 계속하여 위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였고, 한편 원고는 그 후에도 충주에는 거의 거주하지 아니한 채 주로 서울에 머물렀고, 1990.경 피고가 마련하여 준 금 250,000,000원으로 서울 소재 목욕탕을 인수한 다음 자신의 계산으로 이를 운영하였다.

(7) 그런데 원고는 그 후에도 사치와 낭비를 일삼고 도박을 하기도 하였으며, 1991.경부터 목욕탕의 운영자금의 조달 등을 위하여 타인들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피고 명의의 차용증 내지 약속어음을 위조하여 행사하고 또 타인들로부터 차용금 등의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는가 하면, 피고가 위임한 범위를 초월하여 소외 유명근에게 무단으로 위 병원 부지와 건물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다.

(8) 원고는 위와 같은 일이 탄로날 것을 우려하여 1992. 2.경 또다시 가출하였다가, 1993. 1. 27. 구속 기소되어 1993. 7. 30.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사기, 유가증권위조, 사문서위조, 동행사죄 등으로 징역 8월의 유죄확정판결을 받아 복역을 마치고 1993. 9. 2. 출소하였다.

(9) 한편 피고는 위 유명근을 상대로 위 병원 부지 및 건물 등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5. 4. 4. 대전고등법원에서 원고가 피고의 허락 없이 위 병원 부지와 건물 등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사후에 이를 추인한 바 있으므로 차용금 250,000,000원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따라 위 유명근에게 금 324,476,000원을 지급하였으며, 그 밖에도 원고의 차용금을 대위변제하여 준 적이 더 있다.

(10) 피고는 원고가 위와 같이 방만하게 돈거래를 한 것 등에 대하여 분개하여 몇 차례 원고를 폭행하였고, 당심 계류 중인 1998. 11.경 소외 5의 집에 드나들다가 원고에 의하여 간통죄로 고소당하기도 하였다.

(11) 피고는 당초 제1심 조사기일에 출석하여 원고에게 위자료로 금 50,000,000원 정도를 지급하고 이혼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다음, 제1심 제4차 변론기일에는 원고와의 이혼을 고려하기도 하였지만 원고가 피고에게 돌아온다면 다시 재결합하여 혼인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진술하였다가, 원심 조정기일에 이르러서는 다시 원고가 이혼에 따른 모든 금전관계를 금 50,000,000원에 청산하는 데 동의한다면, 원고와의 이혼에 응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의 다음과 같은 주장 사실, 즉 피고가 원고를 구타하는 등 원고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였고, 또한 피고의 형제, 자매들 역시 수시로 원고에게 돈을 구하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욕설 또는 폭행을 하는 등으로 원고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였으며, 피고가 소외 5, 6, 7 등 다른 여자들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배척하고, 위에서 본 인정 사실을 토대로 하여, 원·피고의 혼인생활의 경위, 혼인기간, 피고의 의사 등에 비추어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 할 것이고, 그 파탄에 이른 데에는 원고의 금전관계를 적절히 통제하는 등으로 가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원만한 혼인생활을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채 오직 병원일에만 몰두하거나 다른 여자들과 의심살 만한 행동을 한 피고의 성격이나 생활태도 등도 어느 정도 기여하였다고 할 것이나, 그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가사를 등한시한 채 피고가 번 돈을 사치와 낭비로 탕진하고, 피고와 떨어져 살게 된 것을 계기로 독자적으로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무리하게 금전을 차용하는 것은 물론 피고 명의의 차용증 등을 위조하거나 타인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한 결과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로 하여금 차용금에 대한 민사책임까지 부담하게 한 원고에게 있으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는 일응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도, 위와 같은 혼인의 파탄 과정, 원·피고의 별거기간 및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의 태도, 즉 제1심 조사기일에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금 50,000,000원 정도를 지급하고 이혼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제1심 변론기일에는 태도를 바꾸어 원고와 재결합하여 혼인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진술하였고, 원심 조정기일에 이르러 다시 이혼에 따른 금전청산 문제에 관하여 피고가 제시한 금액에 원고가 동의한다면 이혼에 응하겠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역시 원고와의 혼인의 파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실제로는 원고와의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다만 오기나 그 동안의 자신의 희생에 대한 보복의 감정에서 표면상으로만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였다.

2. 판 단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5. 16. 선고 97므155 판결, 1998. 6. 23. 선고 98므15, 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면, 원심이 인정한 원·피고 사이의 혼인의 파탄 과정을 보더라도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가 제1심 조사기일과 원심 조정기일에서 원고가 이혼에 따른 위자료나 금전청산에 관하여 피고가 제시하는 금액에 동의하면 이혼하겠다고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1993. 9. 2. 출소한 이후 피고는 서울의 연립주택 또는 아파트를 임차하여 원고로 하여금 자녀들과 거주하도록 배려하여 주었음에도 원고는 1996.경 또다시 가출하여 피고 및 그 자녀들과 별거하게 된 것으로서 원·피고의 별거기간이 그다지 길다고 할 수 없는 점, 원·피고 사이에 현재 14세에 불과한 미성숙의 자녀인 사건본인이 있는 점, 피고는 1995. 12.경부터 허혈성심장병 및 당뇨 증세로 치료를 받았고 1996. 10. 26. 안면, 경부, 전흉부, 양측 상지 등에 2∼3도의 화상(36%)을 입었으며 그 치료도중 다시 심장이 급속도로 나빠져 1997. 3. 17.부터 같은 달 21.까지 입원치료를 받은 후 집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점, 피고는 위와 같은 증상으로 현재 거동이 불편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알아 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좀 더 심리한 다음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를 인용한 조치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것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김형선(주심) 조무제

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1999.6.11.선고 98르297